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미국 프로스포츠는 올 한 해 흥행에 크게 실패했다. 지난 10월 미국 프로야구(MLB)와 프로농구(NBA) 양대 프로스포츠가 최종 챔피언전을 끝으로 올 시즌을 모두 마감했다. 흥행의 바로미터인 TV 시청률 결과를 통해 올해의 흥행 성적표를 결산해보면 유례없는 흉년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MLB 정규시즌은 26% 하락했으며, 가을 클래식은 30% 이상 떨어졌다. 프로농구(NBA) 챔피언 결정전은 50% 이상 내려갔다. 골프와 미식축구도 동반 하락을 면치 못했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올 초 돌발적으로 터진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이 주요 원인이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비대면접촉을 실행하면서 스포츠 경기는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하지만 TV 중계는 코로나19 이전과 다름없이 경기를 생중계로 내보냈다. MLB의 경우 코로나19로 수개월 지연된 끝에 지난 7월 시즌 팀당 60경기를 소화하면서 TV 중계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릴 수도 있었다. NBA도 코로나19 유행 때문에 3월부터 7월까지 시즌 중단 사태를 빚은 끝에 플로리다주 올랜도 디즈니월드에서 외부의 위험을 차단한다는 보호막의 의미로 ‘NBA 버블’이라는 강력한 프로젝트를 시도했으며 이를 TV 중계로 생생하게 내보냈다. 이러한 노력은 모두 수포로 돌아간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으로 모든 이유를 전가시키는 것은 합당치 않다는 분석이 미국 언론계에서 제기됐다. 프로스포츠 TV 시청률이 떨어진 것은 미국 대선 뉴스 TV 시청률이 크게 올라간 것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코로나19가 크게 유행을 하는 가운데서도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의 양자대결 경선에 관심이 쏠리면서 뉴스 프로 시청률이 크게 뛰어올랐다. 지난 3월 한 주 동안 CNN은 전년 대비 156% 증가했다. 폭스뉴스채널과 MSNBC도 상승했다. CNN은 전체 일일 시청률이 132만명으로 107%나 급증했고, 폭스뉴스 채널은 45% 증가한 199만명으로 전체 케이블 TV 방송사 중 선두를 달렸다.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CNN과 폭스뉴스는 2분기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주로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폭스뉴스는 이례적으로 시청률이 상승했다. 트럼프의 변화무쌍한 언행이 크게 시선을 끌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미국 대선과정에서 바이든이 트럼프와의 격차를 벌려 나가자 충성도가 높은 트럼프 지지층들이 결집해 선거 캠페인에 열성적으로 참가하면서 선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소득 분배와 세금과 같은 경제문제를 비롯해 인종 차별, 소수민족 이민 등 사회적인 이슈까지 가세하면서 미국 대선은 어느 때보다도 대접전의 양상을 보였다. TV 등 방송매체를 포함해 언론 등은 두 후보의 모든 면을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하며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정치와 스포츠는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스타 중심으로 움직이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얘기이다. 특히 미국 대선의 경우 공화, 민주 두 후보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다. 올 대선은 신사 같은 동네 할아버지 인상의 바이든과 돌발행동을 불사하는 예측불허의 트럼프가 맞붙어 더욱 주목을 받았다.

올해 미국 프로스포츠는 내용면에서 대선의 두 후보를 누를만한 소재가 없었기 때문에 흥행에서 참패를 당한 것이 아닐까 싶다. 대선과 프로스포츠의 흥행 연관성은 비단 미국의 문제만은 아니다. 앞으로 2년 남은 2023년 한국 대선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누가 될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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