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한 말. 알아야 면장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0.30
알쏭달쏭한 말. 알아야 면장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0.30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속담
미꾸라지는 진짜 물을 흐릴까
으악~ 손바닥에 왜 장을 지져
개는 왜 도토리를 밀어냈을까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알아야 면장한다”는 말이 있다. 흔히들 여기서의 면장이 행정구역의 면장(面長)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서의 면장(免牆)은 사실 면면장(免面墻) 즉 ‘담을 대하고 있는 것을 면한다’는 뜻이다. 이 말의 출처는 사서삼경의 하나인 ‘서경(書經)’과 공자의 어록을 모아놓은 ‘논어(論語)’에서 유래한다. 배우지 않으면 담벼락을 대면하고 있는 것과 같다는 ‘면장(面牆)’이었다.

‘논어’ 양화편에는 공자와 그의 아들 백어(白魚)가 나눈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바로 여기에서 ‘면장(免牆)’이 등장한다. 그 이야기를 잠깐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공자는 공부에 게으른 아들 백어에게 “너는 ‘주남(周南)’과 ‘소남(召南)’을 배웠느냐? 사람이 되어서 주남과 소남을 배우지 않으면 담벼락(牆)을 마주보고 서 있는 것과 같으니라”고 가르치는 대목이 나온다.

바로 여기에서 ‘면장’이라는 말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나,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을 볼 때에 답답하다는 의미에서 ‘벽을 보고 얘기하는 것 같다’ ‘차라리 벽을 보고 얘기하는 게 낫다’ 등의 표현을 쓰는 것과 같은 이유다.

우리나라 속담에 “낫 놓고 기역(ㄱ)자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알지 못해 답답한 처지인 면장(面牆)을 면(免)하기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배우고 익혀야 하겠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처럼 말이다.

“알아야 면장한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의 면장(免牆)은 사실 면면장(免面墻) 즉 ‘담을 대하고 있는 것을 면한다’는 뜻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0.30
“알아야 면장한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의 면장(免牆)은 사실 면면장(免面墻) 즉 ‘담을 대하고 있는 것을 면한다’는 뜻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0.30

“알아야 면장한다”는 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거나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사용하는 속담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양반은 얼어 죽어도 겻불은 안 쬔다”는 말이다. 이는 “양반은 물에 빠져도 개헤엄은 안 친다” “양반은 비가 와도 뛰지 않는다”는 말과 같은 맥락에서 사용된다.

여기에서의 ‘겻불’은 추울 때 곁에서 얻어 쬐는 불을 의미하는 게 아닌, ‘겨를 태우는 불’을 뜻한다. ‘겻불’을 짚을 태운 불을 말하는 ‘짚불’로 쓰기도 한다. 겻불이든 짚불이든 태우면 그 불기운이 시원찮다. 이 속담은 아무리 궁하거나 다급해도 체면 깎는 짓은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번에는 속담 때문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는 동물에 대한 것이다. 이 속담 또한 일상생활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주로 한 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해당 집단이 욕을 먹을 때 쓰는 말이다.

바로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속담이다. 물 대신 강물이나 웅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속담은 강물 바닥에 사는 미꾸라지가 진흙을 헤집으면서 물이 뿌옇게 흐려지는 데서 비롯된 말이지만, 사실 미꾸라지의 이러한 행동은 산소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해 강물 바닥의 흐린 물이 고여서 썩는 것을 막아준다고 한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으로 상대방을 섣부르게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 문득 뒤돌아보게 만드는 속담이다.

손바닥에 장을 지진다는 의미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0.30
손바닥에 장을 지진다는 의미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0.30

자신이 한 말에 확신이 있을 때 주로 쓰는 “내 손에 장을 지진다”는 말에 대해 알아보자. ‘장을 지지다.’는 자기 생각이나 주장이 틀림없다고 호언장담할 때 쓰는 표현으로 그야 말로 강한 의지를 나타낸다.

이 말은 ‘장을 지지다’의 ‘장’을 어떻게 해석하는 지에 따라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손바닥 장(掌)’으로 해석하면 ‘손을 지진다’는 의미가 되고, 간장의 준말인 ‘젓갈 장(醬)’으로 해석하면 ‘장을 끓이다’라는 의미가 된다. 만일 이 말에 ‘손바닥 장’을 쓴다면 ‘손바닥’을 의미하는 ‘장’이 중복되기 때문에 간장의 준말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왜 손바닥 위에 간장을 붓고 손 밑에 불을 지펴 끓인다는 다소 험악한 표현이 나온 것인가. 이는 자기의 주장이 틀리다면 손바닥 안에 있는 간장을 끓이는 고통을 감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말로, 그만큼 자신의 주장에 확신이 있음을 의미한다.

무리에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을 받아 여럿의 축에 끼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개밥에 도토리”가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0.30
무리에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을 받아 여럿의 축에 끼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개밥에 도토리”가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0.30

마지막으로 무리에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을 받아 여럿의 축에 끼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개밥에 도토리”에 대한 뜻과 의미를 살펴보자. 요즘은 반려견이라고 해서 사료를 먹이거나 애완견을 위해 잘 만들어진 다양한 간식을 먹이지만, 살림이 넉넉하지 않던 옛날에는 사람들이 먹다 남은 밥을 주는 게 다였다.

또한 집 밖 나무 밑에서 개를 키우는 경우가 많았는데, 종종 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가 우연히 개 밥그릇에 떨어지는 일이 생겼다고 한다. 이때 도토리가 딱딱하고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아 개가 밥그릇에서 한쪽으로 밀쳐두고 먹지 않았는데, 마치 그 모양이 도토리가 따돌림을 당하는 것 같아 생겨난 말이라고 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 혹은 사람의 습관이나 행동 등을 보고 그에 알맞은 말들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참으로 창의적이다. 혹여 이러한 속담 속에 우리가 미처 찾지 못한 또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지는 않을까. 만물 속에 신성이 깃들어 있다는 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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