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 2020.10.2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 2020.10.22

여론조사에서 이낙연·이재명 앞질러

보수층 중심으로 文정부 견제 심리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 인물난 처해

與 후보들 발걸음 촉발하는 계기로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지율을 앞질렀다. 윤 총장이 이 대표와 이 지사를 누른 건 조사대상에 포함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윤 총장의 ‘대망론’에 힘이 실리면서 여야도 유불리를 따져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7~9일 전국 만18세 이상 유권자 1022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총장이 24.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윤 총장에 이어 이 대표 22.2%, 이 지사 18.4%, 무소속 홍준표 의원 5.6%,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4.2%, 정의당 심상정 의원 3.4% 순이었다.

무엇보다 윤 총장의 지지율은 국민의힘 지지층(62.0%)과 국민의당 지지층(31.9%)에서 높게 나타났다. 또 지역별로는 충청(33.8%)에서, 연령별로는 60대 이상(31.8%)과 18·19세를 포함한 20대(25.5%)에서 높았다.

윤석열-이낙연-이재명 ‘3자 구도’ 지속될 듯

현재로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이 끊이지 않으면서 ‘3자 구도’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마디로 윤 총장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얘기다.

야권은 현 정부에 대한 견제론이 보수층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하지만 윤 총장의 ‘몸값’이 오를수록 야권이 인물난을 겪고 있다는 걸 방증한다는 점에선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정치적 중립을 엄정히 지킬 자리에 있는 분들이 현직에 있는 동안 정치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한 대목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무기력한 야권이 지리멸렬해져서 윤 총장의 대망론에 크고 튼튼한 날개를 달아줬다”고 분석했다.

야권의 다른 대선 후보들도 속이 타들어가긴 마찬가지다. 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무소속 홍준표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등은 모두 지지율이 한 자릿수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전=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과 강남일 대전고등검찰청장이 29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고검에서 열린 검사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차량에 함께 타고 있다. 2020.10.29.
[대전=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과 강남일 대전고등검찰청장이 29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고검에서 열린 검사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차량에 함께 타고 있다. 2020.10.29.

與 “일시적 현상일 뿐” 평가절하

여권은 윤 총장을 중심으로 보수층이 결집하고 있다는 데 대해 경계하는 분위기다. 거기다 윤 총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등 여권이 윤 총장을 때릴수록 그의 몸값만 올라간다는 측면에서도 아이러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민심과 동떨어진 민주당의 착각과 오만함이 이처럼 윤 총장을 키워주는 것”이라며 “추 장관의 고집과 오기와 고집이 윤 총장을 1위로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권은 그러나 윤 총장의 지지율이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검찰을 이용해 자기 정치를 하는 행위, ‘검찰의힘’ 당대표 윤석열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은 공수처와 검찰개혁으로 반드시 정치검찰을 척결하겠다”고 주장했다.

여권 내에선 오히려 윤 총장이 부상하면서 여권의 다른 대선 후보들의 발걸음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취임 300일을 넘긴 정세균 국무총리는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 총리는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 국민들이 바이든 당선인을 선택한 시대정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대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친문(친문재인)의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다른 대선 후보의 등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친문 내에서 이 대표와 이 지사를 제외한 제3의 인물을 대선 후보로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내년 4월 서울시장 출마와 거리를 둔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정치개혁 과제를 고민하고 있다”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나아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강원지사를 지낸 이광재 의원, 추미애 장관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되면서 이들의 발걸음이 빨라질지 주목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여권은 양강구도가 깨져야 ‘제3의 후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는데, 이낙연-이재명 양강구도를 아직 깨기 어려운 상황이라서 여권 지형은 현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면 야권 대선 주자들의 긴장도가 높아지면서 대선 발걸음을 재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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