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캠퍼스 위 고압송전선로 통과로 12년간 마찰을 빚어 온 총신대학교(이재서 총장)가 한국전력으로부터 장학금 30억원을 수령하고 송전탑(빨간원) 문제를 매듭지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총신대 양지캠퍼스 본관 건물. (출처: 네이버 로드뷰)
양지캠퍼스 위 고압송전선로 통과로 12년간 마찰을 빚어 온 총신대학교(이재서 총장)가 한국전력으로부터 장학금 30억원을 수령하고 송전탑(빨간원) 문제를 매듭지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총신대 양지캠퍼스 본관 건물. (출처: 네이버 로드뷰)

양지캠퍼스 ‘고압송전선 문제’
강제조정… 12년만에 일단락
총신대 “내년부터 지급 예정”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총회신학원 총신대학교(총장 이재서)가 공공기관인 한국전력기술(한전, KEPCO)로부터 최근 30억원의 장학기금을 받았다.

왜 한전은 총신대에 30억원 상당의 금액을 장학금으로 줬을까.

총신대와 한전의 관계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한전이 천신일 세종나모여행사 회장의 민원에 따라 송전선로를 임의로 변경하면서 고압송전선로 통과 문제로 12년간 마찰을 빚어왔다.

한전이 안성~가평을 잇는 새로운 송전선로를 건설하는데, 이 경로에 총신대 신학대학원이 있는 경기도 용인시 양지캠퍼스 부지가 포함된 것이다.

총신대 구성원들은 교육기관인 대학교 부지에 송전선을 설치하는 일은 말도 안 되고, 학생들이 유해 전자파에 노출된다는 이유 등을 들어 격렬하게 반대했다. 당시 총신대 허경 교목은 “한전이 주민들의 합리적 요구와 학생들의 학습권은 무시한 채 특권층의 요청에 즉각 송전선로를 변경하고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근 주민들의 경우 거주환경을 침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강하게 반발했다.

한전은 양지캠퍼스 부지를 통과하지 않을 테니, 대신 총신대가 양지캠퍼스 인근 부지를 매입해 한전에 송전탑 설치 부지로 제공하라는 내용의 안건을 제시했다. 이렇게 할 경우 장학금 30억원을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안건을 놓고 당시 재단이사장 김영우 목사와 신학대학원 학생들간의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땅을 매입하지 못했고 결국 한전은 2010년 양지캠퍼스 부지에 송전탑을 설치, 2013년 토지수용 법적 절차도 마무리했다.

양지캠퍼스 위 고압송전선로 통과로 12년간 마찰을 빚어 온 총신대학교(이재서 총장)가 한국전력으로부터 장학금 30억원을 수령하고 송전탑(빨간원) 문제를 매듭지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총신대 양지캠퍼스 본관 건물 위성사진. (출처: 다음 로드뷰)
양지캠퍼스 위 고압송전선로 통과로 12년간 마찰을 빚어 온 총신대학교(이재서 총장)가 한국전력으로부터 장학금 30억원을 수령하고 송전탑(빨간원) 문제를 매듭지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총신대 양지캠퍼스 본관 건물 위성사진. (출처: 다음 로드뷰)

문제가 다시 드러난 것은 2018년 3월이었다. 김영우 목사가 총신대 총장이 된 후 학생들과 마찰을 빚으며 학내 사태를 일으키자 교육부는 총신대를 감사했고, 감사 결과 교육부는 “한전과 협의해 미수령 장학금 30억을 교비회계 세입 처리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김영우 총장이 각종 비리로 인해 교육부로부터 파면 당하면서, 총신대는 이재서 총장 취임 직후인 2019년 8월부터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고 한전에 공문을 보내 장학금을 지급하라고 요청했다.

한전은 2013년으로부터 소멸시효 5년이 지났기 때문에 돈을 줄 수 없다고 맞섰다.

올 초 5차례에 걸친 협상에 실패한 총신대는 지난 4월 한전을 상대로 ‘장학 기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법원은 한전에 연말까지 총신대에 30억원을 지급하라는 강제조정(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양측이 모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문제는 일단락됐고, 당초 입금 예정일인 11월 20일보다 하루 빨리 지급됐다.

총신대는 이 장학금을 2021년도부터 양지캠퍼스 신대원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총신대 이재서 총장은 “지난 12년간 송전탑을 위해 금식 기도한 목사님들과 산 위에서 용역과 충돌했던 학생·교수·직원, 전국 교회 교인들의 땀과 눈물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다시는 한전과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따른 대형 송전선로가 교육기관에 건설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송전탑 설치 10년 만에 총신대와 한전의 협상이 완료되면서 이들의 갈등은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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