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출처: 외교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출처: 외교부)

1년여만에 공식 방한… 코로나 이후 첫 대면 회담

전문가, 시진핑 연내 방한엔 “코로나가 변수가 될 듯”

“미 대선 직후 한중일 관계 강화 모색은 상황 관리 차원”

“한중일 정상회담 가능성 낮아… 시진핑 방한에 초점 둬야”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일본을 거쳐 오는 25일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

특히 내년 1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둔 시기에 찾는 것이라 미중 갈등 속 미국의 동맹인 한국, 일본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등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2박 3일 일정… 시진핑 방한 논의할 듯

외교부는 20일 “왕이 부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초청으로 25일부터 27일까지 공식 방한한다”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한중 외교장관 대면 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왕이 부장의 방한은 지난해 12월 이후 1년여 만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은 왕이 부장과 코로나19 대응 협력 및 양국 간 고위급 교류 등 한중 양자관계, 한반도 정세, 지역 및 국제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한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 장관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은 지난 8월 한국을 방문해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 주석의 방한을 조기에 성사시키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다만 변수는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인데, 다시 확산일로에 있는 터라 이런 상태라면 연내 성사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교 대외교류 부총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세가 치솟고 있어 연내 시 주석의 방한이 쉽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한국과 중국 외교당국의 고민거리다. 게다가 시 주석 방한 시 기대되는 결과물이 뚜렷하지 않은 점도 일정을 확정짓는 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천공항=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한미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2020.11.08.
[인천공항=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한미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미 대선·한반도 정세 논의 전망

또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과 내년 1월 예정인 북한의 8차 당 대회 등 한반도 현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왕이 부장의 방한이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직후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리는데,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당선자가 한미일 3각 공조를 바탕으로 대 중국 견제 정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사전에 한국·일본과 밀착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우 부총장은 “왕이 부장의 한일 동시 방문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 선제적으로 외교전을 벌이는 의미가 있다”면서 “중국 정부로서는 한중 관계를 강화하고 한중일 3국 협력을 다져놓을 필요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왕이 부장 방한 자체가 우리 측으로서는 압박이다. 양측이 국제 정세를 잘 알고 이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어려운 얘기를 꺼내겠느냐”라며 “단지 관리 차원으로 보인다.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해서 찾는 것인데, ‘내 쪽에 서라’ ‘내 편 들어라’라는 등의 문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외교부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한중 고위급 간 소통을 이어가게 되면서 양국 관계를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왕이 부장은 26일 청와대와 외교부를 찾아 외교·안보 고위급 인사들과 면담을 한 뒤, 27일에는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 베이징=AP/뉴시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외교정책, 미중 관계 등에 관한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전 자신의 자리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2020.05.24
[ 베이징=AP/뉴시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외교정책, 미중 관계 등에 관한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전 자신의 자리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韓 방문 앞서 스가 총리 면담

한편 왕이 부장은 한국 방문에 앞서 일본 도쿄를 1박 2일 일정으로 방문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를 면담한다.

당초 그는 지난달 중순 한국과 일본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비슷한 시기 방한할 예정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한이 연기되면서 일정을 다시 조정했다.

그의 일정을 보면, 한중일 정상회담 등 3국의 현안에 대한 일본 측 분위기를 우리 측에 간접적으로 전달할 수도 있다.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는 한국이 주최 측으로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스가 총리가 방한 전 강제징용 문제의 선결을 한국 측에 요구하면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우 부총장은 “최근 우리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공을 들였지만 일본은 요지부동이다. 강제징용 등 현안에 대한 양측 간 입장차가 커 특별한 뭔가가 없는 한 사실상 12월 한중일 정상회담은 물건너갔다고 봐야 한다”면서 “우리 정부가 양보하지 않는 한 스가 총리는 오지 않는다. 이런데도 현재까지 미련을 못 버리는 분위기다. 시 주석 방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한 또 하나의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제는 정부가 시 주석을 맞이하는 데 힘을 써야 하다.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두 마리 토끼 잡으려다 다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며 “두 나라 정상이 모두 방한에 만나는 게 최선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한 나라라도 초점을 맞춰 준비해야 한다. 일본은 1박인데 우리는 2박이다. 그만큼 할 얘기가 많다는 것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쿄=AP/뉴시스]스가 요시히데(管義偉) 일본 신임 총리가 16일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아베 정권의 노력을 계승 이전처럼 추진하는 것이 스스로의 사명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대처와 경제 재생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AP/뉴시스] 스가 요시히데(管義偉) 일본 신임 총리가 16일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아베 정권의 노력을 계승 이전처럼 추진하는 것이 스스로의 사명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대처와 경제 재생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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