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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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에 그다지 크게 보도되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 당 대회의 일종인 중앙위원회 회의이다. 1921년부터 지금까지 19차 전체 당 대회를 열었다. 전체당원이 다 모이지 못하니 중앙위원회 회의를 매년 개최해 전체적인 안건들을 결정한다. 전국 공산당원이 9191만명이다. 대표들이 5년마다 3000여명 이내로 모여 대표대회를 갖는다. 대표들을 또 대신해 매년 중앙위원회 위원들 300여명 이내가 모여 주요 정책을 결정한다. 정확히 말하면 제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 일명 5중전회가 10월 29일 폐막했다. 유명한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한 것이, 1978년 11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다. 일명11기 3중전회이다.

19기 5중전회는 어떠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새로운 인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시진핑의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은 것을 먼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벌써 충분한 재임기간을 두 번씩 누리고 있는 시진핑이다. 관례대로라면 이번 중앙위원회에서 후임자 결정을 하고, 그를 중심으로 차근차근 권력 이양 작업을 해야 맞다. 늦어도 4중전회인 작년에 했어도 늦었다는 지적이 무리한 게 아닌데, 금년 5중전회에도 후임자 선정인사를 하지 않으니, 시진핑의 영구집권으로 가는 것이라고 봐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장면이 연출 됐다.

그나마 주목할 인사는 시진핑의 책사인 왕후닝이 겸임하고 있었던 중국공산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을 교체한 정도이다. 2017년 중앙정치국 상임위원으로 등극한 왕후닝이 책사로서 공산당 정책을 총괄하고 있었다. 복단대 교수신분으로 처음 중국 중앙 정치에 발을 들여 놓았고, 장저민 후진타오 시진핑으로 이어진 역대 공산당 총서기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던 인물이다. 그 꽃을 시진핑 시대에 이르러 만개 시켜 상무위원으로까지 올라가 이론가에서 진정한 권력자가 됐다. 공산당 정책연구실 주임자리를 장진취안(江金權)으로 넘겨주고 상무위원만 맡았다. 인사를 빼고 눈여겨볼 대목은 중국의 제14차 5개년 계획의 골간들이 확정됐다.

한국의 국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있지만, 공산당 1당 독재국가인 중국에서는 공산당의 결정이 실재적 구속력을 갖고 있기에, 금번 경제계획 결정을 더욱 심도 있게 봐야만 한다. 주요 특징은 쌍순환(雙循環) 전략이다. 대외무역을 한축으로, 내수를 또 다른 축으로 해서 일명 쌍순환을 통해 중국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킨다는 전략적 개념이다. 내순환과 외순환이 양 날개가 돼, 중국의 성장유지 정책을 쉼 없이 전개시키는 것이다. 세계의 굴뚝이었던 제조업을 기반으로 국외에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적지 않은 물건을 팔아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온 국가가 매진한 것이 지금까지의 전략이다.

그런데 미국 트럼프의 집권으로 무역마찰이 심화되고 예년과 같은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니, 내순환의 일종인 국내 시장의 파이를 키워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디커플링이 돼도 중국을 건재시켜, 그들이 꿈꾸는 미국을 능가하는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쌍순환의 핵심은 소비를 통한 내수 진작으로 외국의 의존도를 더욱 격감시키는 장기 전략을 정책적으로 확립했다는 것이, 19기 5중전회의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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