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0일(현지시간)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과 면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미국을 방문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0일(현지시간)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과 면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민주당 상원의원 2명과 면담

“북미대화, 정상차원 관심 이슈”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과도 면담

방미 시점 지적엔 “다행인 측면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승리 선언 직후 미국을 방문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12일 오후 귀국했다.

강 장관은 앞서 워싱턴 현지에서 바이든 당선자와 가까운 의회, 학계 인사들과 만나 북미대화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외교전을 펼쳤는데, 비공개 형식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관련 인사와의 접촉을 공개하며 방미 성과를 이례적으로 소개했다.

이를 두고 외교 사절 접촉 금지령이 내려진 바이든 캠프와의 직접 만남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굳이 ‘이 시점에서 방문하는 게 맞느냐’는 일각의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한 차원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강경화, 바이든 측 만남 ‘이례적’ 공개

강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대사관 특파원 간담회에서 바이든 당선인과 접촉할 수 있는 인사들을 만나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 중요성에 대해 특별히 강조했다”며 “톱다운 방식이라고 얘기하는 것보다는 정상 차원의 우선적 관심을 가져야 될 이슈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이 거론한 인사는 민주당 소속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과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으로, 바이든 캠프에 소속된 인사들은 아니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시 외교를 관장하는 국무부에 중용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 장관은 또 워싱턴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존 앨런 소장과도 면담했다고 전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민주당에 외교정책 자문을 하고 있다.

강 장관은 앨런 브루킹스연구소장으로부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한 전망 ▲한미 관계 ▲한반도 정세 ▲미중 관계 등에 대한 견해와 조언을 청취했고, 이에 앨런 소장은 ▲한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주요 동맹 현안에 대한 입장 등을 당선인 측에 전달하겠다고 화답했다.

강 장관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에 대한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면서 “북핵 문제의 시급성을 감안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민주당 행정부는 우리 정부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긴밀히 공조하고 협력해 온 경험이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조속한 시일 내에 한미 간 호흡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이번에 접촉한 인사들에게 북미대화의 조속한 재개 중요성, 종전선언에 대한 한국 정부 구상, 미국과 협의해온 사항 등에 대해서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강 장관은 전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오찬 겸 회동을 가졌으며, 이날에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났다. 현 행정부 인사들과 만나 신행정부 출범 전까지 한미 관계와 한반도 문제 관련 긴밀한 공조를 확인하는 등 상황 관리에도 공을 들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외교부) ⓒ천지일보 2020.11.11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외교부) ⓒ천지일보 2020.11.11

◆‘북미대화’ 강조… 속도에 대한 우려 반영한 듯

바이든 당선자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톱다운(Top down)’ 방식을 선호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실무 차원의 협상 진전을 고리로 정상회담까지 깐깐하게 단계를 밟아나가는 접근, 이른바 ‘바텀업(buttom up)’ 방식을 추구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강 장관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바이든 당선자가 그간 내세운 내치 문제 집중, 그리고 외교·안보라인 구축 등 시간표상으로도 북미 협상의 진전 속도가 정부의 기대보다 더딜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바이든 당선자는 섣부른 정상회담보다는 실무협상에 방점을 두며 보다 체계적으로 따져가는 협상 방식을 보일 것 같다”며 “대북 문제에 대한 접근법이 달라진 것인데, 협상 진전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신 센터장은 “강 장관의 바이든 측과의 접촉은 북핵 문제가 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정부의 걱정을 반영한 것은 맞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도 있는 만큼 현 상황에서는 우리 입장을 잘 전달하는 수준이지 논의를 하는 게 아니다. 신 행정부가 출범하면 관심을 두고 북한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자는 정도”라고 진단했다.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도 “트럼프 행정부 집권 기간인데다 대선 불복 등 혼란한 시기다. 지금 당장 뭔가를 할 수도 없다”면서 “앞으로 두 달 동안 가시적인 움직임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적으로 할 수 있는 대응”이라고 거들었다.

다만 김 위원은 “우선순위라는 것은 사안마다 달라질 수 있다. TF(특별팀)를 꾸미면 된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것”이라며 “일례로 과거 이란 핵 협상도 많은 물밑작업 뒤에 수면 위로 드러났다. 현재 정부가 관심을 갖고 집중해야 할 대목”이라고 조언했다.

강 장관 방미 시점에 대한 일각의 지적과 관련해선 김 위원은 “일단 폼페이오 장관의 한국 방문이 취소된 이후 두 나라 간 다시 일정을 협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미 양측이 논의 끝에 결론을 내린 것이다. 정해진 수순으로 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 정치 여건상 없었던 일정을 만들려고 했다면 더 어려울 수 있었겠지만, 미리 합의된 사항이었다는 점에서 한국으로선 다행인 측면도 있다”며 “바이든 측 인사나 관련 지인들과의 만남을 계기로 여러 현안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강조했다.

[인천공항=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한미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2020.11.08.
[인천공항=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한미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2020.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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