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충남 아산시 현충사 내 충무문 앞에 위치한 전시관에 전시된 충무공 영정. ⓒ천지일보 2018.3.31
충남 아산시 현충사 내 충무문 앞에 위치한 전시관에 전시된 충무공 영정 ⓒ천지일보 2018.3.31

영정 그린 화백 친일행적에
문체부, 표준영정 해제심의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100원짜리 동전에 새겨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영정이 새 그림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영정 그림을 그린 작가의 친일 행적으로 인해 문화체육관광부가 표준영정 지정 해제를 심의 중인데 조만간 결론이 난다.

표준영정은 선현의 영정이 난립하는 것을 막고자 문체부 장관이 지정한 영정을 뜻한다. 한국은행은 화폐의 공공성을 고려해 정부가 정한 표준영정을 화폐 도안으로 사용해왔는데, 해제될 경우 도안 변경을 검토할 계획이다.

현용 화폐 가운데 100원화(이순신), 5천원권(율곡 이이), 1만원권(세종대왕), 5만원권(신사임당) 속 정부 표준영정의 작가는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 모두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분류됐다. 이순신 영정은 장우성 화백이, 이이와 신사임당 영정은 김은호 화백이, 세종대왕 영정은 김기창 화백이 각각 그렸다.

가장 먼저 겉면이 바뀔 것으로 보이는 것은 100원 동전이다. 장 화백이 그린 충무공 영정은 1983년부터 100원짜리에 새겨져 왔는데, 현충사관리소에서 지정 해제를 신청함에 따라 문체부 영정동상심의위원회에서 해제를 심의 중이다. 조만간 결론이 날 전망이다. 장 화백이 그린 유관순 열사의 영정도 1978년 표준영정이 됐다가 이후 지정 해제된 바 있어 해제될 가능성이 크다.

한은 관계자에 따르면 100원짜리는 현재 동전들을 녹여서 새로 만들면 되므로 크기나 재질을 바꾸지 않는 이상 교체에 큰돈이 들어가지는 않기 때문에 지정 해제 결론만 난다면 바로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5000원권, 1만원권, 5만원권 등 지폐는 현재 표준영정 지정 해제 신청이 접수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충무공 영정 외에 친일 논란이 있는 화가가 그린 영정 13위를 소유주의 신청 없이도 문체부가 지정 해제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3종의 지폐가 표준영정 지정 해제가 되더라도 이를 바꾸는 데는 약 4700억원의 돈이 들 것으로 추산돼 당장 교체에 들어갈지는 미지수다. 또한 동일 인물의 표준영정이 제작될 때까지 기다릴지, 다른 인물이나 비(非) 인물로 바꿀지도 결정이 나야 하는 사안도 남아 있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토 히로부미(1841∼1909)의 글씨가 담긴 머릿돌의 처리 방식을 문화재청과 논의 중이다. 처리 방법으로는 머릿돌의 철거, 머릿돌 속 글씨를 지우는 삭제, 다른 돌로 현재 머릿돌을 가리는 복개(覆蓋),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 안내판 설치 등 4가지가 거론된다. 이토 히로부미는 을사늑약과 한일강제병합을 주도한 인물로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역에서 안중근 의사가 쏜 총에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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