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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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파리라는 도시가 아름다워서라기보다 그곳에서의 시간이 유한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자세히 관찰하고 감동받을 준비가 돼 있기에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다. 사실 외국여행을 다니다가 돌아오면 감동을 받는다.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기 위해서 떠났건만 돌아와 보니 우리나라의 곳곳이 아름답기도 하고, 세계 어떤 나라보다 편리하기도 하다. 입에 맞는 음식에도 새삼 감동을 받는다. 안타까운 것은 그런 감동을 주는 모든 일이 또다시 일상이 됐을 때, 감동받는 일은 관찰의 힘과 함께 거리가 멀어진다. 다시 덤덤해지는 것이다.

아동문학가이면서 교육자로 한평생을 사신 고(故) 이오덕 선생이 아이들의 시를 엮어서 낸 책 ‘나도 쓸모 있을 걸’이라는 책이 있다. 책에는 아주 기발한 내용들의 시로 가득하다. 관찰의 힘을 잃어버린 우리에게 굳어버린 자신만의 사고를 깨는 망치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다음은 경북 봉화 삼동초등학교 1학년 이현우 학생의 ‘파리’라는 시이다.

‘엄마, 엄마,

내가 파리를 잡을라 항깨

파리가 자꾸 빌고 있어.’

이 시를 보면서 파리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하는 어른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 모습과 빌고 있다는 표현을 연결하는 것이 어려웠을 뿐이다. 파리를 쉽게 죽일 수 없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과 연결된 관찰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볼 때 관찰욕구가 높아진다. 새로운 그림을 볼 때, 새로운 사람을 볼 때, 새로운 책을 볼 때, 관찰의 힘이 더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반대로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에서 관찰의 힘을 키우는 것은 쉽지 않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관찰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도 필요하다. 과제의 시간이 정해졌을 때 성과가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필자도 칼럼에 대한 과제가 있으니 좀 더 예리하게 사물을 보고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책을 읽다가도 과제가 없다면 그냥 지나쳐버릴 구절도 줄을 긋거나 메모해두는 습관이 생겼다.

많이 보고 많이 관찰할 수 있고, 더 잘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 풍부한 삶을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성경에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살아야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천국까지는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서도 충분히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언젠가 아는 분께 가을 하늘이 유난히 아름답다고 이야기했더니 최근에 하늘을 쳐다본 적이 없다는 답을 해서 너무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하늘을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보면서 감동을 받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것은 마치 사과는 고대부터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떨어졌지만 사과를 보고 관찰해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찾아낸 사람이 있는 것처럼 같은 것을 보고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관찰의 힘은 대단한 위력을 지녔다. 주변을 한 번 돌아보자. 당신의 눈길을 기다리는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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