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와당 연구가

도철(饕餮)은 고대 중국민족이 벽사(辟邪)의 주신으로 삼은 대상이다. 도철가면의 전신은 쓰촨성(泗川省)에서 발견된 3~5천년 전 유적 삼성퇴(三星堆)의 청동 가면이다. 서울에서도 전시회를 통해 삼성퇴 유물이 선을 보였는데 도철을 닮은 가면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구려족 치우 전사들이 쓴 가면은 도철과는 전혀 다르다. 치우상은 전사의 얼굴이지만 도철은 그야말로 괴물 형상으로 도깨비란 명칭도 여기에서 연유했는지 모른다. 고대 한나라 화상전이나 전국시대 반원와당에서도 도철문양을 찾을 수 있다.

치우의 전사들은 황제군과 전쟁할 때는 철가면을 썼다고 한다. 철을 제련하는 기술을 제일 먼저 개발, 보유량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철가면은 어떤 모양이었을까. 머리에는 두 개의 뿔이 있었고 눈과 코는 크게 표현됐다. 바로 치우의 얼굴을 본뜬 모양이었을 것으로 상정된다. 철가면을 쓰고 전쟁에 임한 치우군사들을 보고 황제 군사들은 공포에 떨었다.

치우 4면 와당 ⓒ천지일보 2020.11.3
치우 4면 와당 ⓒ천지일보 2020.11.3

당나라 사학가 장수절(張守節)은 ‘사기정의(史記正義)’에서 치우군사들을 이렇게 기록했다.

‘치우는 형제가 81명이 있었는데 짐승의 몸에 사람 말을 하였고 구리 머리에 쇠 이마를 하였으며 모래와 돌을 먹었다. 칼, 창, 큰 활 등의 병장기를 만들어 천하에 위세를 떨쳤다.(有蚩尤兄弟八十一人 幷獸身人語 銅頭鐵額 食沙石子 造立兵仗 刀戟大弩 威振天下하니라.)

이번에 소개하는 치우 가면 와당은 국내성 유지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유례가 없는 유물이다. 고구려 전사들도 전쟁에 임했을 때 이런 가면을 쓰지 않았을까.

이 와당은 가운데 검파형의 장식을 십자로 배치하고 그 주위로 4개 면의 치우얼굴을 장식했다. 아마에는 약화된 삼산형의 뿔이 있으며 눈은 크고 위로 치켜든 형상이다. 입은 벌리고 있으며 자방과 연결돼 있다. 치우 얼굴 사이에는 뾰족한 형태의 간판을 뒀는데 수염과 연결하여 흡사 당초문과 같은 인상을 준다.

사면에 치우상을 배치한 것은 누구도 건물에 침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경고했던 것은 아닐까. 경 15㎝, 두께 4㎝. 색은 적색이며 모래가 섞인 경질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