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DB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DB

법무부, 대검 비협조 강조

‘불응’, 감찰 사안 처리 가능

대검, 절차 부적절 주장

감찰 자체 위력 감소 전략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상으로 진행하려던 감찰 관련 방문조사가 미뤄졌다. 외견상 법무부가 한발 물러난 것처럼 보이지만,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입씨름하며 저마다의 셈법에 골몰하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19일 오후 2시에 예정됐던 윤 총장 방문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법무부는 19일 오후 “금일 감찰관실은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위한 진상확인을 위해 대검을 방문해 조사하고자 했으나 대검에서 협조하지 않아 방문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6일 검찰총장에 대한 진상확인을 위한 대면조사가 불가피해 일정을 협의하고자 했으나 불발됐고, 17일 오전 방문조사 일시를 19일로 알리고 오후에 방문조사 예정서를 친전으로 대검에 접수하고자 했으나 (대검이) 인편으로 돌려보냈다”고 설명했다.

또 “전날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대검에 방문조사예정서를 친전으로 내부 우편을 통해 송부했으나 당일 대검 직원이 직접 들고와 반송했다”며 “이날 오전 검찰총장 비서실을 통해 방문조사 여부를 타진했으나 사실상 불응해 진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나 비위 감찰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이 있을 수 없다”며 “법무부는 향후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검은 입장이 전혀 다르다. 대검은 감찰에 착수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를 달라고 요구하고,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서면을 통해 충분히 답변해주겠다고 하고 있다.

대검의 입장이 나온 지 얼마 뒤 법무부는 곧바로 “방문조사예정서에 주요 비위 혐의를 기재해 수차례 전달하려 했으나 대상자가 스스로 수령을 거부했다”고 다시 반박했다.

또 앞서 오전에 조사실 협조 요청을 할 당시엔 대상자의 비위 사실을 제3자에게 공개하는 건 ‘공무상 비밀누설’이기 때문에 하지 못했다고도 언급했다.

과거 두 차례의 수사지휘를 비롯해 숱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충돌 상황에서 이어지던 반박과 재반박의 입씨름이 또다시 반복된 것이다.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DB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DB

지금까지의 상황을 볼 때 양측의 노림수는 어느 정도 분명해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윤 총장이 감찰에 ‘불응’하는 것으로, 대검은 법무부가 절차를 무시한 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감찰에 불응하는 건 그 자체로도 또 다른 감찰 사안이 된다.

법무부 감찰규정 제6조(감찰대상자의 협조)에선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할 경우 감찰 사안으로 처리한다. 즉 이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윤 총장에 대한 징계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카드로 활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대검은 법무부가 감찰 규정을 준수하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감찰의 부당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법무부 감찰규정 제3조(감찰의 준칙) 2번째 항목에 따르면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감찰대상자 소속 기관장이나 관계인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도록 한다. 하지만 서면으로 답변하겠다는 대검 요청에도 법무부는 방문조사를 고집했다는 점에서 반박의 소지가 있다.

같은 조항의 ‘감찰업무 수행중 알게 된 비밀사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누설하거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에 대해서도 말이 나온다.

법무부는 대검의 정확한 감찰 근거 요구에 대해 비위 사실을 누설할 수 없다고 답했는데, 추 장관이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 당시 윤 총장의 언론 사주 만남 의혹과 관련해 “현재 감찰 진행 중”이라고 말한 게 바로 감찰규정 3조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언론사 사주와 만났다는 의혹,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 관련 검사와 야당 정치인의 비위를 감췄다는 의혹 등 5가지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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