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대만 타이페이의 한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출처: 뉴시스)
29일 대만 타이페이의 한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세계 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막기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는 가운데 대만은 지역사회 감염이 한 명도 없는 상태를 200일째 유지하고 있어 주목된다.

코로나19 유행에 대한 대만의 대응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 중 하나로 알려졌다. 2300만명 인구의 대만은 지난 부활절 주말이 4월 12일을 마지막으로 현지에서 전염된 확진자를 보고했다. 31일 기준 누적 확진자 수는 554명인데 이 중 55명만이 지역사회 감염 사례다. 총 사망자는 7명이다.

이 같은 대만의 획기적인 성과는 프랑스와 독일이 새로운 봉쇄령을 시행하고 미국의 일일 신규 확진 수가 8만 8천명 이상의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일주일 만에 나온 것이다. 대만과 인구 규모가 비슷한 미국의 플로리다(2100만명)에서는 지난 30일 하루에만 5592명의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CNN방송에 따르면 대만 방역 성공의 열쇠는 ‘속도’에 있었다. 대만은 엄격한 봉쇄나 조치를 제정할 필요가 없었다. 또한 중국 본토와 같은 시민적 자유에 대한 과감한 제한에도 의존하지 않았다.

다만 대만 정부는 2019년 12월 31일 바이러스가 우한에서 처음 확인된 직후 우한에서 직항편을 이용하는 승객들을 선별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당시는 바이러스의 존재 자체가 루머로 알려지고 보도 또한 제한되던 때였다. 대만은 지난 1월 21일 코로나19 첫 확진자를 확인한 후 우한 주민들의 입항을 금지했다. 중국 본토, 홍콩, 마카오에서 들어오는 모든 승객들도 심사를 받아야 했다. 이 모든 일은 우한이 자체 봉쇄를 시작한 1월 23일 이전에 일어난 것이다. 3월까지 대만은 외교관, 거주민, 특별 입국 비자를 가진 사람들을 제외하고 모든 외국 국적자들의 입국 또한 금지했다.

대만이 코로나19 방역을 하기에 지리적으로 유리한 측면도 있었다. 대만은 섬이기 때문에 당국이 국경을 통해 출입을 통제하는 게 더 쉽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전의 뼈아픈 경험이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의 치명적인 발병을 겪은 후 대만은 대유행의 대처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고 조셉 우 대만 외무장관은 지난달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그는 “그래서 중국에 몇몇 비밀 폐렴 환자가 있으며 이들이 고립된 상태로 치료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는 이것이 비슷한 상황임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당시 사스 사태는 주민들에게도 손 씻기, 마스크 착용과 같은 질병 퇴치 습관에 대해서도 예민하게 인식하도록 만들었다.

당국은 사스 여파로 설치된 이 섬의 중앙 전염병 지휘소를 곧바로 가동해 각 부처 간 조율 작업을 벌였다. 정부는 또한 개인보호장비가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마스크와 보호 장비 생산도 대폭 늘렸다. 여기에 대량 검사와 빠른 역학 조사에도 돌입했다.

진건인 전 부총통은 “봉쇄는 이상적이지 않다”며 “중국 본토에서 시행되고 있는 대량 검사 계획의 유형도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매우 세심한 접촉 추적과 엄격한 근접 접촉 검역이 코로나19를 억제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만은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해외 입국자들로 인한 신규 확진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대만은 지난 2주 동안 20건의 해외 입국 확진자를 기록했으며 대부분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온 사람들로 아직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이날 타임지는 전했다.

일간 가디언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정말 없는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며 “현지 언론은 대만에서 출국 후 양성 반응이 나온 사람들의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 정부는 지난 28일 일본과 태국 보건당국으로부터 최근 출국한 3명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통보를 받았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