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계도 우려..울산 자동차업계 등은 반색
"협정문에 지방정부 보조금 금지조항" 지적도

(전국종합=연합뉴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4일 국회를 통과하자 국내 축산농가들은 심각한 타격을 우려하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수산업계도 채산성 악화에 따른 조업 중단을 염려하며 파급 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운 반면 울산지역 자동차업계 등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협정문에 지방정부가 기업에 지원하는 보조금에 관한 금지조항이 있다며 일부 지자체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구제역 축산농가에 설상가상..본격 대응
이예열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사무처장은 "축산물 분야가 전면적 개방된다면 그나마 구제역을 딛고 재기를 모색하던 축산농가를 더욱 사지로 몰아넣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사무처장은 또 "지자체 등이 추진 중인 무상급식의 핵심은 지역 농산물의 안정적 판로 확보인데 지역 농산물을 우선 사용하면 협정에 위반, 사실상 무산 위기에 놓인 셈"이라며 "무엇보다 농.축산 및 소상공 분야의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한데도 상생법을 운운하며 국민을 속인 채 법안을 통과시킨 것 자체에 심한 배신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김희동 한국농수산대학 교수는 "FTA로 유럽산 치즈 등 유제품이 들어오게 되면 국내 낙농업은 사실상 붕괴하게 된다"며 "낙농업계에서 여러 차례 정부와 여당에 '사전 대책을 마련하기 전에 한-EU FTA를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성명서를 냈는데도 축산업계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이장우 ㈔한국농업경영인 경북도연합회 회장은 "비준안은 농업인단체와 전문가가 합의한 피해보전직불제 발동요건과 보전률, 품목지정 방식 개선 등 보완할 점이 많았다"며 "농민의 정책대안이 반영되지 않은 비준안에 대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수산업계도 우려..울산 자동차 업계는 반색
경남 통영의 근해통발수협 진상대 상무는 "관세 철폐로 골뱅이.문어.새우 등을 잡는 통발업계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국내 어민들이 채산성 악화로 조업을 중단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고 걱정했다.

대구의 주산지인 경남 거제수협 옥성호 소장은 "매년 12월에서 이듬해 1~2월 잡히는 대구는 국내 수요로 충분히 소비돼 수출할 여력이 없다"며 "당장 혜택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의 한 수산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EU와 수산물 무역이 많지 않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수입 쿼터가 정해져 수입될 것으로 알고 있다"며 "FTA 영향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축산.수산업계와는 달리 울산지역 경제계와 자동차 업계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백재효 울산상공회의소 경제조사팀장은 "EU는 울산의 3대 수출시장으로 FTA가 발효되면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석유화학 등 지역 주력산업의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주력산업의 고도화와 지역경제가 한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승권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홍보팀장은 "1천500cc를 넘는 중형차의 관세가 단계적 인하를 거쳐 2014년부터 철폐되는데 이에 초점을 맞춰 국내 완성차 업계가 수출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현대차 울산공장은 2천cc급 유럽 전략형 중형차 생산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정부 보조금 금지조항 문제" 지적도
FTA협정문에 지방정부가 기업에 지원하는 보조금에 관한 금지조항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협정문이 각 지방정부가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산업정책과 기업정책을 무력화하는 독소조항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성남시는 "현재 각 지방정부는 지역특성에 맞는 산업을 특화해 다양한 기업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협정문은 중소기업과 전통산업의 균형 발전을 위한 기금 지원, 기술개발 지원을 위한 산업육성보조금 등 지방자치단체의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각종 보조금을 금지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이런 조항이 담긴 협정이 발표되면 산업정책 분야의 지방자치와 지방정부의 정책결정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며 "지역경제 생태계 구축에 미칠 파급을 고려해 한-EU FTA 협정문의 보조금 조항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사례조사, 정보 공유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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