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전경. (제공: 광주시) ⓒ천지일보 2020.11.18
1400년이란 긴 세월 단 한 번도 함락당하지 않은 남한산성 전경. (제공: 광주시) ⓒ천지일보 2020.11.18

오랜 세월 다양한 형태 인정

전국 언택트 관광지 100선 선정

산세 험하지 않아 힐링 명소

역사 전통 체험 즐길 거리 풍성

[천지일보 광주=이성애 기자] 1400년이란 긴 세월 단 한 번도 함락당하지 않은 성이 있다. 바로 경기도 광주의 남한산성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확산세를 타기 시작해 바이러스로부터 몸을 방어하느라 지친 시민들에게, 꿋꿋하게 한반도를 지켜낸 남한산성은 ‘기대도 된다’는 든든한 아우라를 내뿜는다.

남한산성은 오랜 세월 지은 다양한 형태의 성곽과 건축기술 등으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4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한국관광공사의 전국 언택트 관광지 100선에 선정돼 코로나19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여행지로 인정받았다.

남한산은 500m의 낮은 산이지만 꼬불꼬불한 산길을 올라가노라면 깊은 산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편백나무보다 피톤치드가 많이 뿜어져 나온다는 소나무의 짙은 향기와 알록달록한 단풍잎이 관광객을 반긴다.

남한산성에 찾아가는 길은 서울, 성남, 하남, 광주 등 다양해 접근성도 좋다. 산세도 험하지 않아 남녀노소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데 연간 400만명 이상 방문하는 경기도 대표 힐링 명소로 알려져 있다. 경기도민은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남한산성 고성. (제공: 광주시) ⓒ천지일보 2020.11.18
1400년이란 긴 세월 단 한 번도 함락당하지 않은 남한산성 전경. (제공: 광주시). (제공: 광주시) ⓒ천지일보 2020.11.18

천혜의 요새이자 전략적 요충지

조선 시대 군사 전략적 요충지였던 남한산성은 북한산성과 함께 한양을 지키던 4대 요새 중 하나다. 특히 임진왜란 후 서울의 남쪽을 지키기 위해 축성한 남문은 인조가 처음 들어온 문으로 4대문 중 가장 크고 웅장하다. 성벽에는 4개의 문과 16개의 암문이 설치돼 있다.

남한산성 안 80만평은 성문을 보호하기 위해 2중으로 쌓아 올린 옹성으로 돼 있다. 옹성은 성문을 공격하거나 부수는 적을 측면과 후방에서 공격할 수 있는 시설이다. 성벽 외부는 급경사를 이루고 있고, 성 내부는 경사가 완만해 방어에 유리하면서도 적의 접근이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 봉암성(蜂巖城), 한봉성(漢峰城), 신남성(新南城) 등 3개의 외성과 5개의 옹성도 함께 연결돼 견고한 방어선을 구축했다.

성벽과 성안에는 많은 시설물과 건물이 있었지만, 지금은 동·서·남문루와 장대(將臺)·돈대(墩臺)·보(堡)·누(壘)·암문·우물 등의 방어 시설과 관청, 군사훈련 시설 등이 남아 있다.

이곳은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아 천혜의 요새로도 불렸으며, 고려 시대에 증축된 건물터와 유물이 발견되면서 몽골군의 침입에도 끝내 함락되지 않는 등 1400년간 적에게 한 번도 함락을 허락하지 않았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남한산성. ⓒ천지일보 2020.11.18
[천지일보 광주=이성애 기자] 1400년이란 긴 세월 단 한 번도 함락당하지 않은 남한산성 전경. ⓒ천지일보 2020.11.18

임시 수도 역할 했던 남한산성 행궁

겹겹의 성곽이 둘러싼 내부에는 행궁이 자리하고 있다. 행궁은 왕이 항상 기거하는 궁궐을 떠나 임시로 머무는 별궁으로 역사적 가치가 잘 나타난다.

남한산성 행궁은 다른 행궁과는 달리 종묘와 사직을 갖추고 있다. 종묘는 왕실의 사당으로 추존된 역대의 왕과 왕비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사직은 나라에서 백성의 복을 빌기 위해 토지신 사(社)와 곡식신 직(稷)을 모신 단이다. 임시수도 역할을 했던 남한산성 행궁을 지키기 위해 백성들을 비롯해 사찰 승려들의 피와 땀으로 세워졌다 전해진다.

행궁 마당에는 전시관이 있어 지난 세월을 엿볼 수 있다. 지난 2005년 시작한 성곽복원 공사에서 통일신라시대의 흔적이 발견됐다. 최근 발굴조사 결과에 따르면 8세기 중반에 조성된 성벽과 건물터 등이 확인돼 신라 주장성(晝長城)의 옛터였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현재는 곳곳에 보수공사를 하고 있어 남한산성의 서쪽 장대인 수어장대를 올라갈 수는 없다. 수어장대 앞마당 모퉁이에는 큰 바위 하나가 있는데 매바위, 장군바위라 부른다. 수호서대라는 암각이 뚜렷한 이 바위에는 축성을 쌓다 누명을 쓰고 죽은 이화장군의 일화가 전해진다.

남한산성 전경. (제공: 광주시) ⓒ천지일보 2020.11.18
1400년이란 긴 세월 단 한 번도 함락당하지 않은 남한산성 성곽 전경. (제공: 광주시) ⓒ천지일보 2020.11.18

자연과 어울린 고성 즐길 거리 ‘풍성’

방문객의 발길을 사로잡는 것은 멋스러운 고성(古城)뿐만 아니다. ‘남한산성, 그날’이란 역사전통체험도 가능해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사라져가는 전통 공연과 전통 활쏘기, 국궁체험 등을 재현하고 보존·계승되고 있다. 행궁에는 오감 체험도 할 수 있다.

체험 프로그램은 ▲조선왕실복식체함 ▲조선패션왕 ▲전통다도체험인 다담 ▲행궁작은 도서관 ‘책 읽는 행궁’ 등 다양하다. 행궁 도서관을 찾은 이해옥(60, 여, 경기도 과천)씨는 “궁궐에서 책을 읽으며 나라를 다스렸을 옛 선조들을 상상해 봤다”며 “시대만 다를 뿐 그때도 많은 책을 읽었던 흔적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행궁을 나와 남문이 있는 성문 쪽으로 향하면 등산로와 데크길을 만날 수 있다. 골이 깊은 등산로가 부담스럽다면 성곽 둘레를 따라 조성된 데크길을 걸으면 여유롭게 남문에 도착할 수 있다.

행궁과 남문과 서문을 여유롭게 구경하고 나면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 점심시간을 알린다. 남한산성 주변에는 토종닭으로 요리하는 맛 집이 많다. 특히 시래기 닭백숙은 갖은 재료와 부추가 어울려 먹음직스럽다. 살은 야들야들하고 껍질 부분은 쫀득한 데다 몸에 좋은 버섯과 한약 재료 덕분에 잡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또 얼큰한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닭볶음탕도 있다. 숭덩숭덩 잘라 올린 대파와 매콤한 빨간 국물, 고소한 냄새가 어우러져 고성을 찾은 여행객들의 침샘을 자극한다.

코로나19로 답답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남한산성의 역사를 통해 교훈도 얻고 주변 풍경을 보며 힐링도 해보길 추천해 본다.

남한산성. ⓒ천지일보 2020.11.18
[천지일보 광주=이성애 기자] 1400년이란 긴 세월 단 한 번도 함락당하지 않은 남한산성 남문. ⓒ천지일보 202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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