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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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제46대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270명 이상 50개 주에서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후보가 내년 1월 20일 취임하게 된다. 279명을 현재 확보했으니 명확해졌다고 보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패배했던 러스트 벨트 지역을 되찾아오고, 막판 경합지였던 펜실바니아주, 네바다주에서의 승리가 확정되면서 언론들은 당선자(elected)라고 칭하기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는 워싱턴 인근 본인 골프장에서 그 소식을 듣고 “월요일부터 소송이 시작될 것이다. 훔치는 것을 멈춰라(stop the steal)”를 주장하면서 여전히 승복하지 않는 트럼프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공화당 지도부는 침묵하고 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주 투표까지 개표해 발표할 경우 선거인단 확보 표수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다. 뒤집을 수 없는 형국으로 가고 있기에 트럼프의 승복만이 미국을 안정시키는 유일한 길이다.

이는 미 역사상 28년 만에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며, 11번째로 기록되는 불명예의 경우가 된다. 당선자 바이든은 내년이면 만78세로 가장 고령의 대통령이다. 차기 미국 대통령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예외가 아닌 것은, 워낙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속칭 1000조 군사 대국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기반 위에 세계 어디든 군사투사능력을 갖추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특히 분단된 한반도에는 북한이 핵까지 보유하고 있고, 공식적 주한미군 숫자는 2만 8500명이 주둔하고 있다. 한국의 번영과 안정에 미국을 빼놓고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트럼프의 대(對)한반도 정책과 바이든의 정책 차이를 살피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제이다.

바이든의 국내정책과 대외정책을 크게 둘로 나누어 보면, 둘 다 모두 한마디로 전통적 민주당 정책으로 회귀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에서는 다자주의의 부활로 갈 것이다. 내치에는 분열된 미국의 통합에 방점을 두고, 약자, 소수민족, 인종차별 금지 등 전통적 민주당 정책의 계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코로나19 방역에서 노정된 미국 의료시스템 개선과 메디케이드로 불리는 저소득자 의료지원정책을 부활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대한반도 정책은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라는 보편된 가치가 작동될 것이다. 이익에만 우선하는 트럼프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가치동맹을 중시하는 정책이 될 것이며, 이는 5배까지 인상을 요구했던 미군 방위비 분담액이 사실상 원점에서 재논의 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북한 핵 문제는 그렇게 염려는 할 필요가 없다. 바이든은 12년간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냈다. 이란과 핵 동결 협상에 깊이 관여했다. 비록 선거 운동 기간에 김정은을 히틀러에 비교하고 폭군이라고 지칭했지만, 이란 핵 협상 모델을 북한에 적용할 확률이 높다. 현 상황에서 더욱 핵 능력을 제고시키지 않고 동결한다면, 김정은을 기꺼이 만나 북한 핵 해결의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이정표를 세울 것이다.

선거가 끝난 후 당선인이라고 불리는 시간이 5일이나 걸렸다. 세계 최고 민주국가라고 자부했던 미국이라는 민낯만 보일 정도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역대 대통령 선거 중 하나로 역사에 기록될 듯하다. 중국도 이때다 싶을 정도로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고 폭력이 난무하고, 불복하지 않는 현 미국의 모습을 보도한다. 비록 간접선거지만 국민이 뽑는 대통령이라는 것은 일체 언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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