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이 지난달 28일 오후 인천 소청도 인근 해상에서 해앙수산부 공무원 북한 총격 사망 사고와 관련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해경이 지난달 28일 오후 인천 소청도 인근 해상에서 해앙수산부 공무원 북한 총격 사망 사고와 관련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전문가 “책임 전가, 피격 사건 마무리하자는 뜻”

남북관계 개선 여지엔 “미 대선 결과 대비 차원”

정부 “남북 소통 위한 군 통신선 우선 연결 촉구”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30일 서해상에서 발생한 북한군의 우리 측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남측에 우선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북한은 사실상 ‘피격 사건을 더 이상 문제 삼지 말라’고 종용하는 한편 남북관계 개선 여지를 남긴 셈인데, 코앞에 둔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이를 위한 대비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南탓”이라면서 “조치 취할 것”

북한은 이날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 보도 형식을 빌려 “서해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은 남측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임에도 주민을 통제하지 못한 데 우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서해 해상의 수역에서 사망자의 시신을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아직 결실이 없었다”면서 “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필요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남광규 매봉통일연구소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을 저질렀는데도 정부로서는 마땅히 할 말이 없게 됐다”면서 “특히 군이 우스운 꼴이 됐다. ‘시신훼손’ 등 앞뒤 발표가 맞지 않으니 북한이 그걸 트집 잡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북한이 “(남측) 보수패당이 그토록 야단법석대는 시신훼손이라는 것도 남조선 군부에 의해 이미 진실이 드러났다”고 언급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그러면서 남 소장은 “남측에 책임을 떠넘기고 필요한 조치를 할 테니 피격 사건을 이쯤에서 마무리하자는 의미인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남측 당국이 제안한 공동조사를 통한 진상규명 요구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고 진단했다.

서해 연평도 피격 공무원 추모집회(서울=연합뉴스) 서해 소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24일 밤 서울 경복궁역 주변 거리에서 열린 추모집회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서해 소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24일 밤 서울 경복궁역 주변 거리에서 열린 추모집회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 열어둬

다만 북한은 남북관계 복원 가능성도 열어뒀는데, “우발적 사건이 북남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갔던 불쾌한 전례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바로 우리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남 소장은 “북한도 미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관망하고 있을 것”이라며 “여전히 결과에 대한 예측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끈을 기본적으로 관리·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대선 결과가 나오면 그것과 대강해서 남북관계가 재개될 텐데, 북미관계 변화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봐진다”면서 “향후 전략적 노선이 정해지면 내년 1월 8차 당 대회이후 북한의 움직임과 연동해서 남북문제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북한도 북미관계든 남북관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막히면 쉽게 돌파구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데다 제제·코로나19·수해 등 최악으로 치닫는 경제난 속에서 현실적으로도 남측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댔다.

◆정부 “진상규명 필요” 반복

정부는 북측의 책임 전가에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했다. 국방부와 통일부는 이날 “북한의 사실 규명과 해결을 위한 노력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며 “남북 간 소통을 위한 군 통신선의 우선적 연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남북 군사 당국 간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은 북측이 남측 시민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지난 6월 9일부터 차단된 상태다.

김상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조교수는 최근 발표한 ‘북한의 무력행위에 대한 대남 사과·유감 표명 사례 연구’ 보고서에서 “북한이 피격 사건 후 우리 측에 사과했는데, 이 같은 행태가 수십년째 되풀이되고 있다”며 “그간 북한은 무력도발 직후에는 대남 비난에 주력하다가 대내외 분위기를 살핀 뒤 돌연 사과하는 일을 반복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조교수는 “북한의 무력행위로 인해 남한 국민들의 재산과 안전에 피해를 준 사건 발생 후 북한은 남북관계 관리 차원에서 남북대화를 제안한 적이 있다”며 “정부는 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남북 간 접촉이나 회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건 규명과 재발 방지 등 충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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