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 공수처 이젠 결단의 시간이다
[정치평론] 공수처 이젠 결단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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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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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혹시나 했지만, 그러나 내심은 내 그럴 줄 알았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들의 반대로 끝내 공수처장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회의는 막을 내렸다. 물론 시간을 좀 더 가지면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시간을 더 갖는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아까운 시간만 허비할 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인사 문제에서 어떤 사람을 발탁하느냐는 것은 곧 그 자체가 강력한 메시지다. 사람이 곧 길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의힘이 추천위원 두 명을 발표했을 때부터 내심 합의는 이미 틀렸다고 봤던 것이다. 두 추천위원들이 갖는 메시지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있다고 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그들을 ‘방해위원’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예상대로 두 위원들의 반대로 공수처장 추천은 지난 18일까지 법적인 절차를 마무리 하지 못한 채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합의니, 논의니 하는 소모적인 얘기를 중단하고 여권의 결단을 실행으로 옮기는 일뿐이다. 사실 이런 결단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지난해 여야 합의 실패로 패스트트랙에 태울 때부터 그 이후의 로드맵을 준비했어야 했다. 어정쩡하게 여야합의나 추천위 등에 힘을 쏟을 이유가 없었다. 귀한 시간만 허비한 채 법적 시한을 훌쩍 넘겨버렸다. 그러는 사이 공수처는 출범도 하기 전에 난타를 당하고 있고, 어느덧 내년 4월의 재보선 정국을 앞두고 있다. 자칫 여기서 더 늦어지면 공수처 출범마저 ‘선거 프레임’에 휘말려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다. 서울시장 선거를 놓고 공수처 찬반 논란으로 끌고 갈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16일 최고위에서 분명히 밝혔다. 18일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시간 끌기에 나선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연내까진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고 거듭 밝혔다. 그렇다면 이제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다. 말이 길어지고 또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것은 인내가 아니라 ‘무능’에 가깝다. 공수처 출범을 약속한 집권당으로서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어쩌면 180석을 만들어 준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대목이다. 집권 4년 차까지도 검찰개혁, 특히 그 중에서 공수처 출범을 결단하지 못하고 있다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다행히도 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해 당내 여론도 공수처법 개정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현행 공수처법은 추천위원 7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을 때만 의결이 가능하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추천위원 2명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의결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합의를 보지 못한 것이다. 처음부터 의결 조건을 이렇게 만든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5명 이상의 찬성이면 충분한 것을 굳이 야당 몫 2명 가운데 최소 1명의 동의를 받도록 한 것은 설계부터 잘 못 됐다는 뜻이다. 안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규정을 만들었다면 국민을 기만하는 졸작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와서 정치 현실을 파악하고 부랴부랴 법 개정에 나서는 행태는 민망하다 못해 무능하게 보일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선택지가 많지 않다. 법 개정에 나서서 추천위원 7명 가운데 5명 이상의 찬성으로 공수처장 후보를 선정토록 해야 한다. 그래야 야당 몫 추천위원도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그나마 가장 중립적인 인사를 뽑는데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힘은 이참에 추천위원을 다시 추천하는 것이 옳다. 상식 밖의 인선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는다면 공수처 출범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달리 할 말이 없다. 국민의힘이 반대한다고 해서 공수처 출범이 무산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추천위원을 추천할 때 최소한 국민들이 보더라도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 그런 인물이 없다면 아예 추천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 그래야 공수처 출범 이후에도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인사로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반복하는 것은 국민의힘이 가야할 미래를 스스로 망치는 일이 될 뿐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특조위’를 짓밟은 대가가 어떠했는지를 모르고 있진 않을 것이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루한 공방전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시간이 가면 해소 되겠지만, 이젠 관심을 넘어서 지쳐버렸다는 사람들이 더 많다. 물론 싸움의 핵심은 검찰권력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그 지루한 싸움을 통해 국민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대한민국을 왜 ‘검찰 공화국’으로 부르고 있는지, 오랫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검찰이 얼마나 막강한 조직으로 거듭났는지를 윤석열 총장을 통해 생생하게 지켜봤다. 특히 대통령 임기 말이라면 청와대 권력도 크게 개의치 않는 그 특유의 ‘생존방식’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언뜻 나는 생각이다. 만약 법이 정한대로 공수처가 출범해서 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면 지금의 추미애, 윤석열의 싸움은 어떻게 됐을까. 하나마나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일찍부터 공수처가 움직이고 있었다면 검찰의 행태는, 그리고 윤석열 총장의 언행도 많이 달랐을 것이다. 지방을 돌며 사실상의 정치행보를 하거나, 진짜 대선후보가 된 듯이 과도한 정치성 발언도 내놓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기득권을 놓칠까봐 전전긍긍하던 일부 검사들의 집단 반발도 줄었을 것이다. 민주정치에서의 권력기구는 견제장치가 없으면 ‘괴물’이 되기 일쑤다. 그런 괴물들의 특징은 그들이 괴물이 아니라 ‘정의’라고 생각하는데 있다. 이젠 더 우물쭈물 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루하고도 소모적인 게임은 끝났다. 성과로 말을 해야 할 때는 성과 앞에서 과감해야 한다. 공수처 출범, 이젠 집권당인 민주당의 결단만이 남았음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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