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밍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질 바이든 여사가 4일 밤 12시 30분(동부시간)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마련된 무대에 올랐다. 바이든 후보는
[윌밍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질 바이든 여사가 4일 밤 12시 30분(동부시간)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마련된 무대에 올랐다. 바이든 후보는 "우리는 이게 오래 갈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며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한 모두 바이든 외교정책에 관심

“북미협상, 실무부터 깐깐하게 따질 듯”

“도발 가능성 낮다”는 관측에 반론도

방위비 합리적 타결, 전작권 험로 예상

“주한미군 재배치, 불가피한 측면 있어”

“바이든, 中에 압박과 협력 함께 요할 수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가운데 그가 펼쳐낼 외교·안보 정책에 관심이 쏠린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입각해 대외 정책을 추진해왔다면, 바이든 후보는 동맹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전통적인 영향력을 다시 높일 것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특히 한반도 문제를 놓고도 트럼프 대통령과 시각차가 현격해 남북을 포함한 동북아 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터라 전 세계는 물론 관련 당사자인 남·북한 역시 그의 외교정책을 주목하고 있다.

◆대북정책, ‘톱다운’ 아닌 ‘바텀업’ 방식

우선 대북정책인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그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을 ‘무의미한 프로젝트’라고 비난하며 트럼프식의 ‘개인 외교’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바이든 후보는 ‘톱다운(top down, 하향)’이 아닌 실무협상부터 깐깐하게 단계를 밟아나가는 ‘바텀업(bottom up, 상향)’ 방식을 추구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온 문재인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가 ‘동맹 중시’를 표방한 만큼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처럼 비상식적인 요구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 요소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6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바이든 후보는 섣부른 정상회담보다는 실무협상에 방점을 두며 보다 체계적으로 따져가는 협상 방식을 보일 것 같다”며 “북한이 실질적으로 확실하게 핵을 줄이지 않으면 만나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을 보면 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우수근 중국 산동대 교수는 “북한의 핵무력이 고도화되는 등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 당시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마냥 방치하는 전략적 인내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바이든 후보가 실질적이라는 조건을 걸긴 했지만, 대북 외교라인이 갖춰지면 북미협상을 시도하는 등 성과를 내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도발에 나설까

미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도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톱다운 협상을 선호했던 북한은 바이든 후보의 바텀업 방식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또 바이든 후보 집권 시 코로나19와 경제난, 인종갈등으로 분열된 미국을 치유하는 게 훨씬 급선무인데다 앞선 정부의 대북정책을 재점검하고 새로운 정책과 외교라인을 구축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텐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북한이 인내하고 기다릴 수 있느냐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김 교수는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대북정책은 내년 여름은 돼야 시작될 텐데, 북한이 그 시간 동안 인내하고 기다릴 것인지가 중요한 변수”라며 “북한이 소위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선에서 대화판을 깨지 않고 기다릴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 북한이 최악의 경제난에 처해 있는 등 국제사회나 특히 중국의 경제지원을 기대고 있는 상황에서 도발에 나서지는 않지 싶다”며 “그런데 만일 미측에서 북한을 무시하거나 방관한다면 주의를 환기시키는 차원에서라도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수준의 도발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바이든 후보 집권 시 북미 실무협상 등이 미뤄지면 출범 초기나 내년 상반기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 입장에선 관심도 면에서 우선순위를 높이는 동시에 자기네들의 군사 역량을 테스트해보기 위해서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30일 오후 3시 40분경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남북한 분단 66년 만에 처음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나 경계석을 가운데 두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출처: 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관 Dan Scavino Jr. 트위터) 2019.6.30
30일 오후 3시 40분경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남북한 분단 66년 만에 처음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나 경계석을 가운데 두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출처: 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관 Dan Scavino Jr. 트위터) 2019.6.30

◆한미 현안, 동맹 관계 중시

아울러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회수 등 주요 한미 간 현안에 대해서도 짚어봤다.

방위비 협상의 경우 동맹 관계를 중시하는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인상 압박을 자제하는 등 합리적 수순에서 타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그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을 시사하며 분담금의 과도한 인상을 압박하는 데 대해 ‘동맹 갈취’라고 비판했다.

한미는 그간 방위비 문제를 놓고 1년 이상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방위비를 5배 인상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했다가 50%로 낮췄지만, 13% 인상안을 제시한 한국과는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와 관련해선 바이든 후보도 재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한데,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도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개념으로 이 문제를 구상해왔다는 게 주된 이유다.

다만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주한미군 재배치는 미 국방부가 세계전략을 재편하고 해외 주둔 미군을 재조정하는 과정의 일환”이라면서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어느 행정부와 꼭 관련 있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진아 한국구방연구원 연구위원도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공화당 조지 부지 전 대통령 때부터 나왔던 얘기다. 전 세계 주둔하는 미군을 어떤 식으로 운용할지 여부를 리뷰(검토)하는 것”이라면서 “글로벌한 문제다. 그런 차원에 한국도 한 축일뿐이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거들었다.

전작권 조기 전환 문제도 험로가 예상된다. 동맹을 통해 역내 균형을 도모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기조를 계승해 신중하게 접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데, 이럴 경우 문 대통령 임기 내에 전작권 환수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다자주의’ 강조… 中에 선택적 압박 관측

이뿐 아니라 ‘일방주의’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바이든 후보는 미중 갈등에서도 중국에 ‘선택적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확장을 하고 홍콩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데는 단호히 대응하되 기후변화와 핵 비확산 등 다자 간 협력이 필요한 현안에 대해선 중국에 손을 내밀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은 “미중 갈등은 계속 갈 수밖에 없다. 미국이 주도하는 체제에 중국이 들어오진 않는다. 미국의 시각이 바뀌었다”면서 “물론 다자주의를 얘기해왔던 바이든 후보로선 선택적 리더십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 대한 압박과 협력이 선택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통적인 안보 분야 등 중국의 역할이 필요한 영역에서 함께 가려고 할 텐데,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처럼 완전히 대화의 문을 걸어두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어느 정도 여지를 주는 등 열어둘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선 “한국에 대해 전면적인 반중국 노선을 취하라고 요구하기보다는 현안별로 미국 지지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부는 미중 양쪽을 잘 설득하는 실리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한미동맹을 강화하면 할수록 중국은 미국을 견제할 수밖에 없는 구조고, 그 영향은 한국에 미칠 수 있다. 결국 언젠가는 한국이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올 수 있다”며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한미동맹 때문에 거꾸로 중국이 한국을 쉽게 대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이 또한 한국의 전략적 가치인데, 그 부분을 살려나가는 게 선택의 우선이 돼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한국 방위비분담금 큰폭 인상 요구 (PG)[권도윤 제작] 일러스트. (출처: 연합뉴스)
트럼프, 한국 방위비분담금 큰폭 인상 요구.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