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한 남성이 걷고 있다. 이날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25만명을 넘어섰다. (출처: 뉴시스)
18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한 남성이 걷고 있다. 이날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25만명을 넘어섰다. (출처: 뉴시스)

코로나 총 사망자 25만명 넘어

1년간 교통사고 사망자의 10배

곧 하루 2천명 이상 사망 예측

WP “美, 마스크 등 태도 안 바꿔”

하루 입원만 8만명… 병원 비상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25만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미국인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지키지 않는다면 올 가을과 겨울 사망률은 계속해서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10개월도 채 되지 않아 발생한 사망자 수 25만명. 지난 3월 확진자가 늘어난 이후 4월 24일까지 5만명의 미국인이 죽었다. 이 숫자는 5월 27일까지 두 배인 10만명으로 증가했고 7월 29일까지 5만명을 추가했다. 두 달 후인 9월 22일 총 20만명의 미국인이 숨졌다. 여름에는 잠시 사망자 수가 주춤했지만 11월 초부터 다시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이날 CNN방송 보도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다른 사망 원인에 비해 코로나19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는 다음과 같다.

도로교통안정청 자료에 따르면 매년 평균 2만 4166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있다. 25만명은 1년 동안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평균 4만 2200명이 독감으로 사망했는데, 코로나19는 독감보다 5배 이상 많은 사망자를 냈다. 코로나19가 독감보다 치명적일뿐 아니라 전염성도 훨씬 더 강하다는 증거다.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매년 자살로 인한 사망자보다 5배나 많다. CDC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평균 4만 5439명이 자살로 사망했다. 뉴욕대 연구진은 올해 대유행으로 인한 스트레스성 자살의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심장병은 미국에서 사망의 주요 원인이다. 매년 평균 67만 595명이 심장병으로 사망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이 이를 능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베일러의대 피터 호테즈 박사는 내년 1월 미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하루 2500명이 나올 것이라는 워싱턴대의 건강 지표를 인용, “코로나19로 인한 일일 사망자 비율은 곧 심장병으로 인한 일일 사망률을 능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심장학회에 따르면 2017년 하루 평균 심혈관질환(심장질환 포함)으로 숨진 사람은 2353명이다. 호테즈 박사는 “이는 코로나19가 미국에서 사망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미국의 코로나19 일일 사망자 수가 증가한다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전문가들은 곧 미국에서 하루 2천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표할 것이며 몇 달 내 10만~20만명의 미국인들이 더 사망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조지 워싱턴 의대 조너선 라이너 교수는 현재의 일일 사망자 수는 2~3주 전에 감염됐던 확진자들의 수를 반영한다며 최근의 감염자 수가 2~3주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점을 지적했다. 17일의 신규 확진자 수는 16만 1934명에 달했다.

라이너 교수는 “현재 1700여명의 신규 사망자가 발생하는데 놀랐겠지만, 2~3주 후에는 하루 3천명의 사망자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야외 아이스링크장에서 시민들이 스케이트를 즐기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야외 아이스링크장에서 시민들이 스케이트를 즐기고 있다. (출처: 뉴시스)

◆“어떤 슬픔 보더라도 행동 안 바꿔”

미국의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점점 늘어나는 데는 대유행 속에서도 많은 미국인들이 생활 방식을 바꾸는 데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사망자 25만명과 관련 “비록 코로나19가 일부 사람들의 태도를 변화시키긴 했지만 많은 미국인들은 그들이 어떤 슬픔을 보든, 어디에 살든 본래 가지고 있던 생각을 고수한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꼬집었다.

지난 대선에 미국 역사상 최대의 유권자들이 선거에 참여했지만 정치도 코로나19 사망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한 28개주와 지역에서 코로나19 사망자 5분의 3이 발생했다. 한 지역의 정치가 지역 사회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특별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의미다.

주민의 70% 이상이 흑인인 알라바마주 로운데스 카운티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유지하고 있다. 이 지역의 검시관 테렐 메인스는 지역 공무원들이 주민들에게 아무리 주의를 줘도 전염병 기간 사람들의 행동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메인스는 “사람들은 전혀 조심하고 있지 않다”며 “나는 주민들을 멈춰 세워 ‘마스크 착용을 고려해 보시라’고 말한다. 그들은 이 말이 사실임을 알지만, 개의치 않아 한다”고 말했다.

사망자들의 투병 기간이 짧은 데다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 못하고 떠나면서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로운데스 카운티의 스튜어트 웨스트 보안관은 “비극이 닥치면 가족들은 서로 먹이고 사랑을 많이 나눈다”며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은 즐길 거리를 찾으며 비극을 잊으려 한다”고 말했다.

웨스트는 “최근 모닥불 파티가 매우 인기 있다”며 “주민들은 들판에서 성대한 파티를 연다. 본질적으로 집단감염의 위험이 있지만 사유재산에서의 파티를 법적으로 막을 순 없다. 우리는 자유로운 나라에 살고 있고 그것은(이를 통제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킴 타피아는 3살짜리 손녀 아마리아 루케로를 데리고 솔트레이크시티에 있는 코로나19 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고 있다. (출처: 뉴시스)
킴 타피아는 3살짜리 손녀 아마리아 루케로를 데리고 솔트레이크시티에 있는 코로나19 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고 있다. (출처: 뉴시스)

◆병원도 압도… 의료진 “울면서 출퇴근”

미국에서는 확진자 수의 폭증과 함께 입원 환자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상황이다.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는 지난 한 달 동안 두 배로 증가했고 이번 주에는 매일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현재 매일 7만 6830명의 미국인이 입원하고 있으며 17일에는 입원 환자만 7만 7천명에 달했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들에 압도당한 병원들은 카페, 대기실, 복도, 심지어 주차장까지 환자 치료 구역으로 바꾸고 있는 상황이다.

앨리슨 존슨 존슨시립의료원 중환자실장은 “우린 우울하고, 낙담하고, 지칠 대로 지쳤다”면서 “어느 날은 눈물로 출퇴근을 한다”고 호소했다.

텍사스 국경 도시 엘 파소에서는 병원의 인력이 너무 부족해 교도소 수감자들을 시간당 2달러에 고용해 코로나19 사망자들의 시신을 이송하고 있다.

캔자스의 간호사와 의사들은 넘치는 환자들을 이동시키기 위해 덴버나 오마하, 캔자스시티처럼 멀리 떨어진 도시에 문을 연 대형 병원을 찾는 데만 최대 8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의료진들은 시골 지역 확산에 기여하고 있는 마스크 미착용 문제에 대해서도 인내심이 고갈되고 있다. 스톰몬트 베일의 간호사인 샤이안 쇼마터는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말하는 게) 마치 심연에 외치는 기분이다”라며 “우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집에 머물고, 마스크를 쓰라고 계속 말하고 있지만 여기는 정말 엉망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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