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의 개표가 한창이다. 몇 개 주에서 피를 말리는 접전이 이뤄지는 상황인지라 아직도 어느 쪽이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현 상황에서는 초 접전지역이던 미시간주 승리를 발판으로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선거가 늘 그렇듯이 끝까지 가봐야 한다. 특히 선거인단 확보에 따라 판세가 크게 바뀌는 미국의 독특한 대선제도를 감안한다면 섣부른 예상은 정말 금물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 중임에도 불구하고 무더기 소송전에 나선 모양새다. 우리 입장에 볼 때는 상식 밖의 일이지만, 그 또한 미국의 선거정치 연장에서 볼 일인 만큼 그대로 지켜볼 뿐이다. 우편투표 접수 시한인 3일 오후 7시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를 분리해서 다른 유효한 우편투표와 섞이지 않도록 재판부가 명령해달라는 소송이다. 납득하기 어렵긴 하지만 이에 따라 최종 개표까지는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 보인다. 혼전에 혼란까지 더해지면서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 의문까지 갖게 되는 새로운 현상을 우리도 지켜보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이번 기회에 한미관계에 대한 다양한 로드맵을 좀 더 치밀하게 마련하길 바란다. 바이든과 트럼프에 대한 각각의 시나리오와 함께 연방대법원까지 가는 장기전도 대비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상당한 준비가 됐을 것으로 보지만, 자칫 섣부른 판단이나 단순한 시나리오는 국익을 크게 해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 초기와 같이 한국정부의 패를 미리 보여주는 식의 외교전략은 이제 안 된다.

사실 바이든이든 트럼프든 미국의 한미관계 전략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실용외교는 이미 경험한 그대로다. 물론 북미관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정부가 미리 어떤 시나리오를 확정해 놓고 거기에 몰입한다면 그 반대급부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클 수밖에 없다. 그 모든 것이 국민의 부담이라면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옳다.

문재인 정부 초기의 서툰 한미외교는 결국 남북관계, 북미관계 심지어 한국의 국가이익까지 상당한 손실을 자초하고 말았음을 성찰해 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서 조급하거나 무리수를 둬서는 안 될 일이다.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북미관계를 푸는데 더 합리적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한국의 국격에 맞게, 북핵에 대한 현실적 해법에 맞게 다양하고도 정밀한 외교전략이 필요하다. 트럼프 이후는 동아시아 정세변화의 거대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