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천지일보 2017.11.29 DB
국가인권위원회. ⓒ천지일보 DB

인권위, 경찰청장에 매뉴얼 마련할 것 권고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긴급한 상황으로 보이지 않는 112 문자신고에 대한 신고자의 동의 없는 위치정보조회는 헌법 제10조 및 제17에서 규정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24일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A씨는 “집에서 담배 냄새가 나서 112 문자신고 했는데 당일 경찰서로부터 위치를 추적한다는 휴대폰 문자를 받았다”며 “112 문자신고를 했을 뿐인데 경찰서에서 위치 추적을 한 것은 부당하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112상황실은 “112 문자신고를 접수하고 신고자 소재파악을 위해 A씨에게 전화를 했으나 연락을 받지 않아 위치정보를 조회한 것”이라며 “신고자의 위치가 정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긴급한 상황으로 확인되는 사례가 간혹 발생해 피해확산 방지를 위해 위치정보를 조회한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A씨는 같은 날 8시부터 10시사이 ▲‘담배냄새’를 이유로 1차 신고 ▲‘창문만 열면 냄새가 풍기는지 누가 주시하며 훔쳐보는 건지 잡아 달라’는 내용으로 2차 신고 ▲‘노상방뇨자를 잡아 달라’는 내용으로 3차 신고 ▲‘협박 고소한 범인을 잡아 달라’는 내용 등으로 총 4차례 112 문자신고를 했다.

경찰은 3차 신고부터 관할지역 신고로 지령을 받고 순찰차에 출동지령을 했으나 신고자의 위치가 확인되지 않아 A씨의 위치정보를 조회한 것으로 확인했다.

인권위는 “경찰이 신고자의 위치정보를 조회하기 위해서는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에 따른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거나, 같은 법 제29조제2항에 따른 ‘긴급한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며 “이번 진정사건의 경우 경찰서가 A씨의 동의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A씨가 신고한 내용은 단순 민원에 관한 사항으로 Code-3(비긴급 신고)로 분류된 것을 확인했음에도 신고자의 위치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치를 추적한 것은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 및 제29조제2항에 반하는 행위로서, A씨의 개인정보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번 진정사건이 경찰의 112상황실 운영 관행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112상황실 근무자에 대한 사례전파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위치추적 필요성 판단 및 관리를 위한 세부적인 매뉴얼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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