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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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노량진수산시장은 국민에게 친숙하다. 대한민국 대표 전통시장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문화유산이라 할 만한 노량진 전통시장을 소중히 보존하고 가꿀 생각은 하지 않고 자본의 논리에 맡겨버린 탓에 노량진수산시장은 처참하게 파괴돼 가고 있고 지금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곳으로 변해 버렸다.

상인 측은 수협 측이 용역깡패를 동원해 물대포를, 그것도 근접 직사방식으로 난사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이 다치고 고막이 찢어진 사람까지 있다면서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에는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이 물대포를 쏘아 사람을 죽여 정권이 붕괴된 게 엊그제다. 공권력도 아닌 사적 집단이 물대포를 동원해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 했다는 점에서 사안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따르면 노량진 수산시장의 개설자는 서울시이다. 국비 1540억원이 투입됐다. 수협중앙회가 땅을 소유하고 있긴 하지만 수협이 마음대로 운영해서는 안 되는 공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곳이 노량진수산시장이다.

수협 측이 ‘시장현대화’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건물을 짓고 그곳으로 강제로 이전하라고 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기존 노량진수산시장 자리에는 카지노를 들이고 리조트 등을 건설할 계획을 세운 게 드러났다. 상인들은 온 가족의 생계가 걸려 있는 삶터를 지키고자 했고 수협은 이전을 강요했다. 평온하게 장사하기를 원하던 시장 상인들은 수협이 동원한 용역 조직에게 수시로 폭력과 모욕을 당하고 삶터를 빼앗기는 고통을 겪어 왔다. 빼앗긴 삶터를 되찾기 위해 장사도 못 하고 온종일 온몸으로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상인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노량진수산시장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5년 전부터 뜨거운 현안으로 등장했다. 책임 있게 나서야 할 정부도 서울시도 안 보이는 직무유기의 현장이기도 하다. 정치권은 늘 민생을 입에 달고 살지만 최대 민생현안인 노량진수산시장 사태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것이다.

공권력은 기능을 상실했다. 공권력이 불법 탈법적 행위를 일삼는 수협 측엔 종이호랑이로 전락하고 상인 측엔 무서운 호랑이로 군림하는 사이 수협측은 무법천지의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물대포 직사살수 사건이 우연히 터진 게 아니다.

너무나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도로 돌아가야 한다. 정부와 서울시는 국가기관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하고 경찰과 검찰은 올바른 공권력 집행으로 수협 측의 반인권적인 행태를 중지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국회가 나서야 한다. 국정조사권을 발동해 사건의 전말을 조사해서 국민에게 보고하고 정부와 서울시, 검찰과 경찰에게 잘못된 행정과 법 집행에 대해 바로 잡을 것을 요구하고 사설 폭력집단을 동원해 인권을 유린한 수협 측에 대해 처벌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법적인 허점이 있는 점을 찾아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고 유서 깊은 전통시장을 보존할 수 있으며 상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적 기관인 수협이 물대포까지 쏘고 민주공화국 국민에게 상해까지 입힌 점에 대해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물대포를 기획한 자와 현장지휘한 자, 물대포를 쏜 자는 물론 총책임자인 임준택 수협회장도 엄정하게 사법처리해서 다시는 같은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퇴를 내려야 한다. ‘물대포 사건’이 난지 20일이 지난 지금까지 검경이 수협 측의 물대포 살수 행위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건 직무태만이자 직무유기다.

수협 측을 처벌하지 않고 경찰과 검찰의 직무유기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고 넘어간다면 국가의 존재이유는 사라지고 만다. 사적권력이 사설 폭력집단을 마음대로 부리고 국가기관이 방조한다면 같은 일이 반복돼 이 나라는 무법천지로 변할 것이다.

자본 측은 어떤 경우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모든 자본 측에 전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또 다른 자본들이 자신이 확보한 물리력을 사적으로 행사는 일이 빈번해질 것이다. 그 피해는 대한민국과 시민들이 떠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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