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부 전선 신원미상 인원 포착 (출처: 연합뉴스)
강원 동부 전선 신원미상 인원 포착 (출처: 연합뉴스)

합참 “북한군 특이동향 없어”

군의 대응 과정에 대한 논란도

전문가 “軍장비 실효성 확보돼야”

“군인인 듯… 민간인 넘기 힘들어”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 남성 1명이 강원도 고성 최전방 동부전선 철책을 넘어와 귀순 의사를 밝힌 사건이 4일 알려졌다.

그런데 이 남성이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는 과정에서 비상경보음이 울리지 않았고, 철책을 넘을 당시 감시장비에 실시간으로 포착됐지만 14시간 30여분이 지난 뒤에서야 신병을 확보하면서 군의 경계 시스템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軍 “동부전선서 北남성 신원 확보”

이날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 당국은 전날(3일) 저녁 7시 25분께 강원도 동부전선 전방 GOP에서 철책을 넘는 미상 인원을 포착했다.

군 당국은 즉각 해당 지역에 최고 수준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수색에 나섰지만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후 14시간 30여분 뒤인 이날 오전 9시 50분쯤 GOP 철책에서 1.5㎞ 떨어진 남쪽에서 신병을 확보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 주민으로 보이는 남성 1명이었고, 귀순 의사를 보여 관계기관과 공동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까지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군의 대응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남성은 철책을 넘기 전인 지난 2일 밤 이미 10시 14분과 10시 22분께 DMZ 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두 차례나 우리 열상감시장비(TOD)에 포착됐다.

군은 곧 정보감시형태를 격상하고 비무장지대(DMZ) 수색작전을 벌였지만, 해당 남성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군은 하루 가까이 지난 전날 저녁에서야 감시 장비로 철책을 넘는 모습을 파악했는데, 문제는 또다시 실시간 포착하고도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이 남성이 철책을 넘는 과정에서 철책의 이상 징후를 알리는 과학화경계시스템 센서도 작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군의 과학화 경계시스템조차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합참 관계자는 “능선이 많은 이 지역은 산세와 지형 등에 따라 감시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소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군이 해명을 하고는 있지만 웬만해선 센서 등 장비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없는데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인적 한계 때문에 앞으로도 과학화는 계속될 텐데 실효성 확보가 안 된다면 문제다. 명확한 점검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GOP철책. ⓒ천지일보DB
GOP철책. ⓒ천지일보DB

◆민간인인지 여부 확인 안 돼

현재까지는 이 남성이 민간인인지 군인인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철책을 맨몸으로 넘고 우리 군의 추적을 따돌린 점에서 침투한 북한 군인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군 당국이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이 남성은 우리 군에 붙잡힐 때 사복을 입고 있었으며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파악됐다. 곧장 이어진 우리 측 질문에 이 남성은 제대로 답을 못했지만, 질문이 이어지자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또 조사 결과 “이 남성이 시간 계산을 하며 우리 측 GOP 철책을 넘은 정황이 있어 귀순자가 아닌 침투한 북한 군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국회 국방위에 보고했다.

안 소장은 “민간인이라는 보도를 봤는데, 민간인이 철색선을 넘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DMZ 내에서 군 복무를 한 사람인가. 특수부대 훈련을 받아도 어렵다. 희한한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대남공작원도 밑쪽에 구덩이를 파거나 공구를 이용해 철책을 자르거나 해서 넘어갔는데, 날개가 달린 것도 아니고 철책선을 넘었다니 너무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고 덧붙였다.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군인이거나 관련자가 아닐까 싶다”면서 “동부전선 철책을 민간인이 넘기는 힘들다”고 거들었다.

한편 강원도 고성 동부전선 지역 전방부대는 지난 2012년 북한군 병사가 군 초소의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밝힌 이른바 노크 귀순 사건이 발생한 곳이다.

GOP 철책 일대 돼지열병 방역하는 장병들【양구=뉴시스】27일 육군 21사단 GOP 장병들이 강원 양구군이 지원한 휴대형 소독용 살포기를 사용해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철책 일대를 방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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