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선거일에 인파가 몰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카운티는 투표소를 며칠 일찍 열며 직접 투표가 시작됐다. (출처: 뉴시스)
2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선거일에 인파가 몰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카운티는 투표소를 며칠 일찍 열며 직접 투표가 시작됐다. (출처: 뉴시스)

사전투표만 1억명 달해 ‘최다’

“4일 정오까지 결과 확실은 9개주”

선거 당일 밤 결과는 불확실

소요 사태 경계 주방위군 대기

[천지일보=이솜 기자] 3일(현지시간) 치러질 미국 대통령과 상·하원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크다.

이는 미 역사상 최대 수가 참여한 사전투표에 따른 변수 때문이다. 사전투표 현황 사이트 ‘미국 선거 프로젝트’에 따르면 이날 3시 기준 사전투표자는 9965만 7079명에 달한다. 사전투표는 사전에 선거구에서의 현장 투표와 우편 투표로 나뉘는데 현재 현장 투표는 3572만 830명, 우편 투표는 6393만 6249명이 참여했다.

미국인들은 불안정한 정치적 분열과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불안감과 끊임없는 위기로 지쳐 있다고 이날 AP통신은 전했다. 이들의 고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중 어느 쪽을 택하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은 오래 전에 후보 선택을 끝냈다. 그러나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들은 민주적 기초가 갑자기 취약해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올해는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기 때문에 어떤 사건이든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 그들의 투표가 반영될 것인가. 패자는 결과를 받아들일 것인가. 승자는 갈라지고 병들고 불안정한 나라를 고칠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잠정투표까지 새 변수”

뉴욕타임스(NYT)가 모든 주 관계자들에게 설문한 결과 11월 4일 정오(현지시간)까지 개표 결과가 98%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주는 9개에 그쳤다. 현재 22개주와 컬럼비아특별구에서는 투표용지가 선거일 이후 도착하는 것을 허용하므로 유권자들의 투표용지 반납 시기에 따라 개표가 늦어질 수 있으며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 관리들은 공식 집계에는 며칠이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잠정투표’다. 잠정투표란 선거인명부에 없는 유권자가 투표소에 나올 경우 먼저 투표를 하고 나중에 투표권 여부를 판단하는 미국만의 독특한 선거 제도다. 통상 잠정투표의 숫자가 유의미할 정도로 많지는 않지만 우편투표자들이 많아지면서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생겼다. 최근 몇몇 경합주에서 우편투표 배달이 지연됐다는 보도 등이 나오며 불안해진 유권자들이 우편투표를 신청했거나 투표용지를 보냈지만 배달이 완료가 안 된 경우 선거 당일 직접 투표소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우편투표 용지를 요청했던 유권자들은 직접 투표할 경우 잠정투표를 하게 되는데, 잠정투표는 일반적으로 개표 순서가 가장 늦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대기업들은 개표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수천만개의 우편투표로 선거 첫날 결과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음을 유권자들에게 상기시키는 데 노력 중이다. (출처: 트위터 캡처)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대기업들은 개표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수천만개의 우편투표로 선거 첫날 결과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음을 유권자들에게 상기시키는 데 노력 중이다. (출처: 트위터 캡처)

◆선거 결과는 언제쯤

이 가운데 증거 없이 우편투표가 부정선거라고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막바지 유세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선거 직후 불확실성과 혼란이 이어질 수 있음을 계속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대기업들은 개표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수천만개의 우편투표로 선거 첫날 결과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음을 유권자들에게 상기시키는 데 노력 중이다. 공화당과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선거 당일 현장 투표로 대부분 몰리기 때문에, 개표 초기 경합주 등에서 트럼프가 앞서나가면 조기승리선언을 할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오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밤에는 주의 개표 방식에 따라 우편 투표나 직접 투표 중 한 종류의 투표만이 먼저 개표될 수도 있어 실제 선거일 밤 일부 주에서는 트럼프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는데, 이후 며칠 동안 바이든에게 유리한 우편투표 개표가 이어져 결과가 뒤집어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또는 그 반대의 상황도 가능하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의 선거 전문가인 찰스 스튜어트 3세는 “주 결과의 초기 왜곡은 단기간 지속될 수 있으며 주의 어느 카운티나 선거구가 가장 빨리 보고되는지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NYT에 전망했다.

핵심은 이날 초저녁 선거 결과가 이전만큼의 대표성이 없다는 점이다.

다만 플로리다,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는 경합주이면서도 앞서 우편투표 경험이 있어 개표도 빠를 것이며, 일찍 투표를 마감하기 때문에 NYT는 대선의 향방을 빠르게 예측해볼 수 있는 주로 꼽았다. NYT에 따르면 바이든이 이 세 주 중 한 곳이라도 승리한다면 확실히 당선될 수 있다. 트럼프의 경우 이 세 주에서 모두 이겨야 재선에 가능하다. 만약 이들 주에서 결과가 불분명하거나 트럼프가 모두 이긴다면 애리조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등 일부 주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베벌리힐스에서 한 상가가 선거 이후 시위나 약탈에 대비하기 위해 창문과 문에 합판을 설치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베벌리힐스에서 한 상가가 선거 이후 시위나 약탈에 대비하기 위해 창문과 문에 합판을 설치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선거 후 폭력사태 우려 커져

이같이 선거 결과에 따른 혼란과 불안이 가중된 데다 실제 유세 지역에서는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지다 보니 대선 직후 상황에 따라 폭력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선거 전날에는 트럼프와 바이든 지지자들 사이에 실제 충돌 사태가 빚어졌으며 지난 주말에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차량을 몰고 나와 뉴욕, 뉴저지, 콜로라도 등에서 고속도로와 다리 등을 점거하기도 했다.

극성 지지자들이 개표 상황과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거리로 뛰어나오고 그 과정에서 약탈 등 폭력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상점 주인들이 유리창에 가림막을 설치하는 등 대혼란을 대비하고 있다. 또한 매사추세츠와 텍사스 등 일부 주정부들은 주방위군을 곳곳에 배치했다.

양 진영은 모두 상대측이 선거 후 난동을 부릴 수 있는 위협이라고 경계하고 있다.

뉴욕시 반(反)명예연맹(ADL)의 극단주의 전문가 오렌 시걸은 VOX에 양 진영 지지자들이 상대를 이념적으로 어떻게 묘사하는지 대해 “(바이든은) 급진좌파, 그리고 트럼프는 파시스트다”라고 말한다며 “이것은 좌우를 극단적으로 보는 방식”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적대감 때문에 국민들이 정치적 대립 가운데 폭력을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한 정치학자 단체는 10월에 민주당 또는 공화당이라고 밝힌 미국인 3명 중 1명이 “폭력이 정당화돼 그들 정당의 정치적 목표를 진전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는 연구를 보고하기도 했다.

이런 인화성이 큰 상황에서는 작은 불꽃만 있다면 불이 타오르게 된다. 도둑맞은 선거에 대한 인식이 바로 그것일 수도 있다.

워싱턴DC의 브루킹스연구소 싱크탱크의 대니얼 바이먼 테러 전문가는 “(선거 후 반응이) 얼마나 안 좋을지 알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어느 선거 때보다 폭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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