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된 박근혜 정부의 뒤를 이어 ‘부정부패가 없고 공정한 사회’를 약속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는 4대 비전과 12개의 세부 계획을 통해 총 784개의 공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문재인 정부의 공약 이행율은 13.9%에 그쳐 곳곳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동시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만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만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18년 “북핵문제, 반드시 해결할 것”

2년 뒤 “종전선언 후 북핵문제 해결”

文대통령 임기 내 비핵화 어려울 전망

미국 대선 주시하며 새로운 전략 구상

정치권 “새로운 남북미 관계 설정 필요”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북핵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고 전쟁위험이 없는 한반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북핵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 없이 종전선언만 외치고 있다.

다만, 미국 대선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전 양상으로 접어들면서 백악관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시계가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과 판문점 회담, 남북미 정상 회동,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개최 등을 견인하며,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 달성을 위한 대화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북한이 개성에 있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우리나라 공무원을 사살하는 등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도 냉각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임기 내에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거기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구체적 확인도 없이 종전선언을 제안하는 것이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유엔 총회 연설에서 “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 사이에서 실행되고 (이것이)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며 ‘선(先) 비핵화 조치, 후(後) 종전선언’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2018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산 그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 2018.4.27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2018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산 그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 2018.4.27

그러나 올해 유엔 총회 연설에서는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며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돼야 하며, 그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평화통일의 중장기 과제로 꼽은 동해권 에너지 자원벨트 구축, 서해권 산업물류 교통벨트, 동해 DMZ 환경관광벨트 조성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 추진, 남북교류 협력 활성화, 남북 접경지역 발전방안 모색 역시 국회입법 지연과 대북제재 등으로 실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남북경협을 바탕으로 경제발전과 생활공동체 형성 공약 역시 대북제재가 풀려야 한다는 우선과제가 남아 있다. 일각에선 공약 자체가 추상적이기 때문에 당초 평가 자체가 불가능한 공약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북한이탈주민 지원을 통한 ‘작은통일’ 실현은 지난 2018년 이후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기본계획을 실행하면서 유일하게 지켜진 공약이다.

7.4공동성명, 남북 기본 합의서, 6.15공동선언, 10.4정상 선언을 존중하며 변화된 국제환경과 남북관계에 맞는 새로운 합의 도출 공약의 경우, 지난해 6월 30일 남북미 정상 회동이 있었으나, 구체적인 협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통일 관련 공약이 추상적인 것이 많고, 대북제재 해제가 필요한 공약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루지 못할 공약을 내세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이산가족 신청자 전원 상봉 추진과 국군포로 송환문제 등에는 사실상 손을 놓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통일부는 지난해 12월 ‘제3차 남북 이산가족 교류 촉진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기본계획에 포함되는 이산가족의 범위를 국군포로, 납북자, 억류자 등 특수이산가족과 해외이산가족 등으로 확대한다. 아울러 북한주민, 선박, 사체 송환은 관계기관의 유기적 협력으로 인도주의 차원에서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4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견학지원센터에서 열린 개소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0.11.04. (출처: 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4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견학지원센터에서 열린 개소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0.11.04. (출처: 뉴시스)

이와 관련해 야권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기본적인 조치와 북한 인권재단 이사·특별대사 선임 등은 이행하지 않은 채 종전선언만 외치고 있다고 비판한다. 반면 여권은 북한의 비핵화도 중요하지만,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킨 뒤 비핵화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은 미국 대선을 예의주시하며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남북미 관계를 재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북한과 신속히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재선을 염두에 두고 집권 기간 외교적 성과에 매달려 왔던 터라 집권 2기 대북전략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접근을 ‘무의미한 프로젝트’라고 비난하며 트럼프식 ‘개인외교’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면 대북정책의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점쳐진다. 일각에선 오바마식 전략적 인내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북핵문제를 사실상 ‘방치’했던 당시의 방식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 바이든 후보 역시 실질적 북한 비핵화의 성과를 이루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4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전투표를 개표해 봐야 알겠지만, 현재 추세대로 가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며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종전선언이나 북미대화가 진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정부‧여당의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북미대화가 진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면 새로운 남북미 관계를 구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예의주시하며 꽉 막힌 남북·북미 관계를 풀어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출처: 뉴시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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