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 (출처: BTS 페이스북)
그룹 방탄소년단(BTS). (출처: BTS 페이스북)

지난달 중국에서 방탄소년단(BTS)의 6·25전쟁 관련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킨 이후 현지 대학에서 BTS와 관련 강의가 사전에 검열로 차단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쓰촨대-피츠버그학원(SCUPI)에 근무하는 한국 국적 조교수 정아름은 최근 경영대에서 K팝의 소프트파워에 대한 강의를 할 예정이었으나, 학교 당국으로부터 BTS와 관련한 부분을 삭제하라는 얘기를 들은 후 강의를 거부했다.

SCUPI는 중국 쓰촨대와 미국 피츠버그대가 지난 2014년 쓰촨대에 공동 설립한 대학이다.

정 교수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학술기관이 강의 내용을, 그것도 국수주의자들이 뿜어낸 터무니없는 말을 근거로 검열하려는 것에 대해 기분이 상했다“고 밝혔다.

BTS 부분을 삭제하는 대신 강의를 거부한 정씨는 "나는 자기검열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BTS 리더 RM은 지난달 7일 '밴 플리트 상'을 받으면서 "올해 행사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 우리는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중국 네티즌들이 "중국을 무시했다"고 생트집을 잡았고, 환추스바오 등 일부 관영 언론이 이를 분별 없이 보도하면서 파장이 더욱 커졌다.

이후 중국 정부가 이런 논란이 자국의 공식 입장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으며 논란을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건은 일선 교육현장 등 영역에서 BTS와 관련된 검열이 자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SCMP는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가 한국의 K팝에 매료된 가운데 K팝은 중국 당국에 의해 정치적으로 '뜨거운 감자'로 변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언론은 또 “중국에 거주하는 12만1000명에 달하는 한국인들은 양국 간 정치체계와 미국에 대한 시각으로 인해 ‘충성도 테스트’를 받고 있다”고 부연했다.

언론은 또 “2003년 중국은 한국의 가장 큰 무역파트너가 됐고,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으로 이주했는데 2010년 인구조사 기준 12만1000명에 달하는 한국인들이 중국에 거주하고 있다”면서 “다만 정치체제와 충성심의 충돌은 양국 관계를 빠르게 악화시킬수 있고,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커뮤니티는 (양국) 그 가운데 갇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에 있는 한 한국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근무하는 익명의 책임자는 “K팝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K팝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이는  BTS의 6·25전쟁 관련 발언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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