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엄튼(미 뉴욕주)=AP/뉴시스]지난 7월27일 미 뉴욕주 빙엄튼에서 한 간호사가 미 국립보건원(NIH)과 모더나사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실험을 위해 백신 주사를 준비하고 있다.
[빙엄튼(미 뉴욕주)=AP/뉴시스]지난 7월27일 미 뉴욕주 빙엄튼에서 한 간호사가 미 국립보건원(NIH)과 모더나사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실험을 위해 백신 주사를 준비하고 있다.

모더나 “백신 효과 94.5%”

냉동보관 필요없어 더 실용적

“美, 다음달 2천만명 접종할듯”

면역력 지속 여부는 미지수

[천지일보=이솜 기자] 화이자와 모더나 두 제약회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실험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내년에는 대유행이 종식될 수 있다는 희망이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 후보의 예방률이 94.5%라는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미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백신 후보 예방률이 90% 이상이라는 발표가 나온 지 일주일 만이다.

이날 나온 모더나의 발표는 3만여명이 참여한 3상 임상시험의 예비 분석 결과로, 임상 참여자 중 95명의 코로나19 감염자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했다. 2번의 백신 투여 이후 95명의 코로나19 사례가 발견됐는데, 이 중 진짜 백신을 맞은 사람은 5명에 그쳤으며 90명은 위약(플라시보)을 투여 받은 참가자 그룹 중에 있었다.

백신에 따른 부작용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가볍거나 중간 정도라고 모더나는 전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상당수 참가자들이 백신 2차 투여 후 더 심한 통증을 경험했다. 이 중에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피로가 심한 참가자가 약 10%에 달하고 또 다른 9%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증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모더나는 이런 증상들이 단기간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모더나의 실험에는 아이들이 포함되지 않았다. 모더나 최고 의료책임자인 탈 잭스 박사는 몇 달 내 청소년들을 시작으로 백신을 실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백신은 안전성과 효능이 매우 유사한 것으로 보이지만 모더나의 백신은 화이자의 백신 후보보다 실질적인 이점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이자의 백신은 영하 75도의 초저온 상태에서 관리를 해야 하는데 다른 백신들은 그렇게 낮은 온도에서 유지될 필요가 없어 병원과 약국들이 해당 온도까지 내려가는 냉동고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더나의 백신은 상온에서 12시간, 일반 가정용 또는 의료용 냉장고의 표준 온도인 영상 2.2∼7.8도에서 최대 30일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영하 20도에서는 최대 6개월까지도 보관 가능하다고 모더나는 전했다. 이는 이미 사용하고 있는 다른 백신의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올해 4배 이상 오른 모더나의 주가는 이날 8% 급등했으며 유럽과 미국 증시 역시 상승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 올랐으며 범유럽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1.3% 상승했다. 반면 백신 보관에 있어 어려움이 예상되는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각각 4.3%, 16.4%가 하락했으며 아직 실험 결과를 내놓지 않은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또한 1% 내려갔다.

모더나는 다음 주쯤 필요한 안전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두 회사 모두 앞으로 몇 주 내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허가(EUA)를 신청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두 회사가 12월 말쯤에는 미국에서 2천만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충분한 백신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모더나는 올해 말까지 2천만개의 백신이 준비될 것이라고 했으며, 화이자도 5천만개를 준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두 백신 모두 한 사람당 2번씩 맞아야 하므로 2천만개는 1천만명에게 사용될 수 있는 셈이다. 모더나는 내년에는 5억~10억개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백신 우선 공급 순위는 의료 종사자, 양로원과 열악한 거주자들과 같은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위험을 가진 사람들이다.

미국 최고의 감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백신은 정말 터널 끝에 있는 빛”이라며 이번 결과가 정말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인들에게 방심하지 말고 손을 씻고 사회적 거리두기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촉구했다.

두 회사의 긍정적인 결과가 대유행의 종식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고 있지만, 결정적인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두 회사는 동료가 검토한 과학 학술지가 아닌 보도자료를 통해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외부 전문가들이 이를 평가할 수 있을 만한 상세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효과에 대한 수치는 실험이 계속됨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두 회사의 중간 분석 결과는 코로나19 증상을 가진 사람들에 근거한 것이었다. 즉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이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감염돼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 백신으로 인한 면역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도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백신이 오래 지속돼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거나, 1년 안에 사라져 보조제를 필요로 할 수도 있다.

에든버러 대학의 엘레노어 라일리 면역감염병 교수는 “증상 질환을 예방하는 백신이 감염 기간과 수준을 줄여 전염을 줄일 가능성이 높지만 지역사회 내 바이러스 확산에 의미 있는 변화를 줄 수 있을 만큼 큰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은 이미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러시아는 지난 8월 스푸트니크V 백신을 국내용으로 허가한 뒤 대규모 실험에 돌입했다. 지난 11일 이 실험 결과를 발표했는데, 20개의 감염 사례를 기준으로 백신이 92% 효과가 있었으며 부작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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