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DB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DB

秋, 인사권 비판 검사 저격

“커밍아웃하면 개혁만이 답”

검사들 “개혁과 무슨 관계?”

비난동조댓글 100여건 넘어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는 것 같다는 비판을 제기한 이환우(43, 사법연수원 39기) 제주지검 검사에 대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커밍아웃해 주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공개 저격한 것과 관련해 검사들의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47, 36기)가 전날 검찰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게시글에는 100여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최 검사는 최병렬 전(前) 한나라당 대표의 조카이자,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다.

앞서 추 장관은 전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며 이환우 검사를 겨냥해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입니다’라고 적었다. 이 검사는 이프로스에 ‘그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는 글을 남긴 바 있다.

최 검사는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추 장관의 발언에 대해 “이환우 검사가 ‘최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검찰 개혁의 가장 핵심적 철학과 기조가 크게 훼손됐다’는 우려를 표한 것이 개혁과 무슨 관계인가”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그는 “혹시 장관님은 정부와 법무부의 방침에 순응하지 않거나 사건을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하지 않는 검사들을 인사로 좌천시키거나 감찰 등 갖은 이유를 들어 사직하도록 압박하는 것을 검찰개혁으로 생각하시는 것은 아닌지 감히 여쭤보지 않을 수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우리와 같이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규정돼 있는 독일에선 수사지휘권이 발동된 사례가 없고, 일본은 1954년 법무대신이 동경지검 특수부에 불구속 수사를 지휘한 사례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법무부는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 이후 수사지휘권을 남발하며 인사권, 감찰권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검찰을 압박하고, 검사들의 과거 근무경력을 분석해 편을 가르고 정권에 순응하지 않거나 비판적인 검사들에 대해 마치 이들이 검찰개혁에 반발하는 세력인 양 몰아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검사는 “검사들은 결코 검찰개혁에 반발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검찰개혁이란 구실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부당한 정치권력이 형사소추에 부당하게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오히려 더 커졌다. 더 이상 고도의 부패범죄와 맞서기 어려운 형사사법시스템이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저도 이환우 검사와 동일하게 ‘현재와 같이 의도를 갖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상황은 우리 사법역사에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므로, 저 역시 커밍아웃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소식을 접한 검사들은 최 검사의 글에 댓글을 남기며 지지를 표했다. 댓글은 해당 글이 올라간 지난 29일 당일에만 70여건이 달렸고, 30일에는 15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댓글에서 A검사는 “아무리 지록위마해도 결국 사슴은 사슴이고, 말은 말일 뿐”이라며 “비정상적인 상황을 아무리 검찰개혁이라는 프레임으로 포장하고, 의문을 갖는 검찰 구성원을 윽박질러도 본질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B검사는 “우리가 이환우다. 우리가 최재만이다. 우리도 국민”이라고 했고, C검사는 “여기는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공화국이며, 우린 대한민국의 국민을 섬기는 검사니까 커밍아웃한다”고 밝혔다.

D검사는 “그들이 말하는 검찰개혁의 뜻은 ‘정치권력이 검찰을 장악함’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E검사는 “내부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 개진을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민주주의”라며 “(하지만 지금은) 걱정스러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벌거벗은 임금님’에 빗대 현재 상황을 비판하는 검사도 있었다. 한 검사는 “자신의 어리석음이 탄로 나기를 두려워했던 신하들과 임금님은 보이지 않는 옷을 입고 멋진 옷이라 칭찬했지만, 어린아이는 진실을 말하고 그제야 모두 진실을 깨닫게 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정치가 검찰을 덮는 상황을 그대로 말 못하는 어리석은 신하보다 정무감각이 전혀 없는 어린아이가 되고 싶다”고 돌려 비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 2020.10.1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제공: 국회) ⓒ천지일보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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