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not caption

수소에너지가 별도의 ‘산업·경제 생태계’를 이루면서 연구 차원을 넘어 하나의 독립 시장으로 대두되고 있다. 승용차와 버스에 이어 선박·열차·비행기에까지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한 모빌리티 혁명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수소가 미래 인류문명을 재구성하고 세계 경제를 재편할 것”이라고 했다. 수소경제는 친환경 산업이란 차원을 넘어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당장 올해 교토의정서가 만료되면 195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전체에 적용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이 발효된다. 선진국에만 적용했던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모두에게 주어지면서 수소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맥킨지는 2050년 전 세계 수소경제 규모를 2조 5000억달러(약 2858조원)로 전망했다.

세계 각국의 시장 선점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독일은 탄소배출 제로(0) 달성을 목표로 국가수소전략을 발표했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그린수소’에 초점을 두고 70억유로를 투입해 2030년까지 5GW, 2035년까지 10GW 규모의 물 전기분해 설비를 건설한다. 20억유로를 투자해 아프리카 등 국가와 그린수소 공급망도 구축한다. 노르웨이는 그린수소 중심의 국가 수소전략을 발표했다.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600조원을 투자한다.

미국은 2030년까지 수소차 120만대, 물류차량 30만대, 충전소 5800개 확보 등을 목표로 수소 모빌리티 산업을 육성한다. 호주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활용해 글로벌 수소 수출국 위치를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수소굴기를 추진하고 있고 일본은 2030년 수소차 80만대, 수소충전소 900개, 가정용 연료전지 530만대를 공급하는 수소·연료전지 전략 로드맵을 발표했다.

최근 우리 정부도 탄소경제에서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정부는 정세균 총리 주재로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를 개최, 수소경제 활성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오는 2022년 수소발전의무화제도(HPS)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에서 수소연료전지 의무 공급 물량을 분리하고, 2040년까지 연료전지로 8기가 와트(GW) 공급을 달성하고 향후 20년 동안 25조원의 투자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또한 기존 도시가스 사업자만 공급이 가능한 천연가스 공급 체계를 개선, 한국가스공사가 대규모 수소 제조 사업자에 천연가스를 직접 공급하도록 허용한다. 또 도시가스사의 고압 도시가스 배관 설치를 허용한다. 경기 안산시, 울산시, 전북 전주시·완주군을 수소시범도시로 지정하고 강원 삼척시를 연구개발(R&D) 특화도시로 선정하는 등 수소시범도시를 구축한다. ‘수소도시 건설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입지 규제, 인·허가 처리, 신기술 지원 체계·재정 지원을 위한 근거를 마련한다. 내년 수소 관련 예산도 7977억원을 책정, 올해 5879억원보다 약 35% 확대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기술과 함께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양산한 경험도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3~4년이 우리나라가 글로벌 수소경제 선도국이 될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정 총리는 “수소 분야는 아직 확실한 선두주자가 없어 우리도 충분히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정 총리 말대로 우리가 퍼스트 무버가 돼 미래 에너지시장에서 우뚝 설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수소경제 전환의 토대가 되는 법 제·개정 등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한 민·관이 협력해서 수소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과 일자리 창출하는 신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가장 잘할 수 있고, 사실상 정부만 할 수 있는 일은 규제 완화로 사업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다. 또한 정부는 기업과 공동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고 기업이 세계시장을 선점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민간은 창의와 혁신으로 기술개발을 선도적으로 하고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