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포커스] “대한민국, 문화선진국 되는 최선은 ‘도서관 강국’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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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신기남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여년간 도서관과 함께 살아온 자신의 삶과 우리나라 도서관 정책의 현주소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1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신기남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여년간 도서관과 함께 살아온 자신의 삶과 우리나라 도서관 정책의 현주소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18

[인터뷰] 신기남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

 

20여년간 도서관과 함께 살아온

4선 국회의원 출신의 ‘명예사서’

 

2007년 도서관정보정책위 설립

정권 교체로 10년간 ‘생불여사’

조직·예산 복원까지 14년 세월

 

“현주소, 전문사서 턱없이 부족

도서관 설립·운영도 다 제각각”

 

위원회 목표, 미래 위한 TF구성

“국회와 소통하는 위원회 될것”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마다 까다로운 출입조건이 붙거나 아예 문을 닫는 상황 속에 국내 도서관들 또한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위원회가 있으니 바로 올해 4월 출범한 정부의 도서관 정책 최고 책임기구인 제7기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도서관위원회)다. 도서관위원회는 코로나 사태 이후로 두 번의 정책포럼을 개최해 도서관 문제 해결에 나섰다.

본지는 신기남 대통령 소속 도서관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20여년간 도서관과 함께 살아온 신 위원장의 삶과 우리나라 도서관 정책의 현주소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신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도서관인으로서 어떤 삶을 사셨나?

경기고등학교 다닐 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주고 받는 봉사를 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니 늘 도서관에 머물렀고 소설책을 많이 읽었다. 대학생 때까지 소설을 쓰며 소설가를 꿈 꿨지만 어머니의 소원대로 법대를 가서 10년 동안 변호사로 일하다가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국회에서 일할 때부터 문화관광위원회에서 도서관법 개정과 도서관 정책 관련된 일을 했다. 20여년을 도서관인으로 지내며 정부·국회·지자체와 도서관계자들이 도서관 발전과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소통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했다. 나는 지금 도서관인이 된 지 20여년이 된 ‘명예사서’다.

사실 도서관 정책 구조나 환경이 열악하다. 그런 도서관 실상을 접하고 보니 국가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도서관법 개정과 문화정책을 논의하며 여러 가지 법을 만들었다. 도서관을 특별히 사랑했고 도서관인들과 소통하면서 계속 문화관광위원회에서 일했다. 또 도서관발전재단 이사장, 2006년 서울세계도서관정보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됐다.

◆신 위원장에게 ‘도서관’이란 무엇인가?

도서관은 지식과 문화가 집약된 공간이다. 그 나라 문화 수준은 도서관 정책이 관건이다.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보려면 도서관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어떻게 도서관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우리 사회는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반열에 올라왔지만 경제에 비해 문화 수준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다. 진정한 선진국은 문화선진국이 아니겠는가. 문화선진국을 건설하기 위한 유일한 첩경이 도서관인 이유는 최고의 문화 인프라가 집약된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유럽을 부러워하는 이유가 바로 문화 때문이다. 문화선진국이 되는 최선의 방법은 도서관 강국이 되는 것이다.

◆도서관위원회는 어떻게 설립됐나?

내가 국회의원이었던 시절 대통령이 직접 전국의 도서관 정책 관련 부처·지자체와 통할 수 있고, 도서관 정책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2006년 도서관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청와대에 들어가 먼저 노무현 전(前) 대통령에게 ‘도서관위원회 설립’을 위한 브리핑을 했다.

대통령이 승인했고, 국회에서 ‘도서관법’ 개정을 추진해 2006년 도서관법을 대폭 개정한 이후 1년이 지난 2007년 도서관위원회가 설립됐다.

도서관위원회는 법적으로 대통령 소속 위원회로서 도서관 최고 정책기구이다. 도서관발전계획을 세우고 집행한다. 현재 도서관위원회는 도서관 정책을 주관하는 정부 11개 부처 장관이 당연직으로 돼 있고 도서관 관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1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도서관위원회가 겪었던 위기의 순간은?

2008년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문화복지는 소홀해졌다. 그때 ‘대통령 소속 위원회 가운데 경제 이외 분야는 정리하라’는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도서관계자들 특히 교수들의 반발로 없애지는 못했다. 그 이후 도서관위원회는 많이 위축됐다.

법적으로 사무국을 만들게 돼 있었지만 만들지 못했고 모든 것은 중단됐다. 사무국 예산도 없었다. 10년간 ‘생불여사(生不如死, 사는 것이 죽는 것만 못함)’의 길이었다. 심지어 사무실에서도 쫓겨났다. 일을 전혀 할 수 없었다.

그나마 도서관협회, 도서관인들 사서들(현재 8만명), 문헌정보과 교수들, 학계, 실무자 등 도서관인 동지들이 도서관위원회 폐지를 막기 위해 많이 도와줘서 위상은 전혀 없었지만 도서관위원회 자체는 유지할 수 있었다.

나 역시 많이 위축됐지만 도서관 정책을 위해 포기하지 않았고,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찾아갔다. 드디어 지난해 10월 도서관위원회 사무국 직원 구성을 하고 조직을 복원하게 됐다. 이렇게 조직이 복원되고 운영 예산이 나오기까지 14년의 세월이 흘렀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신기남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여년간 도서관과 함께 살아온 자신의 삶과 우리나라 도서관 정책의 현주소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1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신기남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여년간 도서관과 함께 살아온 자신의 삶과 우리나라 도서관 정책의 현주소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18

◆위원장이 생각하는 도서관 정책 현주소는?

도서관 종류에 따라 설립·운영이 제각각이다. 전국 6700여개의 작은도서관 중에서 22%인 1477개는 지방자치단체가 설립·운영하고 나머지는 개인이나 단체가 운영한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공도서관의 경우 전국 공공도서관의 80%인 1134개를 지자체가 설립·운영한다.

나머지 20%인 234개의 공공도서관은 교육청이 설립·운영한다. 결국 공공도서관은 지자체를 관할하는 행정안전부와 교육부로 이원화돼 있다. 1만 1000개 이상의 학교도서관은 교육부 관할이다. 또한 병영도서관은 국방부, 교도소도서관은 법무부가 관할하고 각종 전문도서관은 정부의 해당부처가 관할한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의 도서관이 각 해당 주무부처로 관할이 나뉘어 있다. 도서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정책을 세우고 집행해 나가더라도 정책 시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다.  각 부처가 각자 정책과 예산에 따라 도서관 사업을 펴니 문화체육관광부가 관여하기 어려운 구조다.

◆가장 시급하게 해결할 도서관 문제는?

대학도서관 문제다. 유럽에서는 도서관 위치, 사서배치 등 대학도서관 운영을 대학 평가기준 항목에 포함시킬 정도로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대학생 수가 줄어들어 대학등록금으로 기본 운영이 어려우니 대학들은 가장 먼저 대학도서관 예산을 줄인다.

외국 과학 분야 간행물을 봐야 대학생들이 논문도 작성할 텐데 외국의 정기 간행물 가격이 오르니 대학에선 구입·비치를 중단하는 실정이다. 대학들은 사서 인원도 계속 줄이고 있다. 한마디로 도서관에 대한 투자가 안 되고 있다. 너무나 안타깝다.

지금 대학도서관 문제는 국가 경쟁력의 퇴화로 직결될 위기상태다. 대학들 입장에서는 살아야 하니까 ‘대학 재정이냐 도서관이냐’를 두고 고심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대학도서관을 위한 대학도서관법 정비와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또 다른 도서관 문제는 무엇이 있나?

아이들의 머리와 마음을 자라나게 하는 학교도서관에 사서가 없다. 전국 도서관 중에서 사서교사가 있는 학교도서관은 단 10%뿐이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교육에서 도서관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도서관이 갖는 의미는 크다. 교육을 통해 문화를 익히는 것이 학교의 가장 큰 목표가 아닌가. 교육당국은 아이들의 머리와 마음을 자라나게 해주는 사서교사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야 한다. 도서관위원회는 전국 1만 1000개의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를 의무 배치하는 법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7기 도서관위원회의 중점 목표가 있다면?

대한민국 미래 도서관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이다. 도서관위원회가 코로나 시대에 도서관 정책의 총체적인 책임을 짊어지고 갈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TF를 구성해야 한다. 사안별 전문가를 영입해 TF를 구성하고 실질적인 정책수립과 법안을 마련하고 통과시키는 것. 이것이 제7기 위원회의 목표다.

도서관위원회는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을 각 부처에 시달하고 지자체에 전달해 정책을 집행하도록 해서 추진 결과 실적보고를 받아 심사하는 방대하고 잘 짜인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올해 도서관법 시행령이 개정될 예정이며 시행 이후 위원회가 각 부처와 지자체에서 수립한 시행계획 추진실적에 대해 매년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전문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특별전담반(TF)이 필요하다. 

신기남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이 9월 4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코로나 이후, 새로운 일상과 도서관의 도전’이라는 주제로 열린 ‘2020 도서관정책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포럼은 비대면으로 개최돼 국립중앙도서관 유튜브 채널로 온라인 생중계 됐다. (제공: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천지일보 2020.11.18
신기남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이 9월 4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코로나 이후, 새로운 일상과 도서관의 도전’이라는 주제로 열린 ‘2020 도서관정책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포럼은 비대면으로 개최돼 국립중앙도서관 유튜브 채널로 온라인 생중계 됐다. (제공: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천지일보 2020.11.18

◆도서관계 변화에 따라 필요한 게 있다면?

사서 양성제도 보완이 절실하다. 사서 양성은 문헌정보학과 이외 다른 과정으로도 진행되는데 도서관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사서의 자격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사서 기준과 양성과정을 마친 ‘전문사서’가 턱없이 부족하다.

도서관 정책의 ‘키’는 전문 인프라 확보다. 사서 트레이닝도 양질의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도서관의 현대적 의미와 방향, 도서관의 위상이 여기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서관은 진화한다. 그러하기에 사서 또한 진화해야 한다. 도서관 현장 종사자와 국민의 여론을 모으는 공청회를 개최하고 사서 양성을 도울 수 있는 전문가 TF구성이 절실하다. 도서관위원회는 이 변화를 위해 국회와 적절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갈 것이다.

◆임기 내 꼭 이루고 싶은 것은?

도서관위원회의 위상을 확립하고 예산과 조직을 잘 갖춰 차기 위원장이 오더라도 어려움 없이 일할 수 있는 도서관위원회를 만들 것이다. 내년부터는 규모 있는 도서관 중심의 행사도 구상하고 있다. 내년은 지금까지 도서관위원회가 일해 온 것에 대한 결실을 맺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우리가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와 역할을 다한다면 ‘도서관 정책 모델 1호’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도서관계자뿐 아니라 국민을 대상으로 위원회의 존재를 전폭적으로 홍보할 것이다.

또한 도서관 강국을 이루기 위해 도서관 이용자와 도서관계자, 정부와 국회 입법자들과 함께 소통·공감하는 대통령 소속 위원회를 만들어 갈 것이다.

◆도서관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도서관 현장에서 애쓰며 일하고 있는 모든 도서관인 여러분들께 여러분이 계신 그곳을 ‘도서관 천국’으로 만들고, 전 세계 도서 생태계에서 우리나라가 ‘도서관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전진하자는 희망찬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신기남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이 11월 6일 한국문헌정보학회 창립 50주년 기념식 행사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제공: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천지일보 2020.11.18
신기남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이 11월 6일 한국문헌정보학회 창립 50주년 기념식 행사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제공: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천지일보 202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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