[워싱턴D.C=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개 행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개 행사를 하고 있다.

당선 확정 2주 만에 인수절차

“우리나라 최선의 이익 위해”

미시간 재검표 결과 후 발표

“참모들 모두 인수 승인 독려”

공화당 의원들도 공개 촉구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 대선의 승리가 확정된 지 2주가 지나서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마침내 백악관으로의 정식 이전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바이든 당선인의 정권 인수에 필요한 절차에 협력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에밀리 머피 연방총무청(GSA) 청장도 이날 바이든 당선인을 대선의 승자로 공식 지정해 연방기금과 재원을 제공하고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과 조율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바이든 당선인에게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껏 대선 패배 결과에 불복해 결과를 뒤집기 위해 소송전을 벌이면서 행정부가 바이든 당선인의 정권 인수에 협력하지 못하도록 해 왔다. 그런데 갑자기 왜 바이든 당선인의 인수인계 절차 협력을 지시했을까.

◆트럼프 “우리가 결국 승리”… 불복 입장 유지

트럼프 대통령은 인수인계 협력을 권고했다고 밝히면서도 결코 이 조치가 대선 결과에 대해 승복한 게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트윗을 통해 “나는 우리나라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에밀리 머피 GSA 청장과 그녀의 팀이 원래 절차에 따라 해야 할 일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우리의 소송은 계속된다. 우리는 좋은 싸움을 계속 할 것이며, 나는 우리가 승리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GSA와 민주당의 협력을 허용한 것은 미국 정치 역사상 가장 부패한 선거와 관련된 각종 사건을 추적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우리는 전속력으로 앞서가고 있다. 가짜투표에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트윗을 올렸다.

일부 백악관 고위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밤 이런 내용의 그의 트윗을 올리기 전까지 결정된 내용을 몰랐다고 이날 폴리티코는 정통한 한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번 조치는 미시간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15만 4천표를 득표했다고 인증한 지 불과 90분 만에 나왔다. 트럼프 법무팀은 이런 경합주들의 인증에 대해 “단순히 절차적 조치”라고 일축하고 법적 공방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지만, 관리들은 미시간을 포함해 조지아 등 경합주들의 재검표 결과가 속속 나오는 가운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가 더욱 뚜렷해지자 정권 인수 결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결정은 선거 참모들과 측근들의 조언을 트럼프 대통령이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내내 법무팀의 부진한 실적을 탓하며 자신이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측근들과 선거 참모들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논의에 정통한 한 인사는 “루디 줄리아니(트럼프 대통령의 법률 대리인)만 빼고 모두가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도전할 수 있는 법적 옵션을 계속 추구하면서 이와는 별개로 인수인계 절차는 진행하도록 독려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선거 캠프의 한 고문은 “이런 조치들은 (대선 결과 승복과)아주 가깝게 만들지만, 그 결과나 손실에 대한 명백한 인정은 결코 되지 않을 것”이라고 폴리티코에 전했다.

침묵했던 공화당 의원들이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만 해도 라마르 알렉산더, 셸리 무어 카피토, 롭 포트먼, 빌 캐시디 등 공화당 의원들이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권 전환 승인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앞서 팻 투메이, 마이크 리 공화당 상원의원도 각각 백악관 비서실장 등에 전화를 걸어 GSA의 절차 지연에 대해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지지자였던 폭스뉴스의 터커 칼슨 앵커조차 트럼프 캠프 측에 선거 조작 주장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AP통신은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자기편으로 유지하고 대통령직 이후 기회에 대한 선택권을 열어두려고 하기 때문에 법적 공방은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윌밍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1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 극장에서 건강보험개혁법(ACA) 관련 기자회견을 하면서 질문을 듣고 있다.
[윌밍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1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 극장에서 건강보험개혁법(ACA) 관련 기자회견을 하면서 질문을 듣고 있다.

◆바이든 인수인계 절차 본격

미 대통령직 인수법에 따르면 대통령 당선인은 GSA이 인정할 때까지 연방 인수 기금에 접근하거나 연방 기관에 연락해 인사 계획을 세울 수 없다. 이번 GSA의 조치로 인수인계가 공식적으로 시작돼 현 정부 관계자들이 새로 영입되는 바이든 팀과 협력하고 수백만 달러의 정부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머피 청장은 바이든 팀에 보낸 서한에서 그가 지금껏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은 개인적으로 혹은 정치적 압력 때문이 아니며, 불완전한 수치와 선거 결과에 대한 법적 문제와 관련된 선례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치가 나온 후 요하네스 에이브러햄 바이든 인수위 상임이사는 “오늘의 결정은 전염병을 통제하고 우리 경제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것을 포함해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평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을 수 있는 양보와 가장 가까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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