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스님. 한 시대를 이끌었던 두 종교인은 사후에도 종교화합에 큰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9일 명동성당에서는 법정스님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법정스님의 의자>가 상영됐다. 덕분에 성당에서 불교계 인사들과 천주교 신자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맑고 향기롭게’ 새 이사장 현장스님은 “이 자리에 불러주신 주님의 뜻에 감사드린다”고 말해 장내에 웃음을 자아냈다.

앞서 지난달 19일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는 故 김수환 추기경 다큐멘터리 영화 <바보야>가 상영돼 눈길을 끌었다. 이렇듯 이웃 종단의 스승들을 영화를 통해 만나는 모습은 종교화합의 새로운 롤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화합의 물결이 넘쳐 보이는 종단 간 분위기와 달리, 종단 내 종파나 교단 간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특히 개신교 내에서는 자신들이 규정한 ‘이단’을 ‘마귀’ 보듯 하는 풍토가 만연하다. 나름 이해의 폭이 넓다고 주장하는 개신교 목사나 신도들도 “이단만 아니면 교류한다”며 소위 ‘이단’에 대해서만큼은 철저히 선을 긋는다.

그렇다면 목회자나 개신교인들이 생각하는 ‘이단’의 기준은 무엇일까. 개신교 신자들이 생각하는 이단의 실질적 기준은 소속 목사의 말이다. 목회자가 단상에서 어디 어디는 이단이니 멀리하라고 하면 별다른 성경지식이 없는 신자들은 그날로 해당 교단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게 된다. 목회자는 자신이 속한 교단의 방침을 ‘이단’의 기준으로 삼고, 이를 헌법보다 우선시한다. 그러나 성경 한 문장에 대한 해석도 천차만별인 개신교단이 규정한 이단은 사실상 성경적 이단이 아닌 자신의 교권이나 이권을 위협하는 신흥교단이 되기 십상이다. 이단이라 규정됐다 해제된 많은 교단이 그 증거다.

오늘날 개신교 지도자들은 누구를 이단이라 비방하기에는 너무 민망한 일들을 벌이고 있다.
신뢰받는 개신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를 무시하고 ‘다수 권력’을 배경 삼아 짧은 식견으로 타인의 종교를 이단 운운하며 폄하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무지와 만용을 회개하고 낮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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