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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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북한종교자유백서 출간

북한이탈주민 1만명 실태조사

종교 활동 범죄 취급 여전해

 

적발시 처벌 수위 매우 높아

‘종교활동 적발’ 가장 많아

종교물품 소지해도 문제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최윤옥 인턴기자] “A씨가 중국에 가만히 건너갔다가 성경책을 갖고 왔대요. 집에 숨겨놓고 봤던 모양이에요. 남편이 잘 나가서 집에 사람들이 많이 왔다 갔다 했어요. 그런데 그 집 어린 아이가 우리 집에 재미있는 책이 있다고 하면서 그 책을 보여주고 그랬나 봐요. 그래가지고 말이 나오고 하면서 그 집이 쫄딱 망했어요…. 그 해 A씨는 보위부에 끌려가서 조사를 받았는데 그때 많이 맞고 고문당하면서 하반신 마비가 왔어요. ”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2020 북한종교자유백서’에는 북한 내 종교의 자유 침해 실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해당 백서에는 북한이탈주민 1만 4832명을 대상으로 지난 2007년부터 진행된 북한 종교자유에 대한 인식조사 내용이 실렸다.

백서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파악된 북한 종교박해 사건은 1411건이었다. 이 가운데 예배나 기도 등 종교 활동이 적발돼 처벌받는 경우가 748건(53.0%)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도 성경책과 십자가와 같은 종교물품을 소지한 경우 332건(23.5%), 중국 등 제3국에서 선교사 또는 기독교인을 접했거나 북한에서 종교 활동을 하는 인물을 접한 경우 63건(4.5%) 등이 있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북한의 종교박해 사례도 공개했다. 위에 소개된 A씨의 사례도 여기에 있다. A씨 얘기를 전한 응답자는 당시 A씨가 풀려나서 반죽은 상태로 집에 왔는데 다시 건강해졌다고 한다. 그것도 잠시, A씨는 이후 신체검사에 합격됐고, 다시 함흥 오로교화소로 이송됐다. 응답자는 “A씨가 그곳에서 죽었다”고 밝혔다.

A씨처럼 성경책 등과 같은 종교물품을 소지했다가 적발돼 처벌받는 사례는 적지 않다. 탈북자 김모씨는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성경책을 집에 놔뒀다가 발각이 돼서 끌려 나갔다”며 “아주머니는 성경을 보관했다는 이유로 머리, 심장, 다리가 묶여 그 자리에서 총살됐다”고 증언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이처럼 북한 내에서 종교생활을 한 사실이 적발되거나 강제송환 후 조사과정에서 종교활동과 관련된 사실이 밝혀질 경우, 인권 침해를 당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정베드로 목사와 김희태 씨가 북한 지하교회의 실태를 담아 공동 저술한 책 ‘박해’에 수록된 지하교인이 신앙을 위해 필사한 ‘주기도문’ 사진. (사진출처: 도서 ‘박해’)
북한 지하교회의 실태를 담아 공동 저술한 책 ‘박해’에 수록된 지하교인이 신앙을 위해 필사한 ‘주기도문’ 사진. (사진출처: 도서 ‘박해’)

이 같은 사실은 현재까지 북한 내 ‘종교의 자유’가 사실상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로 북한인권정보센터가 가장 최근의 북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2007년 이후 탈북민을 상대로 설문조사 및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북한에서 자유롭게 종교 활동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1만 4052명 중 1만 3993명(99.6%)이 ‘종교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합법적인 예배처소의 존재 여부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1만 4075명(98.6%)이 ‘없다’고 응답했다. 있다고 응답한 184명(1.3%)의 경우도 가정예배 처소가 있다는 인식만 갖고 있을 뿐 실제로 목격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러한 북한에서 종교 활동은 심각한 범죄로 취급된다. 처벌 수위 역시 매우 높다. 북한에서 종교 활동 시 처벌받게 되는 수준에 대해 응답자의 6408명(46.7%)이 ‘정치범수용소행’이라고 답했다. ‘교화소(한국의 교도소)행’은 1467명(10.7%)이었고, 가장 낮은 처벌 수준인 ‘노동단련형’은 417명(3.0%)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 사이에서 종교 특히 기독교 신앙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2000년 이전 탈북 한 북한이탈주민 중 성경을 본 경험자는 단 16명에 불과했지만 2000년 이후 탈북 한 북한이탈주민 중 성경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559명이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최근 북한에 성경 유입이 증가하면서 그 사례가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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