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부문 직접 ‘진두지휘’
견조한 실적으로 입지 다져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승부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허윤홍(41) GS건설 사장이 신사업에서 성과를 보이면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허 사장은 지난해 말 신사업 부문 대표로 승진한 후 자신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신사업을 필두로 견조한 실적을 올리며 4세 경영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허창수 GS건설 회장의 장남인 허 사장은 기존 건설업에 국한돼 있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신사업 추진을 통해 사업 다각화로 회사의 미래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허 사장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GS건설이 다양한 신사업 분야로 확장을 모색할 수 있었던 데에는 허 사장의 활약이 컸다는 평가다.
◆3분기 신사업 매출 전년比 170%↑
GS건설이 3분기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낸 것도 허 사장이 담당하는 신사업 부문의 역할이 컸다. 3분기 신사업 부문 매출은 189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0% 급증했다.
그가 주도하는 신사업 성과로 올해 인수한 글로벌 모듈러 업체 폴란드 단우드와 영국 엘리먼츠를 꼽을 수 있다. 모듈러는 건축물의 주요 구조물을 사전에 공장에서 제작, 공장현장에서 조립하는 공법이다.
두 회사의 인수에만 2천억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모듈러 두 업체의 유럽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영돼 매출과 신규수주 모두 성장했고, 향후 사업의 본격화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GS건설 측의 설명이다.
또한 2차전지 재활용 관련 신사업에 대한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1월 포항 영일만 4일반산업단지 내 재활용 규제자유특구에서 2차전지의 재활용 사업을 위한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기조에 따라 수혜가 예상되는 사업이기도 하다.
해외 수처리와 인도 태양광 개발사업 등도 신사업 부문에서 허 사장이 공을 들이고 있다. 수처리 사업은 GS건설이 지난 2011년 스페인 업체 ‘이니마’를 인수하고 진출했다. GS건설이 지난해 자회사로 인수한 GS이니마는 순이익 230억원 이상을 올리는 알짜 자회사로 자리 잡았다.
◆경영 능력 대내외 입증할 기회
GS건설이 추진하는 데이터센터 임대사업도 주목할 만하다. GS건설은 데이터센터를 자체적으로 구축한 후 빌딩이나 건물 임대업처럼 데이터센터 내 공간 및 서버를 일정 비용을 받고 빌려주는 코로케이션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GS건설은 승강기(엘리베이터) 시장 진출을 위한 법인 ‘자이메카닉스’ 설립하고 승강기 설치 및 유지보수 등의 관리업무를 한다.
무엇보다 허 사장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는 것이다. GS건설은 사모펀드(PEF)인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는 GS건설 컨소시엄 외에도 현대중공업지주·한국산업은행인베스트먼트(KDBI) 컨소시엄, 유진그룹, 글랜우드PE, MBK파트너스,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등이 참여한 상태다.
허 사장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건설 부문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GS건설 측의 설명이다. 그동안 허 사장이 공격적인 사업확장으로 신사업에서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은 자신의 경영 능력을 대내외에 입증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이 인수전에서 승리할 경우 기존 건설부문과 건설장비 부문과의 수직계열화가 가능해진다. 또 두산인프라코어가 갖고 있던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효과를 낼 수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신사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니깐 중장기적인 상황까지 계속 지켜봐야 한다”며 “미래성장 전략으로 기존 건설업만을 가지고는 승부하기 어려우니깐 신사업을 적극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으로 ‘책임 경영’
허 사장은 신사업을 추진하며 성과를 나태는 가운데 자사주 매입에 나서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허 사장은 지난달 의결권 있는 GS건설 보통주 7만 8300주(0.10%)를 장내 매수했다.
해당 지분가치는 20억원 규모다. 이번 주식 매입으로 허 사장의 GS건설 보유주식 수는 기존 26만 2318주에서 34만 618주로 늘어나면서 지분율은 0.43%까지 확대됐다. 허 사장은 올해 1월에도 의결권이 있는 GS건설 보통주를 20억원어치를 사들여 지분율을 33%까지 확대한 바 있다.
허 사장의 지분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회사 지분율이 낮은 편이다. 다른 GS그룹 오너 4세들이 그룹 지주사인 ㈜GS 지분율을 높이고 있을 때 GS건설 지분만 늘렸다. 허정수 GS네오텍 회장(3.23%), 허진수 GS칼텍스 의장(3.79%), 허명수 GS건설 전 부회장(3.05%)보다도 낮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허 사장의 지분 매입을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보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일각에선 허 사장의 계속된 지분 매입 배경으로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한 것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1979년 서울에서 출생한 허 사장은 한영외고를 졸업한 뒤 세인트루이스대 국제경영학을 거쳐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2002년 LG칼텍스정유에 입사한 뒤, 2005년 GS건설에 입사했다.
GS건설에서 대리로 업무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후 재무팀장, 경영혁신담당, 플랜트공사담당, 사업지원실장을 역임했다. 허 사장은 2018년 신사업 추진실장 부사장으로 보임한 뒤, 지난해 12월 2020년 정기 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