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영화는 인간의 상상력이 만든 가공의 이야기다. 그래서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게 당연하다. 그래서 현실의 법을 영화에 대입하면 의외의 결과가 나오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책은 재밌는 질문을 던지며 리걸마인드를 끌어올린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데스노트에 이름을 쓰면 살인죄일까’ ‘태권 V는 도로를 주행할 수 있을까’ ‘해리포터는 마음껏 하늘을 날아도 될까’ ‘스파이더맨이 부순 건물은 누가 배상할까’ ‘드래곤볼에서 손오공은 할아버지를 살해한 패륜 소년일까’

책은 법률이 왜 그런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민·형·헌법을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대중문화 속 ‘옥의 티’를 통해 ‘합법’과 ‘위법’의 기준을 제시하고 실생활에서도 법률적 판단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태권 V는 도로를 달릴 수 있을까?>

로봇이 이동을 하려면 하늘을 날든지, 도로를 걸어가야 한다. 법률상 ‘도로’는 귀중한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것이므로, 여러 사람이 편하게 이용하고 보존하기 위한 규칙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도로에는 자동차는 물론 인력거, 손수레, 마차, 자전거, 심지어 소나 말을 타고도 주행할 수 있도록 법은 규정하고 있다. 다만 도로교통법에 의하면 자동차는 “철길이나 가설된 선에 의하지 아니하고 원동기를 사용하여 운전되는 것”을 말하므로 광자력 엔진으로 움직이는 태권 V를 원동기로 움직이는 자동차라고 하기에는 모호하다.

결국 태권 V는 승용차도 승합차도 오토바이도 화물차도 아닌 특수자동차에 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도로를 달리기 위해선 별도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막상 태권 V를 자동차로 등록 신청해도 자동차 인증은 절대로 받을 수 없다. 이유는 무게 때문이다. 태권 V는 높이가 56m로 알려졌는데 이를 통해 무게를 계산하면 무려 5600t에 달한다. 그런 무게의 태권 V가 도로를 지나가면 쑥대밭이 될 게 분명하므로 태권 V는 적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연구소 창고에서 먼지나 뒤집어쓰고 있는 게 나라 살림을 챙기는 길이다.

다만 괴물 로봇이 나타나면 도로가 망가지든 건물이 무너지든 나가 싸워야 하는데, 이 때 파손에 대한 책임은 정당방위이기 때문에 면할 수 있다.

김지룡 외 지음 / 애플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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