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약 14분간의 첫 통화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정착을 위해 긴밀히 소통하자고 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당선인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정상 간 첫 통화는 대체로 덕담과 외교적 수사로 보는 것이 옳지만, 이번 한․미 정상 간의 첫 통화는 관례만으로 보기엔 무게가 더 실려 있다.

우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뭔가 될 듯이 움직였던 한반도 평화 시계가 멈춰버린 상태다. 누구 책임이 더 큰 것인지는 따질 필요가 없다. 멈춰선 그 배경보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가 더 절박하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즈음에 바이든 당선인의 행보와 그 첫 한미 정상 간 통화가 갖는 의미는 이후를 가늠할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말하자, 바이든 당선인이 ‘긴밀한 협력’으로 화답한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문 대통령과의 첫 통화 직전에 마치 미국 동맹국들에게, 특히 한국을 향에 보라는 듯이 미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을 찾았다. 바이든 당선인은 기념비 앞에서 헌화하고 고개를 숙이며 한․미간의 혈맹관계를 비롯해 미 동맹국들에게 흔들리지 않은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확인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와는 전혀 다른 외교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는 결정적 장면이다.

그 연장선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한미동맹을 “인도․태평양 안보 번영의 핵심축(linchpin)”이라고 표현했다. 물론 낯선 개념은 아니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미관계가 어떻게 자리를 잡을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으로 하여금 중국과의 관계에 더 깊은 고민을 요구하는 의미로도 들린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그 가운데서 새롭게 재정립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우리에겐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전략은 다시 원론으로 돌아가 한미동맹에 힘을 더 실을 수밖에 없게 됐다. 그것이 미국을 설득하는 가장 큰 동력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 다만 이제부턴 이상주의적 노선보다 실용적 대외전략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단계적으로, 되돌릴 수 없을 정도의 행동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설계할 시점이다. 그 간 트럼프 행정부와의 좌충우돌을 성찰하면서, 이젠 새로운 로드맵을 만들어 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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