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가 8일(현지시간) 네바다 클라크 선거관리위원회 밖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가 8일(현지시간) 네바다 클라크 선거관리위원회 밖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트럼프 임기 말까지 권력 휘두를 듯

“현대사에서 가장 소란스런 인수 과정”

[천지일보=이솜 기자] “WE WILL WIN! (우리는 이길 것이다!)”

11일(현지시간) 새벽 2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7시간 전 트위터에 올렸던 이 글을 리트윗했다. 많은 주(州)에서 우편투표에 조작 증거가 없다고 밝히는 가운데 자신의 대선 패배 결과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나타낸 것이다.

이런 상황은 미국 대선 전부터 예고돼 왔지만 ‘최악의 상황’이라고 분류돼 왔다. 실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에서 벌어지자 미국 사회의 분열과 혼란은 더욱 극심해지는 양상이다.

이날 CNN방송은 이제 70일 남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그의 대통령 임기만큼이나 격동적일 것임을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1년 1월 20일 정오까지 대통령 권한을 유지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7천만표 이상을 얻으면서 공화당과 그 세력을 더욱 공고히 다졌다. 이는 곧 그가 제도적, 정치적 권력을 가지고 자연인으로 돌아가기 전 많은 혼란을 만들 동기와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가 끝난 지 이틀 만에 자신의 행정부 내 적으로 보는 사람들에 대한 보복을 시작했다. 처음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의 해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을 해임한 데는 그가 대통령의 정치적 목표에 불충분한 충성심을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에스퍼 장관 경질 후 장관 비서실장과 차관 등 국방부 고위직이 줄줄이 사임했다.

행정부 고위 관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에스퍼는 트럼프가 다음에 지나 래스펠 CIA 국장과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을 해고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두 사람은 ‘딥스테이트’ 음모론을 추구하기 위해 정보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망 보다 미국의 국가 안보를 우선시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에스퍼 장관의 해고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쉽게 집행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초기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 남은 몇 주 동안 정부의 주요 기관들을 흔들 수 있는 대통령의 능력을 보여준다.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델라웨어)은 “솔직히 그는 모든 주요 기관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고위 지도자들을 해고하며 많은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친(親)트럼프 성향인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연방 검사들에게 주가 향후 몇 주 내 개표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부정 투표 혐의를 조사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후 선거 범죄를 다루던 검사들은 검사직을 그만두며 이 지시에 대한 항의 입장을 나타냈다.

[윌밍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1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 극장에서 건강보험개혁법(ACA) 관련 기자회견을 하면서 질문을 듣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과 관련해
[윌밍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1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 극장에서 건강보험개혁법(ACA) 관련 기자회견을 하면서 질문을 듣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과 관련해 "동시에 2명의 대통령이 있을 수는 없다"라며 "그는 (내년) 1월20일까지만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시작도 안한 인수전(戰)… 안보 공백 우려

전통적으로 또한 법에 따라 퇴임하는 행정부는 수조 달러의 정부를 물려받는 과정을 최대한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가용한 자금 조달, 사무실 공간 및 기타 연방 자원을 만든다. 이 과정은 선거가 시작된 후 몇 시간 내 진행된다. 새 행정부는 인수위원회를 신속하게 연방 기관에 보내 운영 속도를 높이고, 인력 충원을 고려하고, 중요한 프로그램에 대한 브리핑을 받는다. 국가안보와 군부의 경우 신임 관료들은 현재 진행 중인 물밑 활동과 외교, 새 대통령이 알아야 할 위협 정보에 대해 배운다.

이런 과정들은 심각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그로 인한 경제 위기를 감안할 때 전보다 훨씬 중요성이 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에밀리 머피 연방총무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민주당에게 도난당했다는 주장에 동의하면서 지금껏 정권 이양을 위한 절차를 시작하지 않았다.

조지타운대 학자인 레베카 리스너는 “최소한 1932년 대공황 이후 현대사에서 가장 적대적이고 소란스러운 대통령 인수 과정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국가 안보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미군에게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것을 명령하거나 바이든 당선인이 되돌리기 어려울 수 있는 아시아에서의 미군 정책을 바꾸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정권 이양은 특히 국가 안보 인프라가 혼란스럽다는 메시지가 될 수 있어 미국의 적국들에게 빌미가 될 가능성도 있다.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코네티컷)은 “미국이 위험한 시기에 접어들고 있는 것을 우려한다”며 “(트럼프가) 세계 사건과 국가 안보에 있어 주의력을 분산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형사 사건에 휘말린 그의 측근들, 심지어는 트럼프 자신과 가족에 대한 잠재적인 면책권을 만들려고 시도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요 7개국(G7) 정상과 관료들이 9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 라발베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독일 정부가 공개한 이 사진은 회의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맨 오른쪽 하단)과 다른 정상들과의 불편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출처: 뉴시스)
주요 7개국(G7) 정상과 관료들이 9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 라발베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독일 정부가 공개한 이 사진은 회의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맨 오른쪽 하단)과 다른 정상들과의 불편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출처: 뉴시스)

◆선거조작 증거없는 트럼프… 주요국 정상도 바이든편

그러나 트럼프 캠프는 이번 대선이 조작됐다는 주장에 대한 설득력 있는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바이든 당선인의 정권 이양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나타내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개석상에 머물며 대문자로만 이뤄진 트윗을 날리고, 국방부의 지도부를 경질하는 동안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캠프 측의 법적 조치가 유권자들의 의사를 뒤집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미국 국민을 안심시키고 있다.

바이든 팀은 인수 자금을 받기 위해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일축하고 결국 정권 이양이 저절로 풀리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화재에 기름을 붓는 일은 안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미 선거의 진로를 바꿀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현재 펜실베이니아에서 4만 6천표 이상 앞서고 있으며 조지아에서는 1만 2천표, 애리조나에서는 1만 4천표 차로 앞서 있다.

또한 많은 외국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나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영구 정상과 전화통화를 했으며 이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바이든 당선자와 전화 통화 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12일 바이든 당선인과 정상 통화를 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다졌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와 살만 사우디 국왕과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 또한 바이든의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한 고문은 CNN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패배의 길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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