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4일 경기도 과천시 과천정부청사에 위치한 공수처 입주청사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천지일보 2020.10.1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4일 경기도 과천시 과천정부청사에 위치한 공수처 입주청사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천지일보 2020.10.14

최인호 “법 개정해서 공수처 연내 출범”

최형두 “행정기구가 스스로 활동 종료”

정치권 “文 정부 개각과 무관하지 않다”

공수처 출범 여부에 추미애 평가 달라져

내후년 대선 위해 공수처 출범 강행할 듯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 위원회가 18일 최종 후보 2명을 선정하는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법 개정 강행 수순에 돌입하고 공수처를 연내 출범시키겠다고 엄포를 놨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천위는 전날(18)일 오후 국회에서 10명의 후보를 두고 4시간 30분 동안 비공개 토론을 벌였지만, 최종 후보자 2명을 선정하지 못한 채 회의를 끝냈다.

이날 3차 회의에서는 공수처장으로서의 계획과 비전 등에 대한 자료가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심사 대상자들이 추가로 제출한 자료를 검토했다.

추천위에 따르면 이번 추가 자료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에 대한 내용으로 이 자료를 공수처장 후보자로서 적격성을 확인하는 데 반영했다. 아울러 심사대상자의 변호사로서 사건수임과 부동산거래 내역 등을 면밀히 검증했고, 각 심사 대상자의 공수처장으로서 자질 및 정치적 중립성 등을 논의했다.

특히 후보자 선정을 위한 표결은 3차례 있었고 최종 후보자 군을 2명까지 압축은 했지만, 최종 합의에는 실패했다.

1차 투표에서 10명의 후보자 중 6표를 받은 후보가 없자, 2차 투표를 무기명 방식으로 실시했지만, 위원 6인 이상의 동의를 얻은 심사 대상자를 내지 못했다. 위원들은 최대한 합의를 해내기 위해 다수 득표자 4명을 놓고 3차 투표를 통해 2명이 각각 5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공수처법 규정상 추천위원 7명 중 6명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에 최종 후보자 선정에는 실패했다. 이에 야당 측 위원들은 속개를 요청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추천위의 활동은 사실상 종료됐다.

이에 대해 야당 측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는 일종의 행정기구인데 자진해서 사실상 활동을 종료한다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식으로 추천위를 끝내는 것은 매우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굉장히 유감”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나름대로의 방안을 찾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현재 남은 것은 추천위원 중에서 3분의 1 이상이 속개를 요청하는 건데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했다.

조재연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후보자추천위원회 2차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조재연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후보자추천위원회 2차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법 개정 강행을 시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변호사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추천위의 합의 도출 실패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추천위의 활동은 소수 비토권의 악용으로 아무런 진전 없이 사실상 종료됐다”면서 “추천위원회는 역할을 못 했고 권력기관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넉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국민의힘을 설득하고 기다렸지만 일관된 지연전술로 공수처 무산 전략에만 매달렸다”며 “공정성과 중립성을 갖춘 초대 공수처장을 여야 합의로 추천하길 바랐으나, 국민의힘은 철저히 무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법을 개정해서 올해 안에 공수처를 반드시 출범시키겠다”고 엄포를 놨다.

반면 국민의힘 최형두 대변인은 “야당 측 추천위원들이 회의를 계속하자고 제안했음에도 ‘(활동을) 사실상 종료한다’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행정기구인 공수처장 추천위가 스스로 활동을 종료해버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 대변인은 “국회가 만든 법을 잘못 만들었다며 걷어찬 꼴”이라면서 “공수처 추천위 자진 해체는 민주당이 공수처장 추천을 마음대로 하도록 상납하는 법치 파괴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고 권력자와 측근들도 벌벌 떨게 할 고위공직 범죄 수사를 책임질 사람은 경험과 실력, 도덕성 모두를 갖춰야 한다”면서 “추천위는 회의를 속개해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공수처장 후보가 나올 때까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법사위 간사 등 법사위원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수처장 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추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2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법사위 간사 등 법사위원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수처장 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추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24

추천위가 후보 선출에 실패하면서 공수처 출범의 공은 다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현재 민주당은 3건, 국민의힘은 1건의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해둔 상태다. 법사위는 소위를 열고 3분의 2 이상(5명) 찬성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포함한 의결구조 개선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민주당이 공수처 출범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가 결국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공약인 검찰 개혁 완수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서울시장 보궐선거나 대선에 출마가 점쳐지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입장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오로지 검찰개혁에 사명을 갖고 이 자리에 왔기 때문에 그 일을 마치기 전까지는 정치적 입장을 가지지 않겠다”면서도 “장관직을 수행한 이후에는 (대선에 출마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연일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추 장관은 빠르면 11월 늦어도 12월 안에는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만약 공수처 출범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추 장관이 교체된다면 결국 검찰 개혁이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대선 행보에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공수처가 출범된 이후 추 장관이 교체된다면 검찰개혁의 완수에 큰 획을 그은 인물로 각인되면서 민주당 내 세력을 끌어모으면서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입장에서도 ‘부동산 3법’ 강행 처리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던 상황을 생각하면 무턱대고 공수처 출범을 강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와 내후년 대선을 대비해 정부‧여당 지지층의 결집을 위해 법 개정을 강행하고 공수처를 연내 출범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열린 ‘제81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1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열린 ‘제81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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