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산업은행이 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했다. 국내 1, 2위를 합친 ‘글로벌 톱 10’ 통합 국적항공사 출범을 추진하는 것이다. 16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들이 서있다. (출처: 연합뉴스)
정부와 산업은행이 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했다. 국내 1, 2위를 합친 ‘글로벌 톱 10’ 통합 국적항공사 출범을 추진하는 것이다. 16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들이 서있다. (출처: 연합뉴스)

산은, 한진칼에 8천억 투입

세계 10위권 대형 항공사로

‘3자연합·노조’ 반대 걸림돌

공정위 기업결합 승인 난항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본격화하면서 세계 10위권 규모 초대형 항공사가 출범하게 됐다. 하지만 최종 인수까지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독과점에 따른 가격 인상과 서비스 저하 우려, 경영권 분쟁 중인 3자연합의 반발 등은 ‘넘어야 할 산’으로 지적된다.

산업은행은 1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골자로 하는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추진을 위해 한진칼과 총 8000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산은은 한진칼에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원을 투입하고,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인수하기로 했다. 한진칼은 산은으로부터 8000억원을 지원받아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투입한다. 이후 한진칼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대한항공의 유상증자(2조 5000억원)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주(1조 5000억원) 및 영구채(3000억원)로 총 1조 8000억원을 투입한다. 결과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의 자회사, 한진칼의 손자회사가 되는 구조다.

이번 합병이 성사된 것은 산은과 한진그룹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를 임기 내 최우선 과제로 꼽아온 이동걸 산은 회장은 항공업에 정통한 한진그룹을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적임자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KCGI 주주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도 산은의 지원을 받아 아시아나를 인수할 경우 산은을 우군으로 확보,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은 이런 의혹에는 선을 긋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19에 대비해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항공산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는 한진칼에 자금 지원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두 회사의 M&A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KCGI(강성부 펀드) 등 3자연합의 반대가 합병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3자연합은 이날 산은의 한진칼 유상증자 참여 대응책을 논의한다. 3자연합이 추진하던 임시주주총회 소집도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유상증자를 막기 위한 강경책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KCGI는 이날 “조원태 회장의 단 1원의 사재출연도 없이 오직 국민의 혈세만을 이용하여 한진그룹 경영권 방어 및 아시아나 항공까지 인수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항공사 독과점 논란을 딛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문제도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내선 수송객 점유율은 자회사까지 합칠 경우 절반을 넘어선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선 점유율은 대한항공은 22.9%, 아시아나항공은 19.3%다. 여기에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양사의 저비용항공사(LCC) 점유율까지 더하면 62.5%에 달한다.

하지만 두 회사의 합병이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공정위 결합심사에서 탈락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공정위 문턱을 넘더라도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외국에서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는다면 두 회사간 합병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노조의 반발도 풀어야 할 숙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고용불안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한진그룹과 아시아나항공, 산은은 고용유지 원칙하에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노조 설득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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