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미국 제46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다. 며칠간의 곡예 끝에 민주당의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됐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이 아직까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공식적인 승복선언을 받아내지 못하는 초유의 상황을 세계는 기이하게 지켜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바이든 전 부통령은 승자 된 당선인으로서 백악관 입성까지 험로일 거라는 예측을 가능케 하는 징조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물론 의외의 상황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지는 않다.

트럼프의 전략은 뭘까. 대선 불복을 통해 닥쳐올 줄소송을 대비해 바이든 정권과의 협상을 모색 중에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지며, 한편으로는 자신이 7100만명 이상의 표를 획득해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공화당의 성공을 이끌었다며 2024년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어찌 됐든 세계 초일류강대국이며 민주주의 상징이며 합리적 사고로 오늘날까지 지구촌의 근현대사를 이끌어왔던 미국의 추한 현주소다.

이제 초강대국 미국은 민주‧합리‧정의라는 단어를 무색케 하며, 생각이 쪼개지고 무법천지가 되고 상식과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며, 오직 내 편만이 정의고, 오히려 위력이 정의가 되는 미친 지구촌을 앞장서 견인해 가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난잡한 현실을 보면서 착잡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곧 닥칠 내일의 대한민국이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무법천지가 된 세상, 법도 원칙도 윤리도 양심도 엿 바꿔 먹은 지구촌의 현실에 가슴 답답해 옴을 감출 수가 없다.

‘룰(規則, rule)’이 사라지고 거짓과 모순과 반칙이 왕 노릇 하는 웃지 못할 세상이 지금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으며, 그 한 중심에 대한민국이 우뚝 서 있다.

그러함에도 정작 우리 국민들은 이 같은 안타까운 현실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그것은 현 정권의 철저한 가면과 위장술에 모두가 속아 있기 때문이며, 나아가 지나친 편파적 진영논리에 스스로 함몰돼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시 일성(一聲)을 들어보자. ‘특권과 반칙이 없는 나라’를 슬로건으로 들고나왔다. 그러함에도 아이러니한 것은 과거 독재정권을 방불케 하는 특권과 반칙이 온 나라를 집어삼킬 기세라는 점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지만, 불과 몇 년이 안 됐는데도 불구하고 켜켜이 쌓여 있는 권력형 비리의혹 사건들은 정권 중반도 못 넘기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고,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마치 봇물이 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지 않은가.

어느 논평가의 지적처럼 친정권 법 기술자들로 구성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출범시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되물을 공산이 커 보인다.

그날이 오면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격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문재인 정권의 태동부터 의문을 제기했던 데는 김경수 지사가 연루된 소위 드루킹 사건이다. 포털사이트 댓글여론조작 혐의에 의한 항소심 재판결과가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데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속담이 그냥 생긴 건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확신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1심과 2심판결의 세부사항을 들여다봤을 때 뒤집힐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금번 김경수 경남지사 항소심 재판결과는 문 정권 탄생에 심각한 흠이 있었음을 단적으로 증명해주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

정권의 출범 자체가 부정하였다면 이는 3.15부정선거에 버금가는 국기를 흔드는 반칙임에 틀림없다. 출범과 함께 드루킹 사건으로 시작해 끊이지 않고 계속돼 온 특권과 반칙과 부정을 임기만료 전 눈같이 희게 만들어보고자 택한 모험이 바로 공수처신설이며 조국 전 법무장관과 추미애 법무장관 내정이었다고 한다면 억측일까. 만일 억측이 아니라 사실이라면 그것은 도끼로 제 발등을 찍을 공산이 크다.

안타깝게도 어느 순간부터 조 전 장관은 대한민국의 모순과 이율배반의 대명사가 됐고, 추장관은 대한민국을 추(秋)가 아닌 추(醜)한 나라, 무법천지의 나라, 몰상식의 나라로 전락시키는 데 일등공신이 돼 있다. 나아가 이들은 현 정권 입장에서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속담의 주인공으로 충분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추(秋)의 추태(醜態)는 국민들이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는 한계치에 도달했다.

임명권자 대통령은 무책임과 우유부단함을 언제까지 보일 건가.

현 정권과 정부와 여당은 그렇게도 숨길 게 많다는 것인가. 미안하지만 해(日) 아래 숨길 것이 없고,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다는 이치를 깨닫기를 바란다. 과거 권력자들의 최후를 지켜봐왔고, 또 본인들이 그렇게 만든 당사자들이 아니던가.

제46대 미 대선이 우리의 내일을 미리 보게 했다면,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대한민국 제20대 선거 후 닥칠 일을 미리 내다볼 줄 아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위정자들이 되기를 부탁한다.

끝으로 정성호 예결위원장(더불어민주당)의 “상식과 합리가 통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한 자책적인 발언으로 대신한다.

ⓒ천지일보 202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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