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사이드] 금융시장 향방 좌우할 美대선 결과, 백악관 주인은 누구에게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오는 11월 3일(현지시간)이면 미국 백악관의 주인이 가려진다. 보수진영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지, 아니면 진보진영의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정권을 잡을지에 전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 세계가 미국 대선에 주목하는 이유는 어느 후보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금융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고, 이에 따른 투자전략 등도 구분되기 때문이다.

지지율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앞서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전투표 중 우표투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결과에 불복 가능성까지 있는 데다 미 연방 대법원이 각 주별로 다른 판결을 내리면서 대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혼전의 선거판세, 변수는

CNN 방송이 지난 23∼26일 전국 성인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 오차 ±3.6%)에서 바이든 후보가 54%의 지지율로 트럼프 대통령(42%)을 12%포인트 차로 앞섰다.

그런데 미 대선에서 최대 경합주이자 전통적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플로리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를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혼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플로리다는 6개 경합주 중에서도 핵심지역으로 꼽힌다. 1996년 이후 여기서 이긴 사람이 계속 대통령이 되면서 캐스팅보트주가 됐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곳을 이기면서 승기를 잡은 바 있다.

또한 현재 사전투표가 7400만여명을 기록 중이다. 그중 우편투표가 66%를 차지한다. 변수는 미 연방대법원이 사전 우편투표의 송달 마감시한을 각 주별로 다른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 연방 대법원이 지난 19일 펜실베이니아주에 우편 투표 마감일을 대선 이후 3일 뒤인 11월 6일까지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렸으나 26일 위스콘신주 판결에서는 대선 당일 투표종료(오후 8시)까지 선관위에 도착한 우편만 유효한 것으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사전투표 지지율에서 월등하게 밀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변수가 될 전망이다.

◆관련 테마주들 대선 결과에 ‘희비’

전반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이 되면 해외공장을 자국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리쇼어링에 대한 세금 혜택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무역 적자 폭을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통신 설비, 5G 등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법무부를 통해 추진 중인 대형 기술주의 압박이 어려워지고 성장주의 상승 흐름이 지속되면서 통신 설비와 5세대 이동통신(5G) 등 인프라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세금 인상과 반독점 규제, 오바마 케어 강화, 고용 시장 안정, 사회 안전망 확보 등 정부의 사회 보장 지출이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또 대규모 재정 부양과 친환경 인프라 정책의 기대가 높아지면서 대형 기술주보다는 소재·산업 업종 등 기후 변화 대응으로 포장된 인프라 투자 수혜 업종의 강세가 예상된다. 대형기술주들에 대한 견제도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우량 기술주들은 웃겠지만 반대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면 우량기술주들이 울 수밖에 없다. 우량 대형기술주들에 투자한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고 있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에서는 관련 테마주들이 대선 결과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한 미국 경제성장률에 있어서는 바이든 후보가 될 경우 상대적으로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따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큰 재정 부양 규모와 함께 기후 변화 대응 관련 인프라 투자 확대가 경기 회복을 이끌게 돼 크게 차이는 없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의 법인세가 21%였는데 트럼프는 15%까지 낮췄다. 그런데 바이든은 27%까지 올리겠다고 선언하면서 기업의 입장에서는 트럼프를 더 선호할 수 있다. 누가 되더라도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는 건 미국이기 때문에 기술주는 계속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바이든이 되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아무래도 미중분쟁에 있다.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두 후보 모두 대중국 강경 노선은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로선 크게 달라질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굴복시킨 대통령’으로 남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대중국 정책이 더욱 강화될 위험요소는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관세 인상을 넘어 양안 문제·인권·군사 등 대중국 제재를 전방위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바이든 후보는 대중국 압박의 형태가 기후·환경 등 비관세 장벽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중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되 온도차가 있는 것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는 자신이 직접 싸웠는데 바이든이 되면 오히려 동맹을 맺어서 중국과 편을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는 미국과 같이 갈 수밖에 없고 경제적으로는 중국 의존도가 높다. 바이든이 된다면 미국이 줄서라고 했을 때 우리는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는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4년간 해온 행적을 보면 정말 동맹국이 없다. 자국이 이익이면 동맹국도 치는 성격이다. 이게 예측이 가능한 부분이었는데 바이든이 된다면 예측이 불가능해져 예기치 못한 또 다른 리스크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식시장을 결국 계속 지탱하는 것은 내년 상반기에 백신이 개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이에 누가 당선되더라도 단기적인 충격요소는 다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영향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교착 상태에 빠진 미국의 재정 부양책은 누가 되더라도 합의될 것이고, 우편 투표 개표로 인해 결과를 둘러싸고 불복할 가능성과 법적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미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누가 되더라도 주식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