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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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정책 평가가 오래 걸려 그 결과물이 나왔다. 2018년 월성 1호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원전 경제성 저평가 내용 등에 대해 국회가 지난해 9월 30일 감사원장에게 감사하도록 요구했고, 그에 따라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한 지 1년 1월이 지난 지난달 10월, 감사 결과가 나왔던 것인데. 정부의 월성원전 1호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잘못됐다는 방향으로 감사원 결과가 나오자 정부․여당 대 야당․시민단체 등이 제각기 평을 내면서 논란이 이어져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법문제로 까지 번져날 전망이다. 원전 폐쇄 결정시기에 경제성평가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나오자 급기야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지난달 30일 ‘사실은 이렇습니다’는 설명 자료까지 내놓았던바 “감사원 감사 결과를 두고,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가 조작됐다고 판단하거나 해석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내용이다.

설명 배경은 국책사업에 대한 평가결과가 제대로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으면 정책실패로서 각종 문제가 따르기 때문에 산업부에서는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에서 ‘감사 보고서에는 월성1호기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라는 표현이 있으나, 감사원의 이러한 표현 자체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재심의 청구를 검토 중에 있다는 내용이다. 산업부의 설명자료 취지와 배경은 정부의 원자력 정책의 일환으로서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은 제대로 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 등에서 계속적으로 ‘조작 운운’ 하고 문제 삼으면 언론중재위 신청을 검토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월성원전 1호기 감사보고서와 관련해 최종 결재권자였던 최재형 감사원장도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최 원장은 지난달 15일 국회 상임위에서 “(원전 1회기 폐쇄 등 감사 과정에서) 산업부 공무원들이 관계 자료를 거의 모두 삭제했다”고 하면서 “(정부 부처의) 이런 저항은 처음”이라 말했던바 의혹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에서는 감사원의 감사 방해와 증거 인멸을 한 산업부 공무원과 한수원 관계자들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감사원이 감사결과에 대해 정식 고발은 의뢰하지 않았지만 월성 원전과 관련해 범죄 혐의 확인이 필요한 경우 수사에 참고하도록 검찰에 관련 자료(수사 참고자료)를 보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축소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청와대 보고 자료 등 444건을 조직적으로 삭제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조작 의혹이 제기되자 정치권과 국민적 관심이 높은 국정정책에 대해 그냥 덮어둘 수 없는지라 검찰이 나서서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 등을 압수수색했고, 문제가 된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선 것인데 이에 대해 정치권의 반응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중이다.

선제적으로 나오고 있는 정당이 국민의힘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월성원전 1호기 폐쇄가 실패한 것이고, 폐쇄 결정 과정에서 위법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던 국민의힘에서는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해 은폐 전모를 밝혀내야 한다고 강력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반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검찰 수사가 개시되자 일제히 검찰 공세에 나섰다. 감사원이 고발을 하지 않았음에도 검찰이 수사를 하는 “청부 수사이자 정치 개입”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판단해볼 게 있다. 바로 검찰권이다. 국정 정책이 잘못되고, 그 결정 과정에서 위법성이 내재돼 있을 경우 검찰 수사는 정치개입이며 국정 흔들기일까 하는 문제다. 여당이 원전 결정 위법성 여부 등에 대한 검찰수사를 원천봉쇄하려고 하는데 민주주의국가, 특히 자유민주주의체제에서는 더욱이 용납되지 않는 문제인 것이다.

민주주의가 최소한의 기준에서 자유․공정선거를 통해 공직자를 선출하고 시민참여를 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심화되면서 보다 높은 단계의 특성을 갖게 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권력에 대한 강한 통제, 강력한 법치주의, 정부의 높은 투명성, 개인권리의 폭넓고 두터운 보호 등이 자유민주주의가 내세운 이념과 존재 이유인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높은 투명성을 확보하고 강력한 법치주의를 유지하려면 검찰은 권력에 대해 강한 통제가 이뤄져야 하고 위법성에 대한 수사는 당연하다. 그 점에서 본다면 여당이 정부정책 실패에 대한 검찰수사를 방해하는 듯한 검찰 공세 행위는 반민주적인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정부여당의 견제 속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이 월성 1호기 폐쇄 결정 과정의 잘못을 감사 결과로 밝혀내고, 윤석열의 검찰에서 권력형 부정 수사에 이어 이번엔 정부 정책 과정에서의 위법성 등 의혹에 대한 수사는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려는 의지의 표현이자 정도(正道)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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