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힌지시간)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한 종교 단체 지지자들이 프랑스 대통령에 대한 항의 시위 도중 프랑스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출처:AP/뉴시스)
지난달 31일(힌지시간)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한 종교 단체 지지자들이 프랑스 대통령에 대한 항의 시위 도중 프랑스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출처:AP/뉴시스)

프랑스 이슬람 흉기 테러 속출

29일 성당서 참수 사건 발생

참수 현장서 “신은 위대하다”

마크롱 “이슬람의 테러 공격”

이슬람권, 반 프랑스 시위 확산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이슬람 파시즘의 광풍이 몰아쳤다. 이제는 평화라는 무기를 버리고 전쟁이라는 무기를 택할 때다.”

프랑스 남부 해안도시 니스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추정되는 20대 남성이 노트르담 대성당에 들어가 기도하는 시민들을 참수하고 살해하면서 프랑스와 이슬람권의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이슬람권인 말레이시아 전 총리는 “무슬림은 프랑스인을 죽일 권리가 있다”고 까지 해 논란에 불이 붙었다.

앞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해안도시 니스에서 한 20대 남성이 아침 일찍 기도하러 온 70대 할머니를 참수하고 다른 여성과 성당 관리인 등을 찔러 목숨을 잃게 했다. 이날은 이슬람교를 창시한 예언자 무함마드의 탄생일이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테러 용의자는 몇주 전 유럽에 도착한 21세 튀니지인이었다. 그의 소지품에선 이슬람 경전인 코란이 발견됐다. 현장에선 경찰에 붙잡힐 때까지 길이 30cm 흉기를 휘두르며 ‘알라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란 구호를 계속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프랑스와 이슬람 세력 간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불과 2주전인 지난 16일 프랑스에서는 역사교사 사뮈엘 파티(47)가 체첸 출신 난민에게 참수됐다. 파티는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다룬 만평 등을 보도한 후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를 당한 잡지사 샤를리 에브도 사건을 학생들에 가르쳤다는 이유로 이슬람 단체의 위협을 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에미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1일 파티의 국가 추도식에 참석해 “그는 테러리스트를 타파하고, 이슬람주의자를 굴복시키고, 자유로운 프랑스 시민으로 살고자 하는 열망의 상징”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가운데 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전 총리는 프랑스 역사교사 참수 사건과 관련해 프랑스 식민시절 대량학살을 언급하며 “무슬림은 프랑스인 수백만 명을 죽일 권리가 있다. 불매운동은 프랑스인들이 식민지 시대에 저지른 잘못을 보상할 수 없다”는 트윗을 남겼다. 그의 글에 비난이 쇄도하자 그는 문제의 트윗을 삭제했다.

이번 니스 참사에 마크롱 대통령은 현장을 찾아 “이슬람의 테러 공격”이라고 명명헀다. 그러면서 “프랑스는 우리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공격을 받는다면 그건 테러리즘에 항복하지 않는 우리의 열망, 우리의 자유에 대한 가치 때문”이라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영토 전역에 군 배치를 강화하고 교회를 포함한 예배 장소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테러 대응 수위를 최고로 높이고, 대응 병력을 3000명에서 7000명으로 늘렸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갈등에 기름을 끼얹은 것으로 보인다. 무함마드에 대한 묘사나 풍자가 금기시된 이슬람권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신성모독’을 저질렀다며 강한 반발이 일고 있다. 이슬람권 나라에서도 프랑스 정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방글라데시와 같은 아시아 국가와 중동에서는 프랑스를 규탄하는 대규모 반(反) 프랑스 시위가 확산하고 있으며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파키스탄의 경우,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프랑스 대사관에 수천명의 시위대가 몰려들면서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며 해산시켰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을 형상화한 허수아비의 화형식을 개최했으며, 마크롱 대통령을 ‘이슬람 혐오주의자’라고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공식 성명을 내고 “프랑스 대통령이 이슬람과 전세계 무슬림 사회에 대한 무례한 발언을 한 것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전 세계적으로 20억명이 넘는 무슬림을 불쾌하게 했고, 여러 종교들 간의 분열을 촉발했다”며 “표현의 자유는 명예와 신성함, 종교적 가치와 상징의 신성불가침을 더럽히는 방식으로 행사돼선 안 된다”고 일침했다. 인도네시아는 2억 7000만명 인구 가운데 87%가 무슬림이다.

유엔은 파리 교사 참수, 니스 성당 테러 이후 이어지고 있는 프랑스 등 유럽권과 이슬람권의 갈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급진적 이슬람 테러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프랑스이건 아니건 어떤 나라도 그런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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