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전 부통령(왼쪽)과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출처: 조 바이든 트위터 캡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왼쪽)과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출처: 조 바이든 트위터 캡처)

바이든, 최초로 7천만표 돌파

“1900년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

상원 다수당은 내년 결정될 수도

트럼프 120년 만에 승복 전통 깨

해리스, 최초의 女·흑인 부통령

[천지일보=이솜 기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7일(현지시간)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승리하면서 제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미국 대선이 실시된 이후 5일 만이다.

이번 선거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4년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겼던 ‘블루월(민주당 강세 지역)’을 재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공화당의 텃밭이었던 애리조나와 조지아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앞서면서 한 세대 동안 민주당의 최고 성적이라는 평도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은 1972년 당시 상원의원으로 선출된 최연소 남성이었는데, 이제 대통령직에 선출된 가장 나이가 많은(77세) 남성이 됐다.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로 그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는 부통령이 되며 새 역사를 썼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CNN방송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96시간 동안 미국인들을 울고 웃게 만든 2020년 미국의 대선 결과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역대 최고의 투표율

2020년 선거는 최근 미국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유권자들이 특정했다. 또한 이는 양당의 기반이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보여준다.

바이든 당선인은 7천만표를 돌파한 최초의 후보였고, 트럼프는 그 문턱을 넘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정확한 투표율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이번 투표율은 미국인의 73% 이상이 투표했던 19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다시 한 번 여론조사를 앞지르고 농촌 백인 노동자들의 지지율을 높였다. 바이든 당선인은 도시와 교외 지역에서 2016년 투표율을 뛰어넘었다.

트럼프가 플로리다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에서 히스패닉계의 강한 지지를 이끌어 낸 결과는 향후 선거에서 민주당이 바로잡아야 할 약점이 어디 있는지를 알려준다. 공화당의 문제는 트럼프가 이끌어낸 백인 노동자들의 지지율이 다른 공화당 후보에게도 옮겨갈 수 있는지 여부다.

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선에서 이겼다는 소식을 들은 탈리아 존슨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샴페인을 든 채 축하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선에서 이겼다는 소식을 들은 탈리아 존슨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샴페인을 든 채 축하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바이든 ‘블루월’의 재건

바이든 당선인이 오대호를 가로지르는 산업 지역들 가운데 블루월을 재건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그가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턴의 한 노동자 출신 후보로, 정치인으로 거의 50년 동안 활동하며 고향과의 소통을 끊지 않았다는 점이 꼽힌다. 또 이를 통해 펜실베이니아와 같은 지역도 다시 민주당 대열로 포함시킬 수 있었다.

앞서 민주당에서 대선 경선 후보를 정할 때, 일각에서는 당시 바이든 후보가 ‘덜 진보적이다’라는 비난이 나왔다. 그러나 결국 당내 경선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신념에 더 부합했을지도 모르는 진보적인 후보들과 젊은 신진 스타들을 거부했고, 이는 그들이 바이든 당선인이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대표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이번 선거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석권했던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승리하며 유권자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바이든 선거 캠프는 선벨트를 가로 지르는 다른 경합주들을 보고 있는데, 힐러리 클린턴이 4년 전 승리했던 모든 주에서 이겼을 뿐만 아니라 네바다, 애리조나와 조지아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보다 우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지아주의 상원 연장전

공화당의 다수당 유지 여부를 판가름할 1월 5일 결선투표가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상원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이 연장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지아는 선거법상 50% 이상 득표자가 없을 경우 당과 관계없이 상위 득표자 2명이 결선투표를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선투표 예정일은 내년 1월 5일로 올해 안에 결론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두 정당이 현재까지 각각 상원 48석을 확보한 상황에서 2석을 보유한 조지아주에서 결선 투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그 결과에 따라 상원 권력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아직 개표가 완료되지 않은 알래스카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공화당의 유세가 유지된다면 공화당이 상원의석을 확보하면서 최종 공화당 50석, 민주당 48석이 된다.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도 상원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려면 조지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따라서 이번 결선 투표는 조지아를 전면적인 정치 싸움의 현장으로 만들 것이며, 양당은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마지막으로 조지아에 쏟아 부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분노

선거에서 지고 양보를 하는 것은 미국의 중요한 전통으로, 승자를 정당화하고 민주적 과정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떠나는 길에 이런 과정을 무너뜨리는 데만 급급했다. 120여년 만에 승복 전통을 깬 것이다. 6일 CNN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며칠간 참모들에게 “바이든 당선인에게 선거를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밝혀왔다. 마크 메도우스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지 않고 오히려 선거를 빼앗기고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함께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은 부재자 투표를 개표하는 과정에서 ‘조작’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의회 내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짜증을 어떻게 다룰지 몇 주간 지켜볼 수 있다. 일부를 제외한 공화당 의원들은 유권자들이 사기를 벌이고 투표 집계 과정이 날조됐다는 그의 거짓말에 대해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이런 주장이 합법적이라는 태도로 은폐하는 것은 권력의 평화적 이양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해리스, 역사를 만들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56)은 미국의 역사를 새로 썼다. 미국이 여성의 투표권을 헌법에 보장한 지 100년 만에 그는 미국 최초의 여성, 최초의 흑인, 최초의 남아시아 부통령이 됐다. 2세기 이상 미국 정치에서 고착된 백인 남성들을 지켜온 장벽을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허물고 있는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은 이날 밤 연설에서 여성의 참정권을 기리는 흰색 정장을 입고 “내가 이 공직의 첫 번째 여성이 될지는 몰라도 마지막 여성은 아닐 것”이라며 “오늘 밤을 지켜보는 모든 어린 소녀들이 이곳이 ‘가능성의 나라’라는 것을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당선인은 미국을 규정하면서도 워싱턴 권력의 중심에서는 찾을 수 없는 다문화주의를 대변한다. 그의 ‘흑인’이라는 정체성은 그가 경찰의 잔혹성과 조직적인 인종차별에 대해 1년 동안 개인적인 용어로 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역대 미국 정부에서 선출된 여성 중 최고위직에 오른 해리스 당선인의 승리는 4년 전 클린턴의 패배로 초토화됐던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 앞에서 유권자들이 대선 사전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줄을 섰다. 대선을 일주일 앞둔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이유로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독자제공) ⓒ천지일보 2020.10.27
[천지일보=이솜 기자]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 앞에서 유권자들이 대선 사전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줄을 섰다. 대선을 일주일 앞둔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이유로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독자제공) ⓒ천지일보 2020.10.27

◆블루웨이브는 없었다

민주당은 교외에서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흔들리며 하원을 장악했던 2018년 중간선거와 같은 결과에 더해 블루웨이브(민주당이 대통령직과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상황)를 기대하며 이번 선거에 임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 하원에서 다수 의석을 유지하겠지만 기존의 의석은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상원에서도 그들의 예상보다 훨씬 많은 곳에서 공화당을 이기지 못했다.

현재 트럼프의 대통령직을 끝낸 데 감격하고 있는 민주당은 이제 그들의 실패를 계산하며 다소 씁쓸한 선거의 현실을 직면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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