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탁계석 한국예술비평가협회장, 조정래 소설가, 최천희 작곡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탁계석이 만난 사람] 소설가 조정래 작곡가 최천희
소설 기반으로 무대 오르는 오페라 ‘대장경’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거장 조정래 소설가의 처녀작 <대장경>을 오는 6월 오페라로 만나볼 수 있다. 원작자가 조정래 소설가라는 것만으로도 벌써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게다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팔만대장경이 제작된 지 올해가 100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공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여기에 더 놀라운 비밀이 있다. 일반적으로 서울에서 제작된 작품이 지방으로 가는 게 대부분이지만 <대장경>은 창원에서 상경한 걸작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고향에서 처음으로 무대를 선보였을 때 평론가와 관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본 공연을 두 달 앞둔 지난달 5일 탁계석 한국예술비평가협회장(탁)이 조정래 소설가(조)와 최천희 작곡가(최)를 만났다. 이들은 원작, 그리고 다른 장르로 탄생한 오페라 <대장경>을 두고 이야기를 짧게 풀어 나갔다.

탁=올해가 대장경이 만들어진 지 1000년이라고 한다. <대장경> 오페라에 외국인들도 관심을 보일 것 같다. 소설을 무대로 옮기는 작업이 힘들었을 것 같다.

최=소설의 많은 분량을 두 시간으로 줄이다 보니 애로사항이 많았다. 개연성 등을 고려한다면 개인적으로 5시간 동안 상연했으면 좋겠다. 오페라 연출자를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오페라 연출은 오페라를 많이 본 자들이 좋은 장면을 잡아내 믹스하는 게 대부분이다. 창조의 개념이 없다. 나는 원래 작곡가이지만 <대장경>의 경우 연출도 맡았다. 계속 장면을 만들면서 고쳐나간다. 몇 번을 고치고 있는지 모르겠다.

조=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고쳐야 잘 나온다.

탁=지난해 창원에서 펼쳐진 <대장경> 초연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조=사실 별거 아닐 것이라고 예상하고 무대를 봤다. 하지만 무대구성과 현대적 기법 등을 조화롭게 잘 이뤄냈다. 공연 전체가 잘 짜여 있었다. 특히 건축물을 영상으로 처리했는데 자연스럽게 연결돼 눈길을 끌었다.

탁=지방에서 만들어 서울에서 공연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 같다.

조=당연하지 않나. 폐쇄적인 오페라계에서 최초의 일 아닌가. 지방에서 만들어 서울에서 공연을 펼치는 모습을 앞으로 자주 봤으면 좋겠다. 서울시민만 좋은 질의 문화를 향유하라는 법 있나. 예술계도 지방 분권화가 필요하다. 지방에서 제작된 창작오페라가 서울로 올라가는 것 자체가 문화혁명이다.

탁=지방과 서울 문화 간 소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민중의 예술혼을 담은 <대장경>이 언어를 초월해 세계로 나아갈 것이다.

조=오페라 <대장경>은 해외에서도 통하기 위해선 자막 처리가 매끄럽게 잘 돼야 한다. 동포들 중심으로 공연을 펼치면 오페라에 대한 입소문이 금세 퍼질 것이다. 한인들은 동족 의식을 느낄 수 있고 이들을 통해 공연은 현지 관객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탁=<대장경>은 오는 6월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을 앞두고 공연되는 작품이다. 대부분의 창작오페라는 구성이 엉성하거나 아쉬운 부분이 있으나 이번 작품은 정말 감동적이다. 조 선생에게 묻겠다. 원작자로서 오페라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조=원작자로서 내용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오페라를 보면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나는 소설가이지 오페라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다. 소설가는 자신의 작품이 타 장르로 제작되는 현장에 안 간다. 장르의 특성을 존중해주기 위해서다. 사실 작가의 입장에서는 내용이 다 들어 있으면 좋겠다. 만약 원작자의 의도대로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7시간짜리가 탄생될 것이다. 너무 길지 않은가. 생략할 부분은 과감하게 빼야 한다. 작품의 애정 때문에 영상이나 무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각 장르에 맞게 제작돼야 한다.

탁=음악이 한국적이다.

최=발음(딕션) 부분을 신경 썼다. 게다가 음악과 구성 등 여러 방면으로 시도를 했다.

탁=원작 자체가 좋으니 스토리면에서 믿어도 된다.

조=외국에서는 지방을 배경으로 하고 지방인들이 배역을 맡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한다. 오페라 <대장경>도 경남 쪽에서 계속 신경을 써서 공연을 계속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나의 지역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다.

 

‘대장경’은…

소설 <대장경>은 몽골군이 침략했을 당시 불심(佛心)과 애국심으로 무장한 민초들의 의지와 삶을 그리고 있다.

몽골군의 침략으로 수도를 강화도로 옮긴 고려. 고종은 황폐화된 국토를 보고 시름에 빠졌다. 패전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소실된 대장경을 재건하자는 위정자들과 백성들이 받을 아픔과 또 다른 수탈을 염려하는 수기대사. 천민이지만 대대로 이은 목수 일을 천직이라고 여기는 근필과 전쟁 중에 부모와 누이를 잃은 양반가 자제 장균 등이 주요인물이다.

소설을 각색한 오페라 <대장경>은 프롤로그와 2막 3장, 에필로그로 구성됐다. 고려 고종 때 대장경 제작 과정에 참여한 장균과 호부상서의 딸 가화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대장경 제작 과정을 담았다.

조정래 소설가는 1970년 현대문학에 소설 ‘누명’으로 등단했다. 이후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민족사적 대하소설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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