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의정부=송미라 기자] 부대찌개는 햄, 소시지, 베이컨 등 서양식 재료에 전통 고추장과 떡, 푹 고아낸 육수, 신선한 야채가 들어가 매콤한 국물이 일품인 한국식 퓨전음식이다. ⓒ천지일보 2020.11.8
[천지일보 의정부=송미라 기자] 부대찌개는 햄, 소시지, 베이컨 등 서양식 재료에 전통 고추장과 떡, 푹 고아낸 육수, 신선한 야채가 들어가 매콤한 국물이 일품인 한국식 퓨전음식이다. ⓒ천지일보 2020.11.8

맑은국물에 햄·김치 등 넣고 끓여

쌀쌀한 날씨 따끈한 국물 일품

삶의 애환과 그리움 묻어난 요리

[천지일보 의정부=송미라 기자] “예전에 찬바람 불고 배고프던 시절 미국산 햄과 콩으로 부대찌개를 만들어 먹었어요. 매일 먹어도 질리지도 않았죠. 지금은 또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인데 부대찌개 먹으면서 이겨냈던 기억이 떠올라 다시 힘이 납니다.”

찬바람이 불어온 지난 3일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에서 만난 권순영(가명, 70대)씨가 한 말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힘든 가운데도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어느덧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본지는 코로나19에도 여전히 성업 중인 의정부부대찌개거리를 찾아가 봤다. 어깨에 노란 띠를 두르고 차량을 주차장으로 안내하는 분들이 있어 친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방명록을 작성하고 식당에 들어서니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가득 찼다. 테이블마다 투명 칸막이가 설치돼 있어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다.

의정부부대찌개는 맑은 육수를 사용해 국물이 담백하고 시원하다. 여기에 햄과 소시지, 다진 고기가 들어간다. 또 산지와 계약재배를 통해 국내산 재료를 사용, 전통 염수절임방식으로 담근 김치도 들어간다. 게다가 비법 양념장까지 더해져 맛이 느끼하지 않고 깔끔하며 깊은 국물 맛이 일품이다.

친구와 함께 점식 식사를 하러 왔다는 김현철(가명, 32)씨는 “어제 친구들과 모임이 있어서 속이 힘들었는데 해장으로 너무 좋다”며 “맑은 국물이 담백하고 깔끔해 속을 기분 좋게 풀어준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친구는 “어려서부터 의정부에 살아서 부모님과 자주 와서 먹었다”며 “생각날 때마다 자주 와서 먹는 음식이 부대찌개”라고 했다.

의정부 부대찌개를 먹으러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도 있었다.

포천에 사는 허미숙(가명, 50)씨는 “동네에 있는 부대찌개는 많이 먹어봤지만 이 집은 오늘 처음 왔다”며 “입소문 듣고 와서 먹는 음식인 만큼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허미숙씨와 함께한 친구도 “이곳엔 처음 왔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천지일보 의정부=송미라 기자] 부대찌개는 햄, 소시지, 베이컨 등 서양식 재료에 전통 고추장과 떡, 푹 고아낸 육수, 신선한 야채가 들어가 매콤한 국물이 일품인 한국식 퓨전음식이다. ⓒ천지일보 2020.11.8
[천지일보 의정부=송미라 기자] 부대찌개는 햄, 소시지, 베이컨 등 서양식 재료에 전통 고추장과 떡, 푹 고아낸 육수, 신선한 야채가 들어가 매콤한 국물이 일품인 한국식 퓨전음식이다. ⓒ천지일보 2020.11.8

◆부대찌개의 유래, 의정부인 삶 묻어나

부대찌개의 역사는 한국전쟁 이후인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군부대가 경기도 의정부에 주둔하면서 생겨난 음식으로 식량이 부족했던 때 만들어진 음식이다.

어르신들은 부대찌개가 미군부대에서 꿀꿀이죽 통에 몰래 숨겨서 가지고 나온 식재료(칠면조고기, 햄 등)들로 만들어서 먹던 것, 즉 꿀꿀이죽이 현재의 부대찌개가 된 것으로 많이 알고 있다.

이에 부대찌개를 처음 시작했던 원조집에 찾아가 봤다. 부대찌개는 고(故) 허기숙 할머니가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에서 어묵(오뎅)을 파는 포장마차에서 처음 시작됐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기에 미군부대 장병과 군속들이 부대에서 햄과 소시지 등을 챙겨와 먹을 수 있게 요리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처음에는 햄과 소시지를 볶아서 간단하게 만들었지만 나중에는 물과 함께 전통김치와 장을 넣어 끓여 찌개로 만들면서 부대찌개가 탄생했다.

의정부인의 삶과 애환이 묻어 있는 부대찌개는 햄, 소시지, 베이컨 등 서양식 재료에 전통 고추장과 떡, 푹 고아낸 육수, 신선한 야채가 들어가 매콤한 국물이 일품인 한국식 퓨전음식이다.

부대찌개라는 명칭은 미군 부대에서 나온 재료들로 찌개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구전돼 불러지게 됐다. 그러나 1960년대 당시에는 부대찌개라는 말을 쓸 수 없어 그 당시 포장마차에서 사용하던 ‘오뎅’이란 이름을 붙여 상호명을 지금까지 사용하는 곳도 있다.

의정부 부대찌개가 대중에게 알려진 건 입소문에 의한 것도 있지만, 허영만 화백의 2003년 만화 ‘식객’에 오뎅식당이 나오면서부터다. 최근에는 최고의 해장 요리로 인식되며 마니아층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천지일보 의정부=송미라 기자] 의정부 원조 부대찌개 집인 오뎅식당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8
[천지일보 의정부=송미라 기자] 의정부 원조 부대찌개 집인 오뎅식당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8

◆야경이 멋있는 의정부부대찌개 거리

의정부부대찌개 거리는 1960년대 고(故) 허기숙 할머니가 오뎅을 파는 포장마차서 처음 시작해 오뎅 집들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골목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13개의 식당들이 부대찌개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또 원조집과 함께 오랫동안 이 거리를 지켜온 식당들도 있었다.

의정부시는 지난 2008년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라는 대형 아치를 설치해 거리를 형성했다. 이곳은 의정부 제일시장과 인접해 있고 경전철 ‘의정부중앙역’이 부대찌개 거리 바로 코앞에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후 한동안 부대찌개 거리도 한산했다. 그러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따끈한 국물을 떠올리며 찾는 사람들로 발길이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의정부시는 지난 2006년부터 매년 10월경 부대찌개 축제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됐다. 의정부부대찌개 거리는 지난 2014년 경기도 내에서 ‘착한 거리’로 지정된 바 있다.

따뜻한 국물과 정이 그리운 날 의정부에서 부대찌개를 먹으며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온정을 느껴보길 추천해본다.

[천지일보 의정부=송미라 기자] 의정부 부대찌개거리의 야경. ⓒ천지일보 2020.11.8
[천지일보 의정부=송미라 기자] 의정부 부대찌개거리의 야경. ⓒ천지일보 20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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