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AP/뉴시스]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0일 일본 도쿄 총리실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면담한 뒤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박지원 원장은 기자들에게
[도쿄=AP/뉴시스]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0일 일본 도쿄 총리실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면담한 뒤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박지원 원장은 기자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한일 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전했다"라고 밝혔다

“한일 현안, 개별적 접근 한계”

“포괄적 선언으로 해결할 시점”

日정부 부정적 반응엔 “지켜봐야”

한일의원연맹도 12~14일 방일 예정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일본을 방문 중인 박지원 국정원장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만남을 계기로 강제동원 배상문제 등 현안으로 꽉 막힌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박 원장이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같은 정상급 선언을 타진하는 등 일괄적·정치적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향후 양국 간 논의 과정에서 이른바 ‘문재인-스가 선언’이 나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日언론 “박지원, ‘새로운 한일 공동선언’ 제안

일본 마이니치 신문 등 현지 언론은 11일 박 원장이 전날(10일) 스가 총리를 만나 지난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가 함께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과 같은 새로운 한일관계 방향을 담은 ‘문재인-스가’ 선언 발표를 제안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박 원장과 스가 총리의 회동은 총리 관저에서 이뤄졌는데, 30분 동안의 짧은 만남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에는 일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 측의 사과 표명과 함께 미래 지향적인 한일관계 발전과 2002년 월드컵 공동 개최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외교가에서는 박 원장이 내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고리로 ‘김대중-오부치 선언’과 같은 정치적 해법을 적극적으로 제안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우수근 중국 산동대 교수는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일 간 쌓인 갈등 현안에 대해 개별적인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외교라는 것은 주고받기가 돼야 한다”면서 “박 원장의 제안은 정치적 선언을 통한 포괄적인 접근법으로 보인다. 개별적으로 하나하나 따져가면 해법을 찾기는 정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우 교수는 “한일 문제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정부도 고민거리다. 우리 국민의 냉철한 시각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양측 간 주고받기 과정에서 미진한 부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넘쳐날 경우 또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지금까지 그래 왔다”고 지적했다.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도 “내년 달력을 보면 일본이 올림픽을 개최한다. 올림픽을 모멘텀 삼아 잘 활용하면 방법이 있지 않나 싶다”며 “물론 역사문제는 너무 중요하지만, 경제나 안보 문제에 있어선 유연한 접근도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도쿄=AP/뉴시스]스가 요시히데(管義偉) 일본 신임 총리가 16일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아베 정권의 노력을 계승 이전처럼 추진하는 것이 스스로의 사명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대처와 경제 재생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AP/뉴시스]스가 요시히데(管義偉) 일본 신임 총리가 16일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아베 정권의 노력을 계승 이전처럼 추진하는 것이 스스로의 사명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대처와 경제 재생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日정부 “비현실적” 난색

하지만 일본 정부 관계자는 마이니치에 “한일관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선언으로 한일 사이 현안이 해결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평가 절하하는 등 박 원장의 공동선언 제안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교도 통신은 “스가 총리 역시 강제징용 문제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는 계기를 한국 측이 만들 것을 요구했다”며 “새로운 선언 검토에 난색을 보였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까지도 한국 내 징용피해자 배상 등의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을 통해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며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그 배상을 명령한 2018년 10월 이후 판결은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 교수는 “22년전 김대중-오부치 선언 때와 마찬가지로 외교라는 것이 한 번에 안 된다. 일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나아가 겉 다르고 속 다른 것, 즉 표리부동한 것이 국가의 행위이고 외교다.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일 외교 당국을 중심으로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에 앞서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풀 방법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서로 명분을 잃지 않으면서도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배상을 해줄 방법을 찾는 것이 관건이데, 양측 간 입장차가 큰 만큼 정치적 결단도 생각해 볼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의 움직임도 있다. 박 원장에 이어 오는 12~14일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회장인 한일의원연맹 소속 여야 의원 7명이 일본을 찾아 한일관계 개선을 모색할 계획이다. 한일의원연맹 의원들과 스가 총리는 13일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간 교류 확대는 그 자체로 긍정적 신호다. 잦은 만남이 실질적인 관계 개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새 총리가 전화통화로 한일 정상회담을 처음 가졌다. (출처: 청와대, 일본 총리실 홈페이지) 2020.9.24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새 총리가 전화통화로 한일 정상회담을 처음 가졌다. (출처: 청와대, 일본 총리실 홈페이지) 202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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