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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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국가주의는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復興)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하고 오늘도 진군한다. 해괴망측(駭怪罔測)한 국가주의는 중국식 사회주의라는 말로 포장된다. 도대체 이 나라는 사회주의 국가인지 자본주의 국가인지 명확하지 않다. 등소평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은 그들의 본심을 드러내고 있다. 일체의 논쟁을 단번에 정리한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이 말은 현재 중국의 지도자들이, 그리고 인민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또한 예측이 가능하다.

다소 쳐지면서도 미국에 맞서는 힘의 원천은 무엇인가. 강력한 중앙통제와 공산당 이름으로 실행하는 모든 정책은 당연히 따라야만 한다는 교육을 평생 직간접적으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이라고 불리는 촌, 읍·면·동에 해당하는 현, 그리고 대도시와 도에 해당하는 성, 자치구, 특별시에 이르기까지 촘촘히 그물망으로 엮여져 있는 행정단위와 사회 집단구조 속에서 이탈 없이 살아야만 한다. 떨어져 나가는 순간 구성원으로 살아가기가 어렵게 만들어져 있다. 평상시에는 일반 서구자본주의와 같이 아주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에서 필요한 사태가 발생하면 전 사회가 동원 체제로 일시에 작동하는 힘을 발휘한다.

가령 미국과 무역마찰을 시작한 이래 이러한 성향은 더욱 두드러졌다. 그 원천은 하부기관이 공산당 조직을 중심으로 세포구조와 같이 사슬로 이어져 있는 조직들이 작동하고, 부단한 체제 선전선동 교육이 주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반문도 있을 수 있다. 바쁜 현대생활에 일일이 관과 공산당이 주도하는 활동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느냐 라고.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주변부에 맴돌고 있기에 크나큰 역할도 못하고, 결정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기에, 목소리는 그냥 들리는 메아리에 불과하다.

공산당 세포조직은 9000만 명의 당원을 거느리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 전착(纏着)되어 있다. 물론 약간의 구멍도 있지만 일사분란하게 구동되고 있다. 태어나 교육기관에 처음 발을 들여 놓는 순간, 공산당을 찬양하는 교육을 세뇌 받는 수준까지 받는다고 이해하면 부족함이 없다. 한국이 일본의 역사왜곡 교육을 비판하는 대표적인 것 중에 하나에 독도가 있다. 새롭게 개정해 이제는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청소년들에게 가르친다. 그들이 성장해 사회의 주류가 되면 독도는 당연히 자기네 땅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중국도 공산당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고, 한국 6·25전쟁은 남침이 아니고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으로 제국주의와 맞선 위대한 승리의 전쟁이다.

2049년 중화인민공화국 탄생 100년이 되는 해에는 미국을 앞질러 세계1위가 된다고 자연스럽게 교육받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에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게 조작한 것도 통제받는 환구시보이며 잠잠하게 만든 것도 뒤에 있는 공산당 조직이다. 여기에 적극 추종한 90년대 이후 출생하여 중국몽(中國夢)을 반드시 이룬다는 교육을 받은 젊은 세대들의 국가 민족주의의 표출이 한 몫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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