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를 사실상 소유하면서 그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를 사실상 소유하면서 그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19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서 박근혜 측 공격에 “거짓말”

‘BBK 동영상 속 MB 모습 공개… 나경원 “주어 없다”

“다스는 누구 것?” 유행어 되며 MB 실소유 논란 재주목

대법 확정 판결 뒤 MB “법치가 무너졌다” 격한 반응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2007년 12월 16일, 대선 마지막 TV토론에선 1대 다수의 구도가 만들어졌다.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대 반(反) 이명박 진영 후보들의 대결이었다. 그 이유는 토론회 직전 한 동영상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그 동영상의 촬영일은 2000년 10월. 당시 이 후보는 이렇게 말한다.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습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 2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상고심에서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 8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1992~2007년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비자금 약 349억원을 조성해 횡령하고, 삼성에 BBK 투자금 회수 관련 다스 소송비 67억 7000여만원을 대납하게 하는 등 110억원의 뇌물수수 등 16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재판부는 “횡령 내지 뇌물수수의 사실인정과 관련한 원심 결론에 잘못이 없다”며 이 전 대통령 측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이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대선 토론회와 같은 해인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었다. 상대 박근혜 후보 측은 이 후보에 대한 자동차 부품사 다스(DAS), 투자전문회사 BBK, 도곡동 땅 등에 관련한 차명 재산 의혹을 제기했다.

박근혜 캠프의 공격에 맞서 이 전 대통령이 했던 말들은 아직도 회자한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것 아시죠?”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8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여러분!”

대선후보 경선 합동연설이 열린 2007년 8월 6일, 이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얼마 뒤인 8월 17일 열린 합동연설에서의 발언도 많은 화제를 낳았다.

“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BBK가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여러분!”

이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된 이후에도 의혹은 계속됐다. 특히 미국 법원이 같은 해 10월 BBK 의혹의 핵심인물 김경준씨의 한국송환을 승인하면서 불이 붙었다.

◆“대통령직을 걸고 책임지겠다”

이 전 대통령은 11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대통령이 되더라도 BBK와 관련된 문제가 있다면 직을 걸고 책임지겠다”고까지 발언했다.

검찰도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대선 전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11월 15일 김경준씨가 한국 땅을 밟으며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검찰은 김경준씨를 구속하면서도 12월 5일 끝내 이 전 대통령을 무혐의 처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0년 10월 17일 광운대학교에서 “BBK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동영상. (출처: 유튜브 캡처)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0년 10월 17일 광운대학교에서 “BBK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동영상. (출처: 유튜브 캡처)

◆“BBK를 설립했습니다”

당시 여당인 대통합통합민주신당은 편파 수사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활로를 찾던 대통합통합민주신당은 마지막 TV토론회를 앞두고 회심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이 광운대학교에서 2000년 10월 17일 BBK에 대해 연설하는 영상이었다.

영상 속 이 전 대통령이 한 말은 이렇다.

“제가 한국에 돌아와서 인터넷 금융회사를 창립했습니다. 금년 1월달에는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하고, 이제 그 투자자문회사가 필요한 업무를 위해서 증권회사를 설립하기로 생각해서 지금 정부에 제출해서 며칠 전에 예비허가가 나왔습니다.”

모든 대선 후보들은 이 전 대통령이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정국은 거센 소용돌이에 빠졌다.

◆나경원 “주어는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이 “그러나, 주어는 없었습니다”라는 해명을 했고, 큰 화제를 낳았다. BBK가 나온 문장에 주어가 없었다는 것인데, 이 같은 나 대변인의 발언은 큰 조롱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강했다. 모든 의혹을 뚫어내고 기어코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이 돼서도 정호영 특별검사가 임명돼 이 전 대통령 혐의를 수사했으나, 무혐의라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2011년에도 이 전 대통령이 아들 이시형씨 명의로 내곡동 사저 부지를 매입했다는 의혹과 함께 다스 실소유 여부가 다시 논란이 됐으나, 검찰과 이광범 특검팀 모두 진실을 규명하진 못했다.

2017년 당시 ‘시사IN’ 주진우 기자의 ‘MB 프로젝트’ 시리즈 2탄 ‘다스는 누구 것?’의 표지. (출처: 시사인 트위터)
2017년 당시 ‘시사IN’ 주진우 기자의 ‘MB 프로젝트’ 시리즈 2탄 ‘다스는 누구 것?’의 표지. (출처: 시사인 트위터)

◆주진우·김어준 “다스는 누구 것?”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2017년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며 이 전 대통령 의혹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무렵엔 이시형씨가 다스 경영권을 장악한 듯 보이며 더 주목을 받았는데, 당시 ‘시사IN’의 주진우 기자는 ‘MB 프로젝트’ 시리즈를 내며 이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을 계속 띄우고 있었다.

그리고 “다스는 누구 것?”이라는 명제를 제시했다. 이를 계기로 주 기자와 절친한 방송인 김어준씨 등을 통해 “다스는 누구 것”이냐고 묻는 게 하나의 유행어가 됐고, 언론과 정치권에서도 쓰기 시작했다.

국정감사에선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다스가 누구 것이냐”고 묻기까지 했다.

그리고 2017년 10월 13일, BBK 주가조작 사건 피해자인 옵셔널캐피탈 대표 장모씨가 직권남용 혐의로 이 전 대통령 등을 고발하면서 새로운 수사의 서막이 올랐다.

이후 같은 해 12월, 검찰이 다스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할 수사팀을 편성했고, 다음 해인 2018년 1월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이 전 대통령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가 이뤄졌다.

과거와 달리 수사를 성공리에 진행한 검찰은 드디어 2018년 3월 19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사흘 뒤인 22일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써 4번째로 구속되는 치욕을 맛봤다.

검찰은 4월 9일 이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는데, 이때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던 이가 당시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8

◆1심 “MB가 다스 실소유자인 사실 ‘넉넉히’ 인정”

이 전 대통령은 “가히 ‘무술옥사(戊戌獄事)’라 할 만하다”며 조선시대 옥사에 비유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5월 23일 이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을 “무직”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 사건의 1심 재판부는 10월 5일 “피고인이 다스의 실소유자이고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며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82억여원의 추징금을 선고했다. 다스의 소유를 인정한 법원의 첫 판단이었다.

◆ 2심 뜻대로 안 풀린 MB “미친 X” 욕설

1심 결과에 충격을 받은 이 전 대통령 측은 2심에선 적극적인 증인신문 전략을 펼쳤다. 하지만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등 핵심 증인은 이 전 대통령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않았다.

이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한 뒤 돈을 주도록 지시했다”고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경위를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에 흥분한 이 전 대통령은 이 전 부회장을 향해 “미친 X”이라고 욕설을 내뱉었다.

이 전 대통령 측 전략은 실패했고, 검찰은 2심에서 뇌물 혐의액을 51억여원 추가해 징역 23년과 벌금 320억원 등을 구형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10.30.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10.30.

◆ 2심 “대통령 책임 저버려”

2020년 2월 19일 2심 재판부는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을 선고했다. 다만 추징금 82억원은 57억 8000여만원으로 감소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가 원수이자 행정 수반인 대통령으로 본인이 뇌물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뇌물을 받은 공무원이 있다면 관리·감독·처벌해 부패를 막아야 할 지위가 있었다”며 “그러나 지위에 따른 의무와 책임을 저버리고 공무원이나 사기업 등에서 뇌물을 받고 부정한 처사를 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 “법치가 무너졌다”

그리고 대망의 2020년 10월 29일, 대법원은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을 확정하기에 이르렀다.

1심과 2심을 오가며 보석과 구속집행정지로 불구속 재판을 받던 이 전 대통령은 이제 다시 수감될 운명에 놓였다.

그는 확정 판결에도 “법치가 무너졌다.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 “대법원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했다”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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