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건물. (제공: 과기정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건물. (제공: 과기정통부)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내년이면 이용 기간이 끝나는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둘러싼 정부와 통신사 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과 같이 결국 손해를 보는 건 국민들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주파수 재할당 대가에 대한 공개 설명회를 열었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이통사에 내년 6월, 12월 이용 기간이 종료되는 3G·LTE 등 기존 주파수의 향후 5년간 재할당 대가를 최소 3조 2000억원부터 최대 4조 4000억원까지 받겠다고 통보했다. 이는 통신 3사가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금액인 1조 6000억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여기서 50% 수준의 과거 경매대가 반영까지 이뤄지면 산정 가치가 2조 5000억원대로 높아진다.

정부는 4조 4000억원을 기준으로 통신 3사가 설치한 5G 기지국 수에 따라 차감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2022년까지 5G 전국망 구축을 마치겠다는 통신사의 계획을 반영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통신 3사가 5G 무선기지국을 회사별로 15만국 구축해야 최소 금액인 3조 2000억원에 도달할 수 있다. 통신사들이 이 조건을 지키지 못하면 통신 3사가 부담해야 하는 주파수 재할당 대가는 최대 ‘3조 2000억원+α(알파)’까지 오른다. 현재 통신사들의 투자 수준을 고려하면 내후년까지 5G 기지국을 구축할 수 있는 수는 10만국 정도까지가 한계다. 사실상 모든 예산을 투입해 5G 기지국을 설치해도 3조 7000억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이에 통신 3사는 정부가 정한 주파수 재할당 대가와 조건이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상헌 SK텔레콤 정책개발실장은 “15만국이라는 숫자는 8년 동안 꾸준히 LTE에 투자해서 확보한 것인데 5G 15만국을 2022년 말까지 2년 만에 구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업자가 이를 달성하지 못해 패널티를 받게 된다는 건 사실상 벌을 받는 모양새”라며 “우사인 볼트와 달리기 시합을 시켜 놓고 늦으면 0.1초마다 수천만원의 벌금을 물게 하는 꼴”이라고 표현했다.

김순용 KT 정책협력담당은 “과거 경매대가 가져올 때 액면가 그대로 과거 낙찰가를 시장가로 가져오는 건 옳지 않다”며 “재할당 대가 상승을 우려해 앞으로 어떠한 통신사도 경매에 적극적으로 입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윤호 LG유플러스 공정경쟁담당도 “매출이 5조원인데 영업이익이 0원인 상황에서 주파수 할당 대가를 6000억원 내라고 하면 사업을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또한 통신 3사는 이날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는 전파법령상 재할당 산정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국회·언론 및 여러 전문가의 지적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변 없이 오히려 논란 가득한 기존과 전혀 다른 새로운 재할당 산정기준을 발표했다”며 “명확한 산정 기준 마련을 위한 전파법령 개정 필요성이 대두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LTE 재할당에 5G 투자를 연계하는 것은 부당결부 금지원칙에 반(反)할 뿐만 아니라 5G 무선국 투자를 조건으로 새로 부과하고자 한다면 이를 1년 전에 통지했었거나 2018년 5G 할당 시 부과한 5G 무선국 구축의무(부관)를 사후적으로 변경해야 하는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파수 가치에 대한 정부의 적정 재량 범위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조속히 전파법령을 개정해 이를 근거로 재할당 대가를 산정해야 한다는 점이 이번 공개 토론회를 통해 명백히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이동통신 3사 로고. ⓒ천지일보 2019.10.18
이동통신 3사 로고. ⓒ천지일보 2019.10.18

전문가들도 정부가 경매 낙찰가를 과거 50%만 반영하던 것에서 100% 반영으로 바꿔 주파수 값을 치솟게 한 방식(산정기준)이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경매대가는 경쟁적 수요에 따라 결정된 주파수의 가치이므로 경쟁적 수요가 없는 재할당에 바로 반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반드시 경매대가를 반영해야 한다면 최저 경쟁가격(경매가의 50% 반영)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번 재할당 산정방식과 관련해 ▲재할당 정책목표나 지향성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여부 ▲전파법 해석에 대한 이견과 법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충분한 설득력을 갖췄는지 여부 ▲이해당사자 간의 합의가 충분하지 않아 향후 분쟁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 등으로 인해 재고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용희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재할당 대가는 이통 3사의 주파수 이용 기간 만료 기간 전에 부과되면 되는 것”이라며 “특별부담금인 재할당 대가의 산정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부담금 산정원칙(조세법률주의)에 반하거나 재량권의 일탈·남용의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시급하게 결정되는 것에는 중대한 하자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미 국회, 언론 등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와 마찬가지로 올해 중 법 개정 및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재할당 대가 산정기준을 명확히 마련한 후 부과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안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통신사들이 요구하던 수준보다 높게 책정하자 일각에서는 통신비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통신사의 손실을 메꾸기 위해 결국 소비자들이 통신비용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는 측면에서다. 정부의 공개 설명회 개최 이후 해당 발표를 보도한 매체의 댓글에서는 네티즌들이 정부를 규탄했다.

네이버 아이디 ‘wwoo****’는 “기업은 이익집단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돈을) 가져가면 가져갈수록 통신비가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pig1****’는 “결국 국민들만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라며 “통신비 2만원 지급 같은 포퓰리즘 정책만 펴고 국민들 주머니 털어 거둬가겠다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yns3****’도 “코로나 통신비 지원한답시고 전 국민한테 보여주기 식으로 지원하고 뒤에선 통신사에게서 돈을 가져가니 결국은 피해를 보는 건 국민들”이라며 “(주파수) 사용료 동결해주고 5G 지원해주는 게 상식적으로 맞지 않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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